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주민, 화재 소식 접하고 성묘객 마주쳐
"붙잡고 어디 가느냐 물었는데 대답 못해"
"붙잡고 어디 가느냐 물었는데 대답 못해"
23일 산불 진화용 헬기가 경북 의성군 안평면 야산에 불을 끄기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뉴스1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의 실화자로 추정되는 성묘객이 당시 산에서 급하게 내려오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마을 주민의 주장이 나왔다.
24일 경북 의성군 등에 따르면, 괴산1리 마을 주민 A씨는 화재가 발생한 22일 오전 11시 24분쯤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 정상에서 산불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의성군청 관계자로부터 전해 듣고 가장 먼저 불이 난 곳으로 향했다.
화재 발생 30분 정도 지난 오전 11시 55분쯤 현장 근처에 도착한 A씨는 불이 난 곳에서 내려오는 성묘객들을 봤다. A씨는
"헐레벌떡 내려오는 성묘객 무리와 마주쳤다. 어디 가느냐고 붙잡고 물어보니 대답을 못했다"
고 말했다. 이어 "머뭇거리면서 가려고 하길래 안 되겠다 싶어서 (성묘객 무리가 타고 온) 자동차 번호판 등을 사진으로 남기고, 도망가면 안 된다고 일러뒀다"며 "이후 경찰이 (성묘객 무리를) 데리고 갔다"고 전했다. 23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 정상 부근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곳에 라이터가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제공
화재 현장에 도착한 A씨는 "불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번진 상태였다"고 했다. 그는 "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신월리 방향으로 삽시간에 옮겨붙었다. 헬기를 투입해야 한다고 군에 바로 알렸다"고 말했다. 불이 난 곳에서는 라이터가 발견됐다. 경찰은 성묘객을 상대로 기초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성군 관계자는 "괴산리 야산 산불은 성묘객 실화에 따른 것"이라며 "실화자는 직접 119에 '묘지를 정리하던 중 불을 냈다'고 신고했다"고 밝혔다.
화재 사흘째를 맞은 이날 의성군 산불 진화율은 오전 6시 기준 65%를 보이고 있다. 경북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현재 산불이 화염으로 진행되고 있는 화선의 길이는 안평면 84.9㎞, 안계면 41㎞다. 총 화선 길이는 125.9㎞, 산불영향구역은 6,861㏊(헥타르)로 전날 오후 9시 기준보다 약 780㏊가 증가했다. 당국은 일출 직전인 오전 6시 30분부터 산불 진화용 헬기 57대를 투입해 진화작업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