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각 5명, 인용 1명, 각하 2명
재판관 불임명 위헌이라고 본 4명
“헌재 무력화 목적이라는 증거 없어”
재판관 불임명 위헌이라고 본 4명
“헌재 무력화 목적이라는 증거 없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직무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사건을 24일 기각했다. 헌재 결정에 따라 한 총리는 곧바로 총리직에 복귀한다.
헌재는 이날 오전 10시 헌재 대심판정에서 한 총리 탄핵사건 선고기일을 열어 재판관 5(기각)대 3(인용1·각하2) 의견으로 이렇게 결정했다. 헌재는 우선 국회가 한 총리의 탄핵소추 의결 정족수를 대통령 기준(200석)이 아닌 총리 기준(151석)을 적용한 것은 타당하다며 각하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사건의 기각·인용 여부에 대한 판단에 들어갔다.
앞서 한 총리는 총리 시절 △‘채상병·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고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했고 △계엄 직후 당·정 공동 국정운영 구상을 밝혔으며, 대통령 권한대행 때에는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를 방기하고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27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선고 날인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착석해 있다. 공동취재사진
쟁점마다 재판관들의 판단은 분분했다. 우선 기각 의견을 밝힌 5명 재판관 가운데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재판관 등 4명은 △‘채상병·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건의 △12·3 비상계엄 사태 적극 가담 △계엄 직후 당·정 공동 국정운영 구상에 대해선 위헌이라고 판단할 구체적 증거가 없다며 기각했다.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 방기 의혹에 대해서도 “피청구인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지 않은 실질적 기간은 약 10일 정도에 불과하다”며 “피청구인은 특검 후보 추천 의뢰의 적절성 및 그 영향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했던 사정이 엿보인다”며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그러나 4명 재판관은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은 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당시 재판관 선출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극심한 상황에서 국회로부터 재판관 선출 통지를 받기도 전에 국무회의나 담화문 등을 통해 여야의 합의를 전제로 재판관을 임명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하는 등 국회가 선출한 3인을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겠다는 거부 의사를 미리 종국적으로 표시함으로써 헌법상의 구체적 작위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4명 재판관은 “피청구인의 재판관 임명 거부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헌재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목적 또는 의사에 기인했다고까지 인정할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발견되지 않는다”며 “당시 재판관 임명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지속되던 와중에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로 피청구인의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역할과 범위 등에 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파면사유까지는 아니라고 봤다.
기각 의견을 낸 5명 재판관 중 1명인 김복형 재판관은 재판관 불임명도 위헌이 아니라며 한 총리 탄핵소추 사유에는 법 위반이 없다고 봤다. 김 재판관은 결정문에서 “피청구인의 재판관 임명 의무는 국회로부터 재판관 선출 통지를 받은 이후 발생하는데 한 총리는 국회의 재판관 선출 통지 후 국회가 선출하는 3인을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겠다는 거부 의사를 밝힌 적은 없다”고 밝혔다.
탄핵 인용 의견을 낸 정계선 재판관은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를 방기하고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정 재판관은 “피청구인이 비상계엄을 둘러싼 각종 사건에 대해 특검을 통한 신속한 수사가 이루어질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돼 사회적 혼란을 수습하고 법질서를 회복하고자 하는 특검법의 목적을 심각하게 저해했다”고 밝혔다. 재판관 3인을 임명하지 않은 것과 더불어 이런 사유들에 대해 정 재판관은 “국가적 혼란을 신속하게 수습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오히려 헌법·법률 위반 행위로 논란을 증폭시키고, 헌재의 기능마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만드는 등 헌법적 위기상황을 초래했으므로 중대한 위헌사유에 해당한다”면서 한 총리를 파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한 총리 사건이 각하돼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한 총리 탄핵소추 사유에는 국무총리였을 때와 대통령 권한대행이었을 때의 행위가 섞여 있는데 이럴 때는 탄핵소추의 신중한 행사를 위해 대통령 기준(200석)을 따르는 게 맞는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