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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치태 방치하면 잇몸 조직에 염증
잇몸뼈의 50% 이상 소실될 경우
‘실패 임플란트’로 간주 일단 제거

염증 발생해도 통증 느끼기 어렵고
자각증상땐 상당히 진행된 상태
철저한 칫솔질·주기적 검진 필요
당뇨·음주도 질환 위험 2배 높여


치과 검진 장면. 임플란트를 장기간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철저한 개인 구강 위생 관리와 함께 정기적인 유지 치료를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아래는 임플란트 주위염이 생긴 잇몸에 대한 탐침과 X선 모습. 게티이미지, 대한치주과학회 제공

40대 여성 A씨는 얼마 전 여러 개의 임플란트(인공 치아)를 모두 제거했다. 임플란트 주변의 염증을 방치해 잇몸뼈가 심하게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주치의는 “다시는 임플란트를 심을 수 없고 틀니를 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대한치주과학회의 ‘잇몸의 날(24일)’ 기자 간담회에서 소개된 A씨 사례는 임플란트 사후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근래 고령화와 식습관 변화로 임플란트 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많아졌으나 올바른 사후 관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임플란트 주위 질환’을 겪거나 심한 경우 심은 임플란트를 제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24일 보건의료 빅데이터 개방 포털에 따르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65세 이상의 임플란트 진료(1단계)는 2019년 84만4223건에서 2023년 93만6150건으로 10.8% 늘었다. 진료 인원은 같은 기간 53만4663명에서 61만9735명으로 15.9% 증가했다. 임플란트 제거 관련 진료와 인원은 2023년 22만3879건, 17만6342명으로 2019년(10만5473건, 8만4785명)보다 각각 배 이상 늘어 증가세가 더 가팔랐다. 요즘엔 잇몸질환 유병과 임플란트 치료 연령이 40·50대 등으로 낮아지는 추세여서 이들 보험급여 밖 대상까지 포함하면 임플란트 이식이나 제거 인구는 훨씬 더 많을 거로 치주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실패 임플란트’ 제거 사례 증가

임플란트 주위 질환은 치태(치아 표면의 세균막)로 인해 임플란트 주변 잇몸 조직에 염증이 생기고 더 진행되면 잇몸뼈까지 소실되는 상태를 말한다. 임플란트 주변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주위 점막염’, 염증뿐만 아니라 골 파괴가 동반되는 ‘주위염’으로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다. 치과용 탐침으로 임플란트 주변 잇몸을 누르면 푹 들어가고 출혈이나 고름이 관찰된다. 초기 점막염 단계에서 적절히 치료하면 염증 제거가 가능하지만 염증이 주변으로 확산하면 뼈 소실이 가속화된다. 잇몸뼈의 50% 이상이 소실되면 ‘실패 임플란트’로 간주해 일단 제거해야 한다.

한국인 대상 연구에서 임플란트 이식받은 사람의 39.7%가 주위 점막염을, 16.7%가 주위염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플란트 시술자의 절반 이상(56.4%)이 주위 질환을 겪는다는 의미다. 해외에선 해당 질환 유병률(점막염 43%, 주위염 22%)이 국내보다 높게 보고됐다.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박진영 교수는 “임플란트는 자연 치아와 달리 치주인대(치아를 단단하게 지지하는 결합 조직)가 없어서 염증이 발생해도 통증을 느끼기 어렵고 증상이 나타났을 땐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며 “심한 경우 뼈 소실이 발생해 재건 수술을 해도 원래대로 복원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치주질환(잇몸병)보다 임플란트 주위염의 자각이 더 어렵고 진행이 빠르다. 박 교수는 “임플란트 식립 후 사후 관리가 부실하면 5~10년에 걸쳐 주위 질환이 진행되고 결국 임플란트를 다시 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치주과학회의 대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임플란트 시술 경험자(173명)의 3.5%만이 시술 후 잇몸 염증, 음식물 끼임 등의 불편함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는 국내외 임플란트 주위 질환 유병률이 50~60%대로 조사된 것과 대비된다. 이에 대해 치주과학회 민경만 홍보위원장은 “환자 대부분이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가 나중에야 문제를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응답자의 60.7%는 임플란트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처럼 자각 증상이 늦어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에 임플란트를 건강하게 오래 유지하려면 철저한 사후 관리와 정기 검진의 실천만이 최선이다.

장기 유지 위해 ‘위험 요인’ 주의

특히 임플란트 주위 질환 고위험군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선행 연구에 의하면 치주염 병력자는 건강한 사람에 비교해 2.29배 주위 질환 위험이 크다. 치태 지수가 높으면 임플란트 실패 위험이 3.8배 상승한다. 철저한 칫솔질과 주기적인 치과 방문으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이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75배, 골다공증 치료제(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 사용자는 2.69배,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투약자는 3.2배, 매일 1병 이상(16도 소주 기준)의 술을 마시는 과음자는 2.3배 주위 질환 발생 위험이 크다. 또 최근 1년 이내에 두경부쪽 방사선 치료를 받은 경우 임플란트 생존율이 2.63배 감소한다.

지금까지 연구에서 임플란트에 가장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담배다. 흡연은 주위 질환 위험을 5.89배나 높인다. 임플란트 실패율을 더 상승시킨다. 임플란트를 했다면 금연은 필수다. 관악서울대치과병원 김윤정 교수는 “이런 식의 환자 개별 요인 말고도 임플란트 지대주 및 보철물의 형태, 결합을 위해 쓰인 점막 하방 골시멘트의 잔존, 주위 연조직의 형태와 두께, 이식 위치 이상 등도 주위 질환 위험 요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임플란트 시술 후 자가 구강위생 관리와 함께 정기적인 유지 치료(기계·화학적 세정, 보철물 조정 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울대치과병원 김성태 교수는 “임플란트 이식 후 초기 1년간은 3개월마다, 1년 이후엔 개인별 위험도 평가를 통해 저위험군은 6~12개월, 중위험군은 3~6개월, 고위험군은 3개월마다 유지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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