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안동까지 옮겨붙었습니다.
순간 풍속 초속 25m의 태풍급 바람을 타고 불이 동쪽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국가 소방동원령이 추가로 발령됐고 주민 1천여 명이 긴급 대피했습니다.
엄지원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표면이 마그마를 품고 있는 듯, 새빨간 불의 띠, 화선이 산 중턱에서 정상까지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산꼭대기에선 나무보다 높은 불기둥이 분노하듯 화염을 토해내고 강풍을 타고 불길의 기세는 더해집니다.
제 뒤로 보이는 산등성이를 따라 시뻘건 불길이 맹렬히 치솟고 있고, 주변은 온통 매캐한 연기로 가득합니다.
나흘 전 반나절 분 강풍에 10km 이상을 동진한 의성 산불이, 어제 오후 초속 25미터 돌풍에 10km를 더 내달리며 인접한 안동시 길안면의 산까지 옮겨붙은 겁니다.
[이성동/경북 안동시 길안면 주민]
"나는 여기까지 올 줄을 몰랐어요. 불이 또…근데 막상 불이 이렇게 오니까 좀 겁이 나네요."
이 과정에서 서산영덕고속도로의 간이휴게소인 점곡휴게소도 전소됐습니다.
안동시는 산불 확산 피해가 우려되는 길안·일직 등 의성 경계 4개면 10여 개 마을 주민과 7개 요양병원 및 장애인시설 입소자 등 1,100여 명에게 긴급 대피 명령을 내렸습니다.
[공노미/경북 안동시 길안면 주민]
"우리 나올 때는 백자리 (산불로) 벌겋게 됐어. 지금 죽기 아니면 살기지 어떡해. 집 어떻게 해…"
청송군도 의성과 맞닿은 안덕·파천면에 드론을 띄워 산불이 넘어오는지를 관찰하고, 산불 전문진화대를 포함해 모든 가용인력을 비상 대기시키고 있습니다.
산불은 당장 오늘 청송까지 위협할 것으로 보이는 데 전문가들은 동해안까지 닿을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황정석/산불정책기술연구소장]
"오늘부터 목요일까지는 적극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청송, 그리고 영덕, 울진 사이 거기까지도 확산될 우려가 높다…"
의성산불은 어제저녁 9시 기준 진화율 60%로 다시 내려갔습니다.
아직 불이 살아있는 화선의 길이도 66km로 크게 늘어나면서 산불영향구역은 어제 이 시간보다 두 배 가까운 8,490ha까지 확대된 상황입니다.
정부는 어제 의성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가운데, 산림 당국은 인력 2천 7백여 명과 진화차량 4백여 대를 투입해 밤샘 진화 작업을 이어갔고, 오늘 일출과 동시에 다시 진화 헬기를 순차적으로 투입할 계획입니다.
MBC뉴스 엄지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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