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 이준구 교수 누리집 갈무리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에 대한 승복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 지지자들을 향해 “민주주의의 ‘민’자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는 무책임하고 몰상식한 정치꾼”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 교수는 22일 자신의 누리집에 글을 올려 “헌재라는 핵심 중의 핵심 헌법기관의 결정에 모두가 승복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윤석열과 그의 추종자들이 이런 게임의 기본규칙을 지키겠다고 말하지 않는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라고 적었다.
이 교수는 “자기네 마음에 들지 않는 결정이 내려졌을 때 불복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 위해 그런 것 아니겠나”라며 “그들의 선동에 의해 나라가 두 쪽이 나고 무고한 시민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게된다 해도 그들에게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인가 보다. 한마디로 말해 그들은 민주주의의 ‘민’자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는 무책임하고 몰상식한 정치꾼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대학 교과서로 쓰이는 ‘경제학원론’ 등을 집필한 국내 대표 미시경제학자다. 그는 지난해 12월13일 윤 대통령의 즉각적인 탄핵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한 국내외 경제·경영학자 488인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12·3 내란사태 이후 고비마다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는 글을 올려왔다. 지난 1월에는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는 윤 대통령을 향해 “남들은 다 지키는 법 질서를 헌신짝처럼 여기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다시 입을 연 이 교수는 “요즈음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마치 카오스를 연상케 한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상식 이하의 졸렬한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몰상식한 언행의 가장 전형적인 예는 내란죄라는 중죄를 저지르고서도 아직까지 대통령직에 목매달고 있는 바로 그 사람”이라고 윤 대통령을 직격했다.
이어 “그 사람 요즈음 하는 언행을 보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민을 철저하게 분열시켜 서로를 적으로 증오하게 만드는 작전을 쓰고 있지 않느냐”며 “제일 윗자리에 있는 사람이 이런 몰상식한 언행을 하니 그 밑의 추종자들도 마음 놓고 몰상식한 언행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임박한 헌재 탄핵심판 선고 결과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평범한 상식마저 전복된 사회가 되다 보니까 솔직히 말해 이제는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될지의 여부에 대해서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고 했다. “헌법재판관의 양식을 신뢰하긴 하지만, 지난 몇 달 동안 상식이 엉뚱하게 뒤집혀진 사례를 우리가 한두 번 보아 왔냐”는 것이다.
이 교수는 “상식이 실종된 카오스의 사회는 지금 브레이크가 없는 기관차처럼 천 길 낭떠러지가 입을 벌리고 있는 위험천만한 절벽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며 “이 극심한 혼돈은 그동안 우리가 애써 일구어 온 민주체제를 단숨에 무너뜨리는 데 그치지 않고, 온 사회와 경제를 극도로 어려운 상태로 몰아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그동안 우리에게 닥친 숱한 고난을 딛고 올라서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궁극적으로는 또 한 번의 고난을 성공적으로 극복하리라고 기대한다”면서도 “그 사이에 우리 국민이 겪게 될 뼈를 깎는 고통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끔찍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다.
아래는 이 교수의 글 전문.
요즈음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마치 카오스(chaos)를 연상케 합니다.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모든 사람들이 최소한의 상식을 지키는 선에서 행동을 해야 하는데, 불행히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상식 이하의 졸렬한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고 학력의 소유자이며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조차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언행을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까요.
몰상식한 언행의 가장 전형적인 예는 내란죄라는 중죄를 저지르고서도 아직까지 대통령직에 목매달고 있는 바로 그 사람입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국민 전체의 통합과 화합을 위한 노력이 배어 있어야 마땅한 일 아닙니까?
그런데 그 사람 요즈음 하는 언행을 보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민을 철저하게 분열시켜 서로를 적으로 증오하게 만드는 작전을 쓰고 있지 않습니까?
제일 윗자리에 있는 사람이 이런 몰상식한 언행을 하니 그 밑의 추종자들도 마음 놓고 몰상식한 언행을 일삼고 있습니다.
요즈음 일부 국민의 힘 의원들과 여러 공직을 맡고 있는 사람이 내뱉는 말들을 들으면 과연 저 사람들이 상식을 가진 사람들인지 심히 의심하게 됩니다,
공직자로서 갖춰야 할 양식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평범한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상식조차 결여된 사람들처럼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극우 유투버나 일부 과격 종교인들이 그런 언행을 보이는 것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지만 그래도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영향력을 더 크게 만들려는 싸움에서 경쟁적으로 더욱 과격하고 더욱 몰상식한 말을 하게 되는 법이니까요.
그들 사이의 이전투구에서 이치에 맞는 말들만 조곤조곤 늘어놓는 사람들이 승자가 될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 아닙니까?
그러나 소위 사회지도층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몰상식한 언행을 일삼는 행위는 단지 눈살을 찌뿌리게 만드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카오스의 상태로 몰고 가는 심각한 부작용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들의 몰상식이 엄연한 내란 행위인 평시의 ‘계엄령’을 ‘계몽령’으로 둔갑시키는 해괴망칙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군대를 동원해 반대파를 싹쓸이하려는 망동은 어처구니 없게도 반국가세력에서 나라를 보호하려 했다는 숭고한 행위로 둔갑하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추종세력의 망발은 빽 없고 돈 없는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국가인권위원회가 무시무시한 호위무사들을 거느리고 있는 최고권력자의 인권을 운위하는 추태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누가 봐도 오늘의 이 혼란상을 초래한 주범임이 분명한 사람을 인권이 침해된 피해자로 만들어 놓으니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더군다나 해외에 나가서까지 우리의 헌법기관을 폄훼하는 추태를 벌이는 모습을 보면 우리 사회가 몽땅 썩어 문드러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틀린 말이라 해도 골백번 들으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지기 마련입니다.
정치 정세를 예민하게 관찰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는 윤석열 추종세력의 쏟아놓은 망언들이 이제는 맞는 말로 자리잡기 시작했을지도 모릅니다.
평소부터 그쪽을 지지했던 사람들의 굳센 믿음은 이제 반석처럼 튼튼해져, 그게 틀렸다는 분명한 증거가 아무리 많이 제시되어도 전혀 생각을 바꿀 기색조차 보이지 않게 되었을 것이 분명하구요.
평범한 상식마저 전복된 사회가 되다 보니까 솔직히 말해 이제는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될지의 여부에 대해서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헌법재판관의 양식을 신뢰하긴 하지만, 지난 몇 달 동안 상식이 엉뚱하게 뒤집혀진 사례를 우리가 한 두 번 보아 왔습니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평시의 내란행위를 주도한 대통령이 파면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만, 상식이 완전히 전복된 사회에서는 그 당연함마저 의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윤석열과 그 추종자들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우리 사회를 이런 카오스의 상황으로 몰아 갔습니다.
바로 눈 앞의 정치적 이득에 혈안이 된 그들에게 대의명분이라는 것은 헌신짝에도 못 미치는 하찮은 가치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렇게 갈갈이 찢겨진 사회가 만들어진다 해도 자기들의 권력만 유지될 수 있다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지요.
우리 사회의 앞날을 생각하면 도대체 어디서 희망을 찾아야 할지 모르는 암담한 심정이 됩니다.
헌재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진다 해도 우리 사회가 전대미문의 혼란에 빠질 것임은 자명한 일입니다.
윤석열 자신이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말을 한 마디도 입에 담지 않았음은 물론, 그의 추종자들도 그렇게 할 기색조차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법치주의가 민주주의의 기본 룰임에 한 점 의문이 없습니다.
헌재라는 핵심 중의 핵심 헌법기관이 어떤 결정을 하면 모두가 거기에 승복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입니다.
국민 모두가 이와 같은 게임의 기본규칙을 지킬 때 그 나라의 민주주의가 굳건한 토대 위에 설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윤석열과 그의 추종자들이 이런 게임의 기본규칙을 지키겠다고 말하지 않는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요?
자기네 마음에 들지 않는 결정이 내려졌을 때 불복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 위해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그들의 선동에 의해 나라가 두 쪽이 나고 무고한 시민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게 된다 해도 그들에게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인가 봅니다.
한마디로 말해 그들은 민주주의의 '민'자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는 무책임하고 몰상식한 정치꾼일 뿐입니다.
상식이 실종된 카오스의 사회는 지금 브레이크가 없는 기관차처럼 천길 낭떠러지가 입을 벌리고 있는 위험천만한 절벽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국민이 두 편으로 나뉘어 서로를 적으로 증오하는 이 사회가 얼마나 심각한 혼돈을 겪게 될지 상상만 해도 끔직한 일입니다.
이 극심한 혼돈은 그동안 우리가 애써 일구어 온 민주체제를 단숨에 무너뜨리는 데 그치지 않고, 온 사회와 경제를 극도로 어려운 상태로 몰아가게 될 것입니다.
제발 나의 이 불길한 예감이 한낱 기우에 그치기를 간절하게 기원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불길한 예감이 그대로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기에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에게 닥친 숱한 고난을 딛고 올라서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또 한 번의 고난을 성공적으로 극복하리라고 기대하지만, 그 사이에 우리 국민이 겪게 될 뼈를 깎는 고통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끔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