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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하반기 HBM4 양산 목표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한국경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올해 2분기부터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반도체 저승사자’로 통하는 모건스탠리마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지난해 9월 ‘반도체 산업에 겨울이 오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며 SK하이닉스에 대한 목표가를 54% 낮춘 지 7개월여 만이다.

삼성전자도 사업 회복 시점으로 2분기를 콕 집었다. 반도체 산업의 선행 지표라 할 수 있는 거래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가’가 없는 메모리 반도체는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실적과 직결된다. 모건스탠리는 이 같은 변화와 하반기 업황 회복을 기대하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보다 145% 높여 잡았다.
감산·전환이 이끈 메모리 가격 상승D램은 범용과 고성능 모두 가격이 올랐다. 고성능 D램 현물 가격은 최근 한 달 사이 4.9달러에서 5.1달러로 7.8% 올랐다. 이 같은 D램 가격 상승은 7개월 만이다.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3월 18일 DDR5(16기가 기준) 제품의 평균 현물 가격은 5.1달러였다. 고성능 D램인 DDR5는 데이터센터 서버나 최고급 PC에 들어간다. 대리점과 소비자가 거래하는 ‘현물 가격’은 시장 심리를 즉각 반영한다는 점에서 반도체 선행 지표로 여겨진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을 거듭하던 범용 D램도 반등했다. 범용 D램 DDR4 8Gb 제품의 평균 현물 거래 가격은 1.49달러를 기록했다. 3월 7일(1.442달러) 이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D램 가격이 반등한 것은 주요 소비처인 스마트폰·PC 시장에서 주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중국 정부가 이구환신(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보조금을 확대하면서 중국에서 IT 소비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 주요 요인이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OEM사의 D램 재고는 올해 1분기에 정상 재고 수준(D램 5~6주)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고 PC D램 역시 재고가 빠르게 소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스마트폰, PC, 서버 차례로 재고 조정이 완료돼 수요가 나아지고 있으며 특히 낸드플래시는 공급자 감산과 모바일·PC의 수요 증가 덕에 공급자 가격 인상이 시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고객사가 D램 구매를 앞당기고 있는 것도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도널트 트럼프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우려에 따른 선구입 수요도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이 더 오르기 전 D램 구매를 앞당기는 고객사도 있어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연말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이어진 공급 축소가 이번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고 본다. 스마트폰, PC, AI 관련 수요가 늘어나고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는 와중에 주요 메모리 공급 기업의 생산량 증가 추세가 줄면서 가격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관련 수요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수요는 더 다각화되는데 공급자들은 장기간의 다운사이클 공포와 범용 반도체 수요 둔화 우려로 적극적인 투자를 꺼리면서 공급을 크게 줄였다”며 “그 결과 올해 2분기부터 일부 서버 및 모바일 D램 가격 인상이 시작되고 메모리 사이클은 2026년까지 구조적 업사이클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AI용 메모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지난해 수요가 폭발했지만 스마트폰과 PC에 들어가는 범용 D램은 공급과잉에 시달렸다. 경기가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전자제품 구매가 줄어든 가운데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저가 D램을 쏟아내면서 공급과잉을 부추긴 영향이다.

그러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기업은 범용 D램 생산 속도조절에 나섰다. 공장 증설은 연기하고 기존 D램 라인을 HBM 설비로 전환하면서 D램 투자 규모는 줄었다.

이 애널리스트는 “낮아진 수요 기대에 맞춰 삼성전자가 P4 생산라인 가동을 연말로 연기하고 SK하이닉스 역시 M16 증설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줄임에 따라 올해 글로벌 D램 생산 증가율은 이전의 18%에서 15%로 또 하향조정됐다”며 “HBM은 2배 가까이 증산되는 반면 올해 메이저 D램 3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일반 D램 생산 증가율은 전년 대비 6%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가 올해 반도체 업계 승부처로 꼽히고 있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는 하반기 HBM4 양산 목표를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3월 19일 6세대 HBM(HBM4)부터는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5세대 HBM(HBM3E) 12단 제품은 빠르면 2분기 엔비디아 공급을 시작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9일 HBM4 12단 샘플을 세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들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메모리인 낸드플래시의 반등세는 더 뚜렷하다. 업계가 2년 동안 뼈를 깎는 감산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감산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 마이크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 키오시아, 샌디스크 등 제조업체들이 (낸드) 감산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주로 가동률을 낮추고 공정 업그레이드를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감산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4분기 실적발표 이후 낸드플래시 생산량 감축을 시사했다. 회사 측은 “일부 낸드 제조사가 수요 둔화 영향을 받아 낸드 감산을 발표했다”며 “SK하이닉스 역시 2023년부터 이어진 탄력적 투자와 생산 기조를 유지하면서 수익성 중심의 사업 운영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감산 영향으로 하반기부터는 낸드플래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년 동안 공급이 줄면서 낸드플래시 가격은 상승세에 접어들었다. 낸드 범용 제품은 지난해 하반기 2015년 이후 10년 만의 최저가로 떨어지는 등 D램보다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최근에는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낸드 가격 인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 낸드 업체인 샌디스크는 4월 1일부터 모든 제품 가격을 10% 이상 인상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마이크론, 중국 YMTC(양쯔메모리)도 가격 인상에 동참을 선언했다. 대만전자시보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4월부터 낸드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삼성전자에 돌아온 외국인 메모리 산업이 회복 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도 움직였다. 삼성전자는 3월 20일 장중 6만원 선을 터치하면서 연고점을 새로 썼다. 외국인 투자자가 3월 17일부터 20일까지 4거래일 연속 매수 행렬을 이어가며 9900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여전히 변수는 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와 경기침체 우려는 메모리 시장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중국 소비 시장 역시 대중 반도체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과 자사주 소각 등을 감안할 때 추가 하락 위험은 낮지만 D램 사업의 체질 개선이 확인되지 않으면 주가 재평가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HPC용 반도체의 본원적 경쟁력 상승이 확인되지 못할 경우 박스권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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