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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탄핵 기각]
◆ 미궁에 빠진 尹 선고일
기각 5명중 4명 재판관 미임명 위헌
의결정족수 놓고도 6대 2로 갈려
정계선 "국가혼란 가중" 유일 인용
쟁점별로 재판관들 시각차 뚜렷
문형배 등 퇴임 직전 선고할수도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한덕수 국무총리 파면 여부를 두고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의견이 5(기각) 대 2(각하) 대 1(인용)로 갈리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판관들은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한 채 “비상계엄을 방조한 증거가 없고 파면할 정도의 중대한 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탄핵소추 사유가 상대적으로 간단한 한 총리의 탄핵 심판에서도 재판관들이 각기 다른 의견을 제시한 만큼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도 같은 모습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헌재가 윤 대통령 파면 여부를 이달 중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 총리 탄핵 심판은 24일 선고 기일에서 인용을 위해 필요한 재판관 6인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해 기각됐다. 재판관 8명 가운데 5명(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김복형 재판관)은 기각을, 1인(정계선 재판관)이 인용으로 판단하면서 의견이 갈렸다.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탄핵소추에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며 소추 자체가 부적합하다는 ‘각하’ 의견을 내 본안 판단을 하지 않았다.

앞서 국회는 △김건희, 채 상병 특검법 재의요구권(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 △12·3 비상계엄 선포 묵인·방조 △한동훈 전 대표와 공동 국정 운영 구상 표명 △내란 상설 특검 임명 절차 회피 △헌법재판관 3인 임명 거부 등 5개 사유로 지난해 12월 27일 한 총리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바 있다.

기각 의견을 제시한 재판관들은 한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 내란 행위를 묵인하거나 방조한 증거가 없다고 봤다. 또 △특별검사 임명 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 △비상계엄 선포, 내란 행위 방조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국정 공동 운영 시도 등도 총리 탄핵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의견이 분명히 엇갈린 건 조한창·정계선·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보류한 임명 거부였다. 재판관 4명(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가 헌법·법률 위반에 해당한다면서도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관들은 “국회가 가지는 재판관 3인의 선출권은 독자적이고 실질적인 것”이라며 “대통령은 국회가 헌법 111조 3항에 따라 재판관으로 선출한 사람에 대해 임의로 임명을 거부하거나 선별해 임명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김복형 재판관은 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가 ‘즉시 임명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헌법에 어긋나거나 법을 아예 어기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국회 탄핵소추 의결정족수에 대해서도 각기 다른 의견이 나왔다. 6명의 재판관은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할 뿐 본래 신분상 지위에 따라 총리 기준(151석)을 적용하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법률적 대행자로서 예정된 기능·과업을 수행한다는 의미로, 권한대행 또는 권한대행자라는 공직·지위가 새로 생긴 게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각하 의견을 낸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는 대통령만큼이나 신중하게 행사되도록 해석해야 한다”며 의결정족수를 ‘대통령 기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한 총리 측은 그간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하려면 대통령 기준(200석) 의결정족수가 적용돼야 함에도 국무총리 기준(151석)이 적용됐으므로 소추를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8명 재판관 가운데 탄핵 인용 의견을 내린 건 정계선 재판관이 유일했다. 정 재판관은 특히 기각 의견을 낸 김복형 재판관과는 180도 다른 의견을 제시해 이들이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에서 정면충돌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정 재판관은 “(한 총리가)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로 논란을 증폭시키고 혼란을 가중시켰다”며 “헌재가 담당하는 정상적 역할과 기능마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만드는 헌법적 위기 상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헌재가 한 총리 탄핵소추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지 87일 만에 최종 판단을 내렸으나 크게는 세 갈래, 세부적으로는 네 갈래로 나뉜 의견들이 나오며 윤 대통령 최종 판단에도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헌재는 최근 탄핵 사건 및 권한쟁의 사건 등에서 8대0 전원 일치 결론을 내왔다. 앞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 사건에서 재판관들이 4대4로 갈렸으나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탄핵 심판 등에서는 모두 전원일치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총리와 같이 상대적으로 복잡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던 만큼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에서도 논쟁이 계속될 수 있다”며 “내란죄를 소추 사유에서 들어낸 것, 대통령 방어권 보장 등의 문제에서 심각한 논의가 오갈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 탄핵 선고는 한 총리 선고 이전에는 28일이 유력하게 떠올랐으나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기 전인 다음 달 4일이나 11일까지도 늦춰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다음 달 18일 퇴임한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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