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택(社宅). 회사가 임직원의 살림집으로 쓰려고 마련한 주택을 말하죠.
사택을 운영하는 회사는 많습니다. 임직원을 거주지와 떨어진 곳으로 발령 낼 때, 지원해 주는 곳이 많죠. 일종의 사내 복지 제도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택도 있습니다.
일단, 회사 대표와 임원에게만 주는 사택입니다. 대표와 전·현직 임원 등 4명만 받았습니다. 대표나 임원이 굳이 집에서 먼 곳에서 일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개인 사정이 있을 가능성도 없진 않겠죠.
놀라운 건 가격입니다. 회삿돈으로 전세를 얻어 사택을 제공하는데, 보증금이 총 116억 원입니다. 1명당 평균 29억 원입니다. 매매 가격이 아니라 전세보증금이 29억 원이라면 어느 정도 좋은 집일까요.
절차도 황당합니다. 대표에게 호화 전셋집을 사택으로 제공하는 결정을 누가 했을까요. 대표 본인입니다. 내가 나에게…일종의 '셀프 사택'입니다.
고액의 회삿돈을 쓸 때, 요식 행위로라도 거치는 회의나 위원회 논의도 없었습니다.
어느 회사냐고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계 2위 빗썸입니다.
임원 중 1명은 한술 더 떴습니다. 임원이 개인적으로 분양받은 아파트에 회사가 전세 계약을 맺었습니다. 해당 임원은 회사가 준 보증금으로 분양 대금을 냈습니다.
집주인은 임원. 회사는 세입자. 회사가 '갭투자'를 도와준 셈입니다.
해당 임원은 이 주택에 살지도 않았습니다. 다른 이에게 또 임대해서 보증금으로 28억 원을 받았습니다. 무늬만 사택이었던 셈입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 사건을 검찰에 수사의뢰했습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0일 빗썸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이에 대해 빗썸은 해당 사건에 대해 성실히 소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금감원 지적에 따라 사택 지원 제도를 전수조사 하고 있으며, 자체관리 감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래픽 : 박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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