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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적으로 성사된 정의선 백악관 방문
산업부 내부에선 ‘아쉽다’ 반응도
“트럼프, 韓 정치적 불확실성 고려했을 것"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2028년까지 210억달러(한화 31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24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약 31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정부 주요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접촉을 시도했으나 무산된 가운데 기업 스스로 돌파구를 뚫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안팎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정부를 의도적으로 패싱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트럼프 특유의 ‘협상의 기술’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미국발 관세 전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현대차의 대규모 대미 투자를 통상 압박을 풀어갈 카드로 고려했던 정부의 구상은 빗나가게 됐다. 외교가에선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업이 굳이 정부와 행보를 같이 하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대미 투자 발표 일정은 전격적으로 확정됐다.

재계에서는 정 회장이 미국 조지아주에 완공된 신규 자동차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완공식에서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정 회장 일행을 백악관으로 초대하면서 투자 계획 발표가 앞당겨진 것이다.

최근 대미 외교를 적극적으로 펼쳤던 산업부 내부에선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대미 투자 규모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소통을 해왔다”면서도 “트럼프 측의 백악관 초청과 정의선 회장 측의 방문 결정이 상당히 빠르게 이뤄졌다. 정부로선 ‘아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 기업의 대규모 대미 투자를 관세 전쟁에서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었는데, 선수(先手)를 뺐겼다는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 아쉬움이 나오는 대목은 또 있다. 바로 시기다. 정의선 회장의 대미 투자 발표는 미국 에너지부(DOE)의 ‘민감국가’ 지정 문제와 통상 마찰 방지 차원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했다가 돌아온지 불과 이틀 뒤에 이뤄졌다. 안 장관의 방미 기간이었다면, 자연스럽게 트럼프 대통령과 우리 정부 고위급 인사의 대면이 성사됐을 수도 있다.

현재 정부 주요 인사 중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대면은커녕 전화 통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24일 오전까지 대통령 권한대행 직을 수행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대행 기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추진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복귀한 한덕수 국무총리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외교채널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가에서는 불확실한 한국 정치 지형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불신이 반영된 이벤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흥규 미중정책연구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한국의 불안정한 정치 지형을 보고, 굳이 현 정부가 책임질 수 없는 장기적인 정책을 현 정부와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기업 입장에서도 미 행정부가 한국 정부를 배제하는 게 나쁘지 않다고 볼 수 있다”며 “생존과 관련한 문제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인식과 정치적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현 정부와 너무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투자 유치’라는 성과를 드러내기 위해 정부 측 인사는 제외하고 기업인만 초대했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전봉근 전 국립외교원 명예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손정의(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을 초대해 대미 투자를 발표했을 때도 일본 정부 측 인사는 초대하지 않았다”며 “기업과 기업을 압박해 투자 성과를 냈다고 미국 국민들에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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