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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분당중앙공원 안 연못을 산란 장소로 삼았던 두꺼비들에게 새로운 길이 열렸다. 두꺼비가 연못으로 가는 길이 화단과 인도 사이 경계석에 가로막힌 모습을 보고 나무 계단을 만들어준 성남시 푸른도시사업소의 한 공원 관리 공무원의 작은 아이디어 덕분이었다.

지난 5일 경칩(驚蟄)을 전후해 분당중앙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중앙광장 인근 연못 주변에 설치된 나무 계단을 오르는 산란기 두꺼비 여러 마리를 볼 수 있었다. 겨울잠에서 깬 두꺼비는 주변에 모인 사람들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경사진 램프(ramp) 형태 계단을 기어 올라갔다. 이후 연못 안으로 들어간 두꺼비를 본 “대단하다”, “귀엽다”, 안녕, 잘 가”라고 했다. 나무 계단 앞엔 ‘두꺼비 산란 이동 경로. 치우지 마시오’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두꺼비 나무 계단은 성남시 녹지직 17년 차 공무원 배현우 주무관(6급)이 고안했다. 지난 2023년 3월 “두꺼비가 연못에 잘 못 들어간다”는 민원을 접수한 배 주무관은 처음엔 보도블록으로 돌계단을 쌓았다.

2023년 3월 설치한 두꺼비 산란 이동 간이 돌계단. ″두꺼비들이 연못에 잘 못 들어간다″는 민원을 접수한 푸른도시사업소 배현우 주무관은 경계석 철거 등을 고민하다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나무 계단을 제작해 2~6월 설치했다. 사진 성남시

배 주무관은 “공원 관리 주사님(공무직)들이 경계석을 넘지 못하는 두꺼비들을 일일이 손으로 연못 안에 넣어준 적도 있다”며 “경계석을 철거하는 방법도 고민했지만 공사 규모가 커지고 비용도 많이 들어 이동 시기에만 설치하는 나무 계단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계단 1개 당 제작 비용은 약 20만원이라고 한다.

산란기인 2월 중순부터 3월 중순, 연못에서 올챙이 시절을 거친 새끼 두꺼비가 연못에서 나와 산으로 올라가는 6월까지 한시적으로 나무 계단을 둔다. 이 계단은 100여m 둘레 연못 주변에 20m 간격으로 5곳에 있다. 다음 달 안엔 신상진 성남시장의 “두꺼비 이동 보호 방안을 마련해보자”는 지시에 따라 ‘5~6월 새끼 두꺼비 이동’ 표지판도 설치할 계획이다.

연못 둘레에 나무 계단은 시민들, 특히 아이들의 관심을 끈다. 분당중앙공원에서 30분 거리인 경기 광주에 거주하는 김모(43·회사원)씨는 “이제 막 한글을 읽기 시작한 5세 딸이 관심을 보이며 다가가 ‘산란이 뭐냐’고 묻기에 이 계단을 따라 두꺼비가 올라가 연못에 알을 낳는다고 알려줬다”며 “사람과 양서류 동물이 따뜻하게 공존해 살아가는 모습이 생태 체험이자 교육”이라고 말했다.

경기 성남 분당중앙공원 연못 주변에 설치된 두꺼비 산란 이동 나무계단. 지난 15일 정자동에 사는 어머니 김모(35)씨와 함께 산책 나온 4세 여아가 나무 계단 옆을 지나가고 있다. 손성배 기자

국립생태원은 연못 주변 두꺼비 전용 나무 계단이 산란기 두꺼비와 연못을 다시 빠져나오는 새끼 두꺼비에게 매우 유익하다고 설명했다. 장민호 국립생태원 선임연구원(양서파충류)은 “두꺼비에게 크기와 재질 모두 적당한 생태이동시설을 이용해 올라가게 하는 것”이라며 “마주치는 나무 덤불을 정리해주면 두꺼비가 이동하기 더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연구원은 또 “두꺼비는 봄이 됐을 때 가장 먼저 알을 낳는 기후변화 지표종”이라며 “해충을 잡아먹고 꿀벌 같은 유익충은 먹지 않기 때문에 생태계 중간자 역할을 하는 이로운 동물”이라고 했다. 다만 “독을 품고 있기 때문에 먹거나 상처 부위에 접촉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산란기 탄천 주변 자전거도로에선 두꺼비 찻길 사고(동물이 차 등에 치여 죽는 일)가 빈번하다. 자전거도로에 오는 두꺼비를 막을 방도가 없고, 자전거 우회 도로를 내기도 쉽지 않다. 정자동 주민 전모(38)씨는 “자전거도로에서 교미하는 두꺼비들을 자전거 탄 사람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밟고 지나가 안타까웠던 적이 있다”고 했다. 장 연구원은 “새끼 두꺼비가 도로로 나오는 5~6월에 자주 발생한다”며 “도로 주변에 망을 쳐 모아 놓고 건너편으로 옮겨주는 방법 등도 효과적”이라고 제안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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