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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신성장 전략 특별기획 : 태양광·정유]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OCI에너지 태양광 단지. 사진=한국경제신문


태양광·정유산업은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 수혜주로 꼽힌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내 제조업 부흥 등 정책 기조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와 동일하지만 에너지 정책에서는 극명하게 갈린다. 기후위기 회의론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와 셰일가스 시추 확대를 의미하는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공약을 내세우며 미국 최우선 에너지 정책을 펼쳐왔다.

화석연료 중심 정책으로의 회귀를 천명하며 취임 직후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산업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태양광처럼 경제성을 갖춘 재생에너지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풍력은 쓰레기, 태양광은 멋진 산업”이라면서 재생에너지원 간의 인식차를 드러내왔다. 전문가들은 태양광산업이 초기 투자비용은 높지만 대규모로 설치하고 나면 생산단가가 낮아져 경제성이 확보된다고 본다.

예룬 반 호프 PwC글로벌 에너지유틸리티&리소스(EU&R) 리더는 지난 1월 ‘트럼프 2.0, 글로벌 환경 변화에 따른 한국 에너지 시장 전망과 기업들의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효율성을 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성이 입증된 태양광발전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며 “지역별, 전원별로 단기적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며 특히 태양광처럼 이미 경제성을 갖춘 재생에너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美, 中 태양광 견제에 K태양광 반사이익 노린다


미국 조지아주 한화큐셀 카터스빌 공장 전경. 사진=한화큐셀


최근 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 급증에 따라 미국 태양광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미국의 태양광 패널 수요는 약 50GW(기가와트)로 전년 대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대규모 AI 투자를 위해서는 대규모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며 발전원 중 가장 저렴한 LCOE(균등화발전단가)를 보유한 태양광 등 미국의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는 지속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2024년 연간 및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미국은 최소한 20년 이상 전력이 부족한 국가”라며 “특히 AI 데이터센터는 전력 소비가 일반 데이터센터에 비해 워낙 막대한데 이런 굉장히 큰 수요를 메울 수 있는 건 태양광발전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OCI홀딩스는 말레이시아 소재 태양광 폴리실리콘 제조 계열사 OCI테라서스(옛 OCIM)를 기반으로 웨이퍼와 셀, 모듈로 이어지는 미국 태양광 밸류체인 수직계열화를 추진 중이다.

OCI홀딩스는 3월 20일 미국 태양광사업 자회사인 미션솔라에너지(MSE)의 부지에 독자적으로 태양광 셀 생산 공장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총 2억 6500만 달러(약 3840억원)를 투자해 오는 2026년 상반기 1GW(기가와트)의 태양광 셀 상업 생산을 시작하고, 하반기 1GW 규모의 점진적 증설을 통해 총 2GW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OCI홀딩스는 말레이시아 자회사 OCI 테라서스(옛 OCI M)의 폴리실리콘을 기반으로 신규 법인의 셀로 이어지는 비중국 태양광 서플라이 체인(클린 서플라이 체인)을 구축하게 된다.

OCI홀딩스 관계자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추가 20%의 관세를 매기면서 비중국 태양광 제품의 수요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앞서 회사의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글로벌 파트너사와 합작(JV) 등의 전략적 투자를 신중히 검토해오던 중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가속화하는 미국의 대중 관세 정책 등의 불확실한 시장 환경이 빠르게 조성됨에 따라 미국 시장 내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이번 신규 법인 설립에 대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했다.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사진=HD현대오일뱅크


미국의 태양광 확대 정책 기조에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인한 수혜도 예상된다. 미국은 대중국 견제 강화의 연장선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태양광 제조업 촉진을 위해 2월 4일(현지 시간)부터 미국에 들어오는 중국발 수입품을 대상으로 기존 관세에 더해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미국에 수출되는 중국산 제품에는 평균 20%의 관세율이 적용됐는데 모든 중국산 제품들에 10% 더 높은 평균 30%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이미 고율 관세를 적용 중인 중국산 태양광 폴리실리콘, 웨이퍼의 관세율이 기존 50%에서 60%로 인상돼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태양광 제품 가격이 인상됐다.

중국산 저가 공세에 고전해온 한국 태양광 업체들이 반사이익 기회를 얻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에서 태양광 밸류체인 수직계열화를 추진 중인 한화솔루션과 OCI홀딩스는 미·중 무역전쟁 상황이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고 현지 생산 및 판매량을 늘릴 수 있는 기회다.

미국 내 중국산 제재 기조는 더 강경해질 전망이다. 최근 공화당 소속 시의원이 “최근 미국 정부는 태양광 모듈 생산에 필요한 웨이퍼 및 기타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라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며 “조지타운 카운티 의회는 태양광 산업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추가 조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이 동남아 국가를 통한 중국 물량의 우회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동남아 4개국에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관세 부과 예외 대상이던 양면형 태양광 패널의 관세 유예를 종료한 것도 실적 반등의 기회로 여겨진다.

미국 조지아주에 25억 달러를 투자해 대규모 태양광 모듈 공장을 신설한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한화큐셀)은 지난해 2월 미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산 양면형 모듈의 수입 급증으로 대미 투자를 위한 시장 여건이 악화됐다”며 양면형 패널에 대한 관세 면제 폐지를 공식 청원한 바 있다.

화석연료와 함께 돌아온 트럼프, 정유업계도 수혜 기대


정유업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석유·천연가스 시추를 전면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발 원유 공급 증가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추진,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에 25% 관세 부과 정책이 호재로 꼽힌다. 원유 도입 단가를 낮춰 업계가 원가 절감과 정제마진 개선을 꾀할 수 있어서다. 그간 러시아가 중국, 인도 등에 저렴하게 원유를 팔면서 러시아산을 들이지 않는 한국 정유업체들의 원가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미국이 수입하는 캐나다, 멕시코산 원유에 관세가 붙으면서 미국 정제설비의 가동률이 하락한 점도 국내 업계에는 호재다. 미국은 캐나다로부터 하루 400만 배럴, 멕시코에서 40만 배럴의 석유를 수입하고 있다. 관세 폭탄에 미국 수출길이 막힌 캐나다산 원유 일부가 한국 등 아시아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캐나다산 원유는 중동산과 비교해 배럴당 15달러가량 저렴하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 부문 자회사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 등 한국 정유업체들이 중남미로부터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캐나다 원유가 미국 외 수출활로를 모색할 경우 중동, 중남미 등 업계와 가격경쟁을 하게 돼 원유 수입 단가가 낮아질 수도 있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친화석연료 기조는 한국 석유·화학업체들에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기존 정유·석유화학 분야 안정적인 사업을 기반으로 바이오에너지, 순환경제 등 미래 사업을 준비해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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