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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쿠르상 수상작 ‘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방한
2023년 공쿠르상 수상작 <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작가가 24일 서울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방한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세상에 어쩔 수 없는 건 없어

도심의 데모 풍경 프랑스와 비슷


자신과 사회에 대한 투쟁이 주제

한국 독자들도 자신 모습 찾기를


“‘독재정권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시민이 허락했기에 발생한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어쩔 수 없는 것은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결국 힘이라는 것은 시민들의 손아귀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프랑스 문학계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한 작가 장바티스트 앙드레아(54)는 24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린 방한 기념 간담회에서 파시즘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에 넣은 이유에 대해 “책의 주인공은 사회와 자기 자신에 투쟁하는 인물이다. 전 세계적으로 독재정권이 득세하는 시대에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앙드레아는 “이 작품은 넓은 의미에서 공포와 테러라는 독재의 수단에 투쟁하는 이야기”라며 “주인공들이 사회와 가족, 나아가 자신과도 계속 투쟁하면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모습은 우리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말했다.

20년간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한 앙드레아는 2017년 첫 소설 <나의 여왕>으로 주목받았으며, 네 번째 소설 <그녀를 지키다>(Veiller sur elle)로 2023년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지난 20일 국내 출간된 <그녀를 지키다>는 무솔리니의 파시스트당이 집권하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왜소증을 타고난 천재 조각가 ‘미모’와 여성이라는 한계를 느끼는 명문가의 ‘비올라’가 바티칸이 숨긴 피에타 석상의 진실을 찾아가는 내용을 담았다. 이탈리아의 소도시에까지 파시즘이 득세하는 모습도 그려진다.

그는 “당신이 어느 날 벤치에 앉은 노숙인을 봤다면 그저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겠지만, 그가 갑자기 억만장자가 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노숙인이 달라 보일 것”이라며 “내가 공쿠르상을 받았을 때 느낌이 노숙인의 상황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낸 소설 4권을 관통하는 주제에 대해 “자기 자신을 의심하는 자신과 사회에 투쟁하는 인물들을 담았다”며 소설 속 등장인물들과 직업 예술가로서 자신의 투쟁이 일맥상통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35년간 글 쓰는 것 외에 다른 직업은 가져본 적 없다. 그렇기에 직업 예술가로서의 투쟁은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주제”라고 했다.

그는 “예술가들은 성공을 거두기 전까지 ‘투명인간’ 같은 취급을 받다 성공하면 ‘아이돌’이 된다. 나는 다행히 성공했지만, 그렇지 못한 예술인들과 예술계의 모습에 대해 관심이 많다”면서 “노동조합 등의 제도를 통해 예술인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길 바라며 그에 대한 투쟁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2일 방한한 앙드레아는 26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제3회 ‘공쿠르 문학상-한국’ 심사와 수여식 참석 및 작가와의 간담회 등 행사를 연다. 그는 “이틀간 서울 거리를 걸었다. 데모가 일어나는 도시의 풍경은 프랑스에서도 익숙해서 불편하지 않았다. 도시적인 건축물과 자연이 융화된 분위기가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떠올리게 했다”고 말했다.

영화계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만큼 한국에 대한 인상은 주로 한국 영화들로 만들어졌다고 했다. 기억에 남는 한국 영화로 원빈 주연의 <아저씨>(The Man from Nowhere)를 꼽았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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