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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을 기각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가늠할만한 사안은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소추 사유인 ‘12·3 계엄 묵인·방조’에서 계엄 적법성을 정면 판단하지 않은 것은 물론, 윤 대통령 측 각하론의 핵심 근거인 형법상 내란죄 철회 등 절차적 적법성도 거론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절차적 정당성 논란 동력 커지지 못해
우선 계엄 위헌성에 대해 재판부는 의견을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의 적극적 행위를 했음을 인정할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를 찾을 수 없다”는 정도로만 말했을 뿐이다. 계엄 111일 만에 사법적 판단이 나올지 주목됐지만, 판단은 윤 대통령 선고 때로 밀리게 됐다.

형법상 내란죄 철회 등 절차적 논쟁도 마찬가지다. 국회 측은 당초 소추 의결서에 ‘윤 대통령 내란 범죄에 한 총리가 공모했다’고 썼다가 지난달 변론준비 과정에서 “형사상 처벌관 관계없이 내란의 일부 행위에 가담 또는 방조함으로써 헌법상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만 탄핵 소추 이유로 하겠다”고 했다.

유사한 논란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있었고 윤 대통령 측은 그간 “내란죄 철회는 중대한 소추 사유 변경”이라며 각하론의 핵심 근거로 주장해왔다. 한 총리 사건에서 내란죄 철회를 문제 삼았을 경우, 윤 대통령 측의 각하론 동력도 커질 수 있었지만, 이날 결정문에는 관련 언급이 단 한 문장도 없었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각하 사유가 안 됐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임 교수는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각하 사유로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의결 정족수를 명확히 언급하면서도 그 밖의 절차적 문제는 근거로 붙이지 않았다”며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각하 사유가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직무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반면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내란죄 철회가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은 내부적으로 이견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장 교수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절차적 적법성 쟁점의 핵심인 내란죄 철회에 대해 아직 재판관별 입장 정리가 안 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래서 한 총리 사건에선 굳이 언급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한 총리 사건에서 내란죄 철회 문제와 윤 대통령 사건의 내란죄 철회 문제는 성격이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형법상 내란죄’가 명확히 적시됐던 윤 대통령 소추 의결서와 달리 한 총리 사건은 ‘내란죄에 공모했다’는 식으로 적혀있을 뿐 ‘형법’이 적혔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한 총리 측 역시 이를 각하 사유로 적극 주장하진 않았다.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합류 가능성 작아져
그나마 변수가 줄어든 점은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합류 여부다. 한 총리는 지난해 권한대행 시절 국회 선출 조한창·정계선·마은혁 후보자를 모두 임명하지 않아 탄핵 소추됐다. 이후 정계선·조한창 후보자만 임명됐는데, 이날 결론은 정계선 재판관 1명만이 “파면에 이를만한 중대한 위헌”이라고 봤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지난해 12월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그간 더불어민주당은 최상목 전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몸조심하라”(이재명 대표)고까지 하면서 마 후보자 임명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헌재 다수 의견으로 문제없다는 결정문을 받아든 한 총리가 복귀한 이상, 마 후보자 임명은 당분간 보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8인 체제로 가는 셈이다.

아울러 한 총리 탄핵 의결 정족수를 대통령(재적 의원 3분의 2·200명)이 아닌 국무위원(과반·151명) 기준으로 설정해 통과(192명 찬성)된 점이 각하 사유라고 인정한 재판관이 2명뿐이라는 점도 변수 확산을 차단했다. 재판관 다수가 각하라고 봤을 경우 국민의힘은 “후임인 최상목 전 대행의 정계선·조한창 재판관 임명도 무효”라는 주장을 펼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尹 선고 시기 예상 엇갈려
24일 기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접수 후 101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선고는 4월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헌재 관계자는 이날 선고기일을 지정하는 대신, 통화에서 “27일엔 일반 사건 선고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당초 법조계는 오는 26일 서울고법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가 열리는 일정을 피해 이르면 오는 27~28일 선고를 전망했는데, 일단 27일은 아닐 가능성이 유력한 것이다.

또 이틀 연속 선고를 진행했던 사례가 헌정사 한 차례뿐이라는 점에서 28일 선고도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최우선 심리” 입장을 넘어 이제,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 18일 전까지로 선고 기일을 길게 전망해야 할 상황이 됐다. 임지봉 교수는 “한 총리 사건을 결론지어 국정 공백을 차단했으니, 윤 대통령 사건도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반면 장영수 교수는 “한 총리 사건 결정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보아 윤 대통령 사건도 결론 합의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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