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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KBO 협업 제품·서비스 봇물
롯데만 ‘각종 계열사 사업과 겹친다’는 이유로 빠져
자이언츠 팬들 “우리만 또 소외” 불만

지난 22일 프로야구 시즌 개막에 맞춰 유통업계가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하며 야구팬 마음 사로잡기에 나섰다. 그런데 10개 구단 중 롯데만 유독 관련 마케팅에서 빠져 롯데자이언츠팬들이 불만을 표하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PC삼립은 지난 20일 KBO(한국야구위원회)와 협업해 9개 구단 마스코트와 로고가 담긴 ‘크보빵’을 출시했다. 이 크보빵은 출시 3일 만에 100만 봉지가 팔릴 정도로 돌풍을 일으켰다.

빵 봉지 안에는 구단 대표 선수와 마스코트가 그려진 ‘띠부씰(스티커)’이 들어있어 팬들 수집욕을 자극하며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프로야구 구단은 모두 10개다. 이번 프로모션에는 롯데자이언츠를 뺀 나머지 9개 구단이 참여했다.

크보빵에 롯데가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계열사인 롯데웰푸드가 제빵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보빵 제조사인 SPC삼립 측은 KBO를 통해 롯데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롯데 측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롯데는 2023년과 지난해 해태제과가 선보인 ‘홈런볼’ 프로모션에서도 빠졌다. 홈런볼은 이름처럼 야구장에서 특히 많이 팔리는 과자다. 당시에도 롯데그룹은 롯데웰푸드가 해태제과 경쟁사라는 점을 들어 홈런볼 한정판에 참여하지 않았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KBO와 계약해서 진행한 것으로, KBO에서 각 구단에 문의했는데 롯데자이언츠에서 참여를 안 하기로 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올해 웅진식품 ‘하늘보리’ KBO 에디션, 지난해 삼성에버랜드 ‘레서판다’ 구단별 인형 등 다양한 KBO 협업 상품에서 롯데자이언츠만 빠지는 일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크보빵뿐만 아니라 다른 협업 제품에서도 롯데가 빠진 이유는 모두 계열사 사업과 관련이 있다. 하늘보리의 경우 롯데칠성음료가 하는 음료 사업과 겹친다. 롯데칠성음료는 현재 ‘더하다 보리차’라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에버랜드 인형을 만든 삼성 계열사 에버랜드는 롯데월드와 국내 테마파크 업계를 양분하는 경쟁 관계다.

롯데는 한국야구위원회 차원에서 맺은 극장 생중계 협약에서도 빠졌다. KBO는 올해 시즌 개막을 앞두고 CJ CGV와 2025~2026 리그 경기 극장 단독 생중계 상영 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롯데자이언츠는 여기서도 빠졌다. 지난 22일과 23일 열린 개막전 생중계 일정에도 롯데-LG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경기가 잡혔다. 업계에서는 CGV가 롯데시네마 경쟁업체이기 때문에 롯데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한다.

롯데자이언츠는 10개 프로야구단 가운데서도 인기로 치면 단연 수위에 꼽히는 구단이다. 1982년 프로야구 창단부터 함께 한 유서 깊은 원년 구단으로, 연고지·모그룹·구단명 모두 변하지 않고 43년째 명맥을 이어왔다.

하지만 수년째 롯데 팬만 각종 프로모션에서 빠지는 상황이 이어지자, 롯데 팬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 야구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우리 팀만 소외되는 느낌’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쟁사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일견 당연하더라도 팬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롯데 계열사들이 이런 협업을 거부하면서도 대체 상품을 내놓지 않아 팬들 원성은 더 커지고 있다. 한 롯데 팬은 “계열사가 많은 롯데그룹의 특성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프로모션에서 팬들이 소외되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팬은 “컬래버(협업)에 참여 안 할 거면, 롯데웰푸드나 롯데칠성이 자체적으로 야구 관련 프로모션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롯데의 이런 독자적인 행보가 오히려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소형 데이비스앤컴퍼니 컨설턴트는 “프로스포츠에서 팬 경험은 구장 밖에서도 이어져야 하는데, 기업 이익만 고려해 팬들 소속감을 해치는 결정은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에 부정적”이라며 “롯데는 다른 구단보다 협업에 제약이 많은 구조지만, 계열사 간 경쟁 관계를 고려하되 팬들을 위한 대안적 프로모션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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