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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로 수사 선상에 올랐을 것이란 우려 때문에 덜덜 떠면서 이동통신사 '통신이용자정보제공'을 조회 중인 20대 남성을 표현한 이미지. 일러스트 챗 GPT.

20대 A씨는 지난 1월 이동통신사가 자신의 가입자 정보를 수사 기관에 제공했는지 매일 확인했다. 켕기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미성년자와 음란한 대화를 한 달 가까이 주고받은 적이 있었다. 채팅방이 갑자기 폭파되자 그는 수사 선상에 올랐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통신사에 문의한 결과, 한 경찰서가 자신의 통신이용자정보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경찰서에 문의하니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는 답이 돌아왔다. A씨는 곧바로 변호사를 선임했다. 임태호 변호사(법무법인 에스)는 “수사 기관의 통신 조회 여부를 미리 파악해 입건 가능성과 대비책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말했다.

‘통신이용자정보제공’(통자제) 제도는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특정할 때 주로 활용하는 기초 수사 기법이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수사 기관은 이동통신사에 특정 가입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주소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정보를 제공받은 수사 기관은 당사자에 고지할 의무가 있지만, 증거인멸 등 우려가 있을 경우 최대 6개월까지 통보를 유예할 수 있다.

지난 20일 디시인사이드의 한 갤러리에는 수사 선상에 오를까 걱정하는 이용자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덜덜이'는 범죄자가 될까봐 덜덜 떠는 사람을 부르는 멸칭이다. 디시인사이드 캡쳐

하지만 A씨처럼 가입자가 통신사에 조회 사실을 직접 확인하는 것을 막을 장치는 없다. 통자제가 용의자들의 압수수색 등 수사 대비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사이버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경찰관은 “디지털 증거는 가뜩이나 삭제하기 쉬운데 용의자가 수사 개시 시점 등을 미리 파악할 경우 수사에 방해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매일 통자제를 조회하면서 수사에 대비한다는 이른바 ‘덜덜이’의 글이 많이 올라온다. 덜덜이는 범죄자가 될까 봐 덜덜 떠는 사람을 온라인상에서 부르는 멸칭이다. 그중에는 지난 1월 공론화한 국내 최대 텔레그램 성착취물채널인 ‘목사방’에 참여해 영상을 구매·유포·시청했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실제 디시인사이드 등에는 “덜덜이 6주차인데 통자제 깨끗하면 발뻗(발 뻗고 잔다) 가능?” 등 수사 개시 시점을 예측하거나 압수수색 대비법을 묻는 글이 많다. ‘목사방 공론화 후 성착취물 유포’나 ‘공론화 전 성착취물 유포’ 등 경우의 수를 나누고 수사 받을 가능성을 논의하기도 했다. 성범죄 사건을 다수 대리하는 김형민 변호사는 “3개월, 6개월 지나면 발 뻗고 자도 된다는 등의 말이 퍼지지만 현실에선 시간이 많이 지났다고 사건화 가능성이 0%라고 단정할 순 없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1월 텔레그램에서 5년간 운영된 '목사방'을 중심으로 한 범죄 집단 '자경단' 총책 등을 검거했다. 사진 서울경찰청

텔레그램이 경찰 수사에 협조하기 시작한 뒤부터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을 불안해하는 내용의 글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9월 텔레그램은 경찰과 핫라인을 구축하고 전화번호와 IP주소 등 경찰 요구 자료의 90% 이상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이때문에 다른 보안 메신저로 갈아타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전문가들은 현행 통자제 제도가 수사의 밀행성과 강제성을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민 변호사는 “압수수색이나 수사 정보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루트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건 부적절하다”면서 “사후 통지 시점까진 개인이 자체적으로 조회할 수 없게 하는 등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안 메신저 엑소더스 현상에 대해 임종인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명예교수는 “궁극적으로는 한국도 사이버 범죄 관련 협약인 부다페스트 조약에 가입해 국제 공조 역량을 높여야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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