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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통공사에서 먼저 제시해
저감장치 필터 교체할 필요 없어
다중이용시설 확대 적용 가능



24일 오후, 서풍을 타고 유입된 스모그 탓에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날 방문한 대전 서구 서대전네거리역 근처도 마찬가지였다. 잿빛 하늘에 거리를 걷는 사람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낀 채였다.

동장군의 추위가 물러나자 봄 기운보다 빠르게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찾아왔다. 황사와 스모그에 섞인 미세먼지는 환경뿐 아니라 인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미세먼지를 막기 위한 기술개발이 시급한 이유다.

한국기계연구원이 지하철 역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초미세먼지 저감장치를 선보였다. 필터를 교체할 필요가 없는 새로운 장치로 유지·관리가 편할뿐 아니라 미세먼지 저감율도 기존 장치보다 개선했다.

기계연이 개발한 새로운 장치는 대전 서대전네거리역을 비롯한 3개 역사에서 실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날 오후 서대전네거리역의 지하 공조실에 들어서자 실제 작동하고 있는 초미세먼지 저감장치를 볼 수 있었다. 가로·세로 약 2m 크기의 이 장치가 작동하자 10초 만에 웅장한 소음과 함께 계기판의 초미세먼지 수치가 급격히 떨어졌다. ‘나쁨’ 수준이던 수치(46㎍/㎥)는 순식간에 ‘좋음’ 수준인 3㎍/㎥까지 내려갔다.

미세먼지 저감장치를 작동하자 초미세먼지 농도가 46㎍/㎥에서 3㎍/㎥으로 낮아졌다./이호준 기자

기계연이 개발한 이 장치는 2021년 대전교통공사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저비용·친환경 방식의 지하철 미세먼지 저감 기술이 필요하다는 요청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공 R&D 과제로 기계연이 사업을 수행하게 됐다. 당시 대전은 서울(20%), 대구(50%) 등에 비해 지하철 미세먼지 저감장치 보급률이 낮았고, 기존 장치는 전력 소모가 크고 금속판을 물로 세척해야 해 유지관리에 어려움이 많았다.

김학준 기계연 책임연구원은 “기존에는 우리가 기술을 먼저 개발하고 R&D 수요를 만들었지만, 이번에는 공공기관이 먼저 필요성을 제시했고, 그에 맞춰 실증과 사업화를 이끈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기존 지하철 미세먼지 저감장치는 필터 기반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먼지가 필터에 쌓이며 공기 흐름이 막히는 문제가 있었고 또 필터 청소 등 유지보수 비용도 커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정전기 방식도 도입됐지만, 고전압을 사용하면서 오존이 과다 발생하는 부작용이 뒤따랐다.

24일 대전 서대전네거리역에 설치된 미세먼지 저감장치에 대해 김학준 기계연 책임연구원이 설명하는 모습./이호준 기자

기계연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초박형 미세섬유 전극을 활용한 기술을 도입했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급 전극에 적은 전류를 흘려 음이온을 생성하고, 이 음이온이 미세먼지에 붙도록 한 뒤 양전하를 띤 집진판이 이를 끌어당기는 구조다. 실제 현장에 있는 저감장치 속 약 4㎡ 면적의 집진판에는 300여개의 전극이 촘촘히 배치돼 있었다. 기존 전극은 굵기가 밀리미터 단위로 굵었기 때문에 높은 전압이 필요했으나 이번에 적용한 기술은 극세사 전극을 사용해 전력 소모량이 적다.

세척 방식도 간편하다. 기존에는 물을 대량으로 써서 세척하고, 이후 건조시간이 오래 걸리는 습식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이번 장치는 반대편에서 공기를 불어 먼지를 탈락시키는 건식 방식을 채택해 매일 야간 시간대에 간편하게 세정이 가능하다.

1년간 실증단계를 거친 이 장치는 현재 서대전네거리역 등 3개 역사에 설치돼 실제 운행 중이다. 운영 기간 터널 배출 초미세먼지는 73%, 내부 공기는 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저감 장치를 전체 역사로 확대 운영할 경우 저감율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게 기계연의 설명이다. 또한 오존 발생량도 4ppb(10억분의 1을 의미하는 농도 단위)로 일반 대기 수준(약 30ppb)보다 훨씬 낮다.

류석현 기계연 원장이 저감기술 성과 시연 및 기자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는 모습./이호준 기자

기계연은 KC코트렐, 와이티시스템, 세기 등에 관련 기술을 이전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대규모 시설은 KC코트렐이, 소형 장치는 와이티시스템, 세기와 함께 상용화 중”이라고 설명했다.

기계연은 앞으로 학교, 백화점, 산업시설, 반도체 공정 등에 이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학교에 기술을 적용하면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30만 학급에서 사용 중인 공기청정기의 필터 교체비용이 매년 300억원에 달한다. 무필터 방식의 공기청정기가 도입되면 비용 절감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류석현 한국기계연 원장은 “20년 이상 정전기술을 연구해 온 기계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초미세먼지 저감기술을 개발했고, 2년간의 실증을 통해 그 안정성과 효과를 입증했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공공시설에 확대 적용하여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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