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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안을 24일 기각 5, 각하2, 인용 1 의견으로 기각했다. 지난해 12월 27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87일 만이다. 한 총리는 즉시 직무에 복귀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한다.

헌재는 이날 오전 한 총리 탄핵심판의 선고기일을 열고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김복형 재판관 5명은 기각, 정계선 재판관은 인용, 정형식·조한창 재판관 2명은 각하 의견을 제시했다.

기각 의견을 낸 5명 중 4인은 한 총리가 국회에서 선출된 조한창·정계선·마은혁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보류한 것이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어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김복형 재판관은 기각 의견에 동참하면서도, 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도 ‘즉시 임명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위헌·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국회는 한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공모하거나 묵인·방조했으므로 파면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각 의견을 낸 5인과 인용 의견을 낸 정계선 재판관 등 6인은 “피청구인(한 총리)이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 적극적 행위를 했음을 인정할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이밖에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공동 국정 운영 체제’를 꾸리려 시도하고 윤 대통령 관련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조장·방치했다는 탄핵소추 사유도 인정되지 않았다.



정계선 재판관 유일하게 인용
정계선 재판관은 유일하게 인용 의견을 냈다. 그는 한 총리가 이른바 ‘내란 특검’의 후보자 추천을 제때 의뢰하지 않는 것은 특검법·헌법·국가공무원법 등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고, 재판관 임명 거부와 더불어 파면할 만큼의 잘못이므로 한 총리를 파면해야 한다는 인용 의견을 냈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하려면 대통령 기준(200석) 의결 정족수가 적용돼야 하는데 총리 기준(151석)이 적용됐으므로 소추를 각하해야 한다는 한 총리 측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다. 헌재는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에는 본래의 신분상 지위에 따른 의결정족수를 적용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는 대통령만큼이나 신중하게 행사되도록 해석해야 한다”며 의결 정족수를 대통령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맞고, 따라서 국회의 탄핵소추를 각하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가결한 뒤,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던 한 총리도 12월 27일 탄핵 심판에 넘겼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27일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김건희 여사·해병대원 순직 사건’ 특검법 거부권 행사와 관련된 국무회의 주재 및 재의요구권 의결 ▶비상계엄 선포 묵인·방조·공모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공동 국정 운영 체제 시도 ▶내란 상설특검 임명 불이행 등을 이유로 한 총리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김경진 기자

계엄 사태와 관련해 형사 재판, 탄핵소추 등에 넘겨진 고위 공직자 중 사법기관으로부터 본안 판단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덕수 “이제 좌우 없어…나라 발전 마지막 소임”
탄핵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면서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마지막 소임으로 생각하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우리의 젊은 미래 세대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우선 급한 일부터 추스려 나가도록 하겠다”며 “제가 앞장서서 민관 합동으로 세계 변화에 대응하면서 준비하고, 실천하고, 지정학적 대변혁의 시대에 대한민국이 잘 발전할 수 있도록 국무위원과 정치권과 힘을 합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좌우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국민들과 정치권, 언론, 시민단체, 기업, 정부 국무위원 모두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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