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아파트. 연합뉴스
정부가 현행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 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화에 나섰다. 시행착오를 거쳐 제도가 안착하는 가운데, 다시 제도 개편 시도에 나서는 셈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26일 세종 국토연구원에서 ‘임대차 제도개선 토론회’가 열린다고 24일 밝혔다. 국토부가 진행한 임대차 2법 연구용역을 맡은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출신 이승협 중앙대 교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송경호 연구위원이 발제를 맡는다. 대표적인 국책 연구기관 세 곳에서 임대차 2법을 연구한 결과를 내놓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지난 2020년 7월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도입된 임대차 2법은 전·월세 계약을 ‘2+2년’으로 연장해 최대 4년 거주를 보장하고 임대료 상승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이 뼈대다. 윤석열 정부는 임대차 2법이 전·월세 가격을 단기에 급등시키는 부작용을 불러왔다며 폐지를 추진했고 1년여에 걸친 연구 용역도 마쳤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제도 개편 공론화 시기를 검토하던 중 12·3 내란 사태를 맞았다.
이번 토론회에서 국토연구원은 임차인 보호를 위한 입법 의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제도 재설계를 제안할 예정이다. 임대료 상승률을 5%로 묶으면서 신규 계약 때 4년치 인상분을 한꺼번에 반영하려는 임대인의 요구가 강해졌고, 갱신청구권을 둘러싸고도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이 빚어질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국토연은 앞서 보고서를 통해 △제도 폐지와 원상복귀 △임대료 인상 상한을 5%에서 10%로 올리는 방안 △저가주택에 한정해 임대차 2법을 적용하는 방안 △임대차 2법 존속과 임대인-임차인 협상 병행 등을 4가지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가 임대차 2법 제도 개편 공론화에 나선 것은 최근 정치권의 움직임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의는 지난 12일 발표한 ‘20대 민생 의제’에 최장 10년까지 거주 기간을 보장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포함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주택 임대시장 정책이 정치 쟁점으로 부각할 수 있는 만큼, 사전에 입장을 밝혀두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임대차 2법 폐지에 방점을 찍은 개편안은 ‘개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부동산학)는 “이제 시장 안착 단계인 법을 또 바꾼다면 시장 혼란만 커진다”면서 “전세시장의 최대 불안 요인은 전셋값 급등락과 보증금 미반환 위험으로, 이에 대한 보완책이 모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