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LLM ‘믿음 7B(70억) 파라미터(매개변수) 모델’
오픈소스서 비공개
독자모델 개발 한계
특화전략 승산 평가
오픈소스서 비공개
독자모델 개발 한계
특화전략 승산 평가
게티이미지뱅크
‘챗GPT 쇼크’ 당시 독자 기술로 인공지능(AI) 모델 개발에 나섰던 한국 기업들이 최근 들어 해외 빅테크와의 기술 협력으로 노선을 바꾸고 있다. 국내 기업이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이 최대 오픈소스 플랫폼에서 사라진 사례도 나왔다. 독자 기술에 기반한 ‘한국형 AI’에 집착하기보다 해외 오픈소스를 활용해 특화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글로벌 AI 경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오픈소스 플랫폼 허깅페이스에서 자체 개발한 LLM ‘믿음 7B(70억) 파라미터(매개변수) 모델’을 비공개 처리했다. 오픈소스는 전 세계 개발자들이 무료 공개된 AI 모델을 빠르게 이용·검증할 수 있는 연구의 장이다. KT는 믿음을 출시하면서 “모델을 개방해 새로운 서비스와 혁신 아이디어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는데, 2023년 10월 공개 이후 1년이 채 안 된 지난해 6월 오픈소스 공개 전략을 철회했다.
업계에서는 오픈소스에 올린 모델을 비공개하는 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KT가 독자적 AI 모델 개발에 힘을 빼고, 해외 빅테크와의 협업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 오픈소스 비공개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 관계를 맺고 오픈소스를 활용해 한국적 AI 개발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사 모델을 공개하지 않지만 오픈소스에 올라온 타사 기술은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KT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설정한 공개기한이 만료된 것”이라며 “믿음은 내부적으로 계속 고도화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도 최근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맺는 등 원천기술 확보에 매달리지 않고, 해외 빅테크 기술과 자체 모델을 모두 활용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KT나 카카오의 이 같은 전략 변화가 오히려 AI 경쟁력을 키우는 데 효율적일 수 있다. 딥시크 등에 이미 뒤처진 상황에서 AI 모델을 하나 더 개발하는 것보다 이미 공개된 모델을 활용해 특화 AI 모델을 내놓는 게 더 전략적 선택이라는 이유에서다.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이 갈릴레오 등 선대 과학자들의 도움을 ‘거인의 어깨’라고 표현했듯 한국도 오픈소스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서 시작하면 된다”며 “완전히 처음부터 독자 기술이나 데이터만 가지고 개발한다면 효율성이 떨어지고, 일의 크기만 과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술로만 개발한 모델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모델 소스를 한국에 맞게 잘 개량한 것도 ‘한국형 AI’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혜영 한국정보공학기술사회 AI정책추진단장도 “한국 시장만 겨냥한 K-AI 모델은 글로벌 시각에서 봤을 때 민간 시장에서 경쟁력이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범용 LLM을 만드는 것보다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특화된 AI 모델을 만드는 것이 훨씬 승산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