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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위헌 인정하고 탄핵 기각한 헌재
법관 편향 공격하던 이들 무색하지 않나
윤 탄핵심판 이후, 승복하는 세상 돼야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기각을 선고하기 전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들어서고 있다. 최주연 기자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기각이 유감스러운 이들이 있을지 모른다.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게 위헌이라면서 인용 의견은 왜 한 명이냐며,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의결정족수가 3분의 2 찬성이어야 한다는 각하 의견은 2명뿐이냐며, 못마땅한 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각 5, 인용 1, 각하 2로 갈린 법관들 의견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증명한다. 위헌이어도 탄핵에 신중해야 한다는 기각 판단은 우리 공화정이 작동한다는 증거다. 계엄 이후 공격당하고 상처 입은 법치와 헌정질서는 이렇게 복구되고 있다. 재판관들이 공격과 겁박에 흔들리지 않고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할 때 당사자와 지지자들이 승복함으로써 민주주의 회복을 완성해야 한다.

법 집행에 온몸으로 저항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공식적인 승복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이날 기각 결정이 당연하다고 환영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위법한 수사, 불법 영장, 사기 탄핵이란 선동으로 국가기관에 맞섰고 서울서부지법 침탈마저 감쌌다. 한 보수 신문은 ‘이념적으로 치우쳤다고 지적받는’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 헌재 8명 중 3명(40%)을 차지해 ‘편향성 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문제 삼았고, 이 연구회를 ‘정치 결사체로 생각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며 자진 해산하라고도 썼다. 이들에게 묻고 싶다. 한 총리 탄핵심판을 비롯해 9건의 탄핵심판이 줄줄이 기각된 것도 연구회 출신 3명이 함께 내린 결정인데 여기엔 이의가 없나? 이번엔 맞는 결정이지만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그것은 편향적인가? 애초에 이들 연구회가 편향적이라는 예단이 어디서 왔나. 바로 이 신문과 정치인들이 줄기차게 주장해서 만들어 낸 편견 아니었던가. 판결 해설에 흔히 판사의 이력을 끌어오고, 공부 모임을 ‘좌파 성향’이라 일컫고, 주요 보직 인사나 이슈가 된 판결 때마다 연구회를 언급해 낙인찍기에 성공한 것이다.

12·3 계엄 이후 한국 사회는 이전과 다르다. 대통령 탄핵 결과에 불복할 것을 걱정하는 이들이 대다수일 만큼 국민 분열과 사법부 불신이 깊어졌다. 생각이 다르면 무력으로 배제하고 진압할 수 있다는 극우 파시즘에 둔감해지고 관대해졌다. 미국에서 반문화의 본거지 포챈(일베와 유사한 인터넷 커뮤니티)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대안 우파의 중심 세력을 형성한 것과 마찬가지로, 혐오와 조롱의 인터넷 문화, 반페미니즘과 피해자 정체성의 이대남 정서는 청년 극우화로 진화하는 중이다. 나쁜 정치인과 선동가들이 계엄을 옹호하고 서부지법 침탈을 정당화하며 이들을 세력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반감 때문에 탄핵에 반대하는 이들을 제외하더라도, 계엄을 옹호하고 탄핵에 반대하는 극우 동조 여론이 15~20%에 달한다. 이들 중에는 부모, 자식, 직장 동료, 친구 또한 있을 것이다. 그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건 이미 주어진 현실이다. 우리는 이러한 세상을 살아내야 한다.

내게 자식이 없다면 이 비관적 미래를 조금은 담담하게 견딜 수도 있겠다. 그러나 자녀 또래를 바라보면 걱정스러워 뭐라도 하지 않을 수 없다. 탄핵 이후 우리가 만날 세상은 분명 더 분열적이고 위태롭다. 정권이 바뀐다 해서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부터 시작해야 한다. 법치를 존중하고 제도를 신뢰하는 것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또한 성향과 가치가 다른 이들을 갈라 치고 공격하기보다 마음을 열고 용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화제의 드라마 ‘소년의 시간’에는 어린 13세 아들이 어쩌다 괴물이 되었는지 이해하지도 못하고 용납할 수 없지만, 자식과 결별하지 못하는 부모가 나온다. 그들처럼 불편하게 살아가야 하는 시간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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