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헌법재판소가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심판 청구를 기각하자 주요 외신들은 “한국의 정치 상황이 변곡점을 맞았다”고 평가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헌재가 한 총리에 대한 탄핵을 기각하고 권한을 돌려주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비롯된 2개월여간 정치적 혼란이 새로운 전환을 맞았다”고 짚었다. CNN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이어진 한국 정치 드라마에서 최신의 전환점”이라고 전했다.
외신들은 한 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복귀를 긍정적으로 봤다. 블룸버그통신은 “무역 의존 국가인 한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위험에 처해 있다”며 “한 총리의 복귀는 정치적 리더십을 명확히 해 시장에서 환영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사히신문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행의 대행’을 맡는 이례적인 체제가 끝났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우려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복귀했지만, 헌재는 아직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해선 선고 기일도 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주말 서울 거리를 메운 수만 명의 윤 대통령 지지·반대 시위대는 법원이 빨리 결정을 내리기를 촉구하지만, 양극화된 이 나라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기 힘들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난 8일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경호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며 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BBC도 “한국은 (한 총리 탄핵 기각 결정을 내린) 동일한 법원(헌재)에서 내릴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를 두고 긴장에 휩싸여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헌재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둘러싼 합법성과 관련해선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며 “향후 윤 대통령 탄핵 판결과 관련해 (단서가 될 만한) 통찰력을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 총리 탄핵 심판 기각이 향후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AP통신은 “이번 판결이 윤 대통령 탄핵 심판과 큰 관련은 없지만. 윤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고, 야당에 대한 정치적 공세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WP는 한 총리 탄핵 기각을 두고 “전문가들은 정당이 반대 세력을 마비시킬 수단으로 탄핵을 과도하게 쓰는 위험한 전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고 했다.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는 26일 예정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2심 선고에 따라 야당 내 역학 관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26일 이재명 대표 2심 판결, 이르면 다음 주 중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내려질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한국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야당 대표가 잇따라 사법 판결을 받으며 조기 대선 가능성 등에 영향을 미칠 ‘전례 없는 일주일’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