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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하늘에서 본 울산 울주군 온양읍 대운산 정상 일대. 곳곳에서 불이 꺼지지 않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울산 울주군 온양읍 일대 산불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건조한 날씨에 강풍까지 더해지며 좀처럼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울산시와 산림당국은 24일 오전부터 헬기 13대를 동원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진화장비 67대와 인력 2414명도 투입됐다.

하지만 초속 4~6m의 강풍과 건조한 날씨 탓에 불을 끄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전 11시 기준 산불영향구역은 382㏊로 이날 새벽 6시 기준 278㏊보다 더 넓어졌다. 69% 수준이던 진화율도 63%로 떨어졌다. 남은 불줄기는 5.9㎞가량이다.

이날 아침부터 주변 지역에 만들어진 비구름의 영향으로 약한 빗방울이 짧게 떨어지긴 했지만, 불을 끄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비구름마저도 사라진 상태다.

오후 들어 기상상황은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순간 바람이 최대 15m 이상에 이르는 돌풍이 불 것으로 내다봤다.

다행히 이번 산불로 민가나 시설물 피해는 없었다.

24일 오전 울산 울주군 온양읍 대운산자락에 있는 내원암에 산림당국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조처를 하고 있다. 주성미 기자

온양읍 대운산자락에 있는 내원암은 산을 넘나드는 불씨 사이에서 불안한 밤을 보냈다. 이 사찰의 김지은(51) 사무장은 “밤새 소방관들과 함께 절을 지켰다. 새벽 5시에서는 절 건물 너머로 불이 시뻘겋게 보여서 무서웠다”며 “해가 뜨고 헬기가 다니면서 상황이 안정됐다”고 말했다.

아슬아슬하게 화마를 피한 온양읍 양달마을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24일 오전 울산 울주군 온양읍 양달마을. 이 마을 뒤쪽 골짜기에 불씨가 날아들어 화마를 입을 뻔했다. 주성미 기자

이 마을에 야산을 등지고 살고 있는 오세은(78)씨는 “건넛마을에서 보는데 불이 고마 풀풀 날아댕기길래 조마조마했다”며 “아는 집에 (22일) 느까(늦게) 가가(가서) 있는데 마음은 콩밭이니 (23일) 새벽 5시에 바로 집에 왔다”고 했다. 오씨의 대피 길에는 5년 전 자신과 함께 고향에 돌아온 진돗개 똘이도 동행했다. 오씨는 “아무 탈 없이 똘이랑 같이 집에 돌아올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바람이 많이 불어 걱정인데, 빨리 불길이 잡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미(62)씨는 “첫날 낮에 이장님 방송을 듣고 건넛마을로 대피를 하는데 발걸음이 안 떨어지더라. 마을 뒤쪽 골짜기까지 불이 왔다는데 이제 우리 마을도 큰일 났구나 싶었다”며 “40여년 동안 이 마을에 살면서 이렇게 산불 때문에 마음을 졸인 건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산불은 지난 22일 낮 12시12분께 울주군 온양읍 운화리 야산에서 났다. 불은 야산 인근의 농막에서 주민이 용접 작업을 하다 불씨가 튀면서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산불로 현재까지 6개 마을 162가구 170명이 대피했다.

울산에는 지난 20일 오전 10시 이후 닷새째 건조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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