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 <16> 가족 간 금전 거래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빌려주면 세금 안 낸다’는 오해
진정성 담은 차용증 써 두고
이자 관련 세금 처리까지 꼼꼼히
Q:
50대 초반 직장인 A다. 노후 대비 주택을 구입하려는데, 3억원 정도 부족해 70대 부모님께서 도움을 주시겠다고 했다. 부모님은 “1억은 증여하고 2억은 차용증을 써서 빌려주는 형식을 취하자”면서 “차용증을 작성하면 증여가 아니라서 증여세를 안 내도 된다고 하더라”라고 하신다. 정말 부모님 말씀처럼 증여세 부담 없이 부모님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걸까?
A
: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노후 주택 마련이 어려워진 중년층이 부모 세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증여가 아닌 대여 형식을 취하면 과세를 피할 수 있다”는 오해가 퍼져있다는 점이다. 이는 세법의 실제 적용과도 거리가 멀다. 세법은 가족 간 자금 이전에 대해 '증여 추정'이라는 특별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서다. 실제로 판례에 따르면, ①제삼자 간에 주고받는 통상적인 차용증과 같은 형식과 내용을 갖춰야 하고 ②차용증 내용에 따라 이자를 지급하고 ③원금 상환 가능성 또한 높아야 하는 등 여러 가지 까다로운 잣대를 통과해야 대여 계약으로 인정한다.그렇다면 차용증은 어떻게 써야 할까. 일단, 차용증에 △대여 금액 △만기일 △이자율 △이자 지급일이 명시되면 된다. 이자율은 세법상 적정 이자율(4.6%) 이상의 이자를 지급하는 것으로 약정하면 가장 안전하게 증여 추정을 피할 수 있다. 또 세무조사에서는 차용증의 소급 작성을 의심하는 경우가 많아 작성 시점을 입증할 수 있는 ①공증 ②확정일자 받기 ③우체국 내용증명 발송 ④이메일로 차용증 사본 주고받기 등의 방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두 가지 중요한 고려 사항이 있다. 첫째는 부모님의 고령화에 따른 위험성이고, 둘째는 본인의 실질적 상환 능력이다.
먼저, 부모님의 연세는 차입 거래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현실적으로 고령의 부모가 자녀와 장기 상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세무 당국의 의심을 살 수 있다. 그래서 차용증 작성 시 부모님의 기대수명을 감안한 현실적인 상환 계획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80세 부모님이 자녀에게 자금을 대여하면서 20년 후 상환받기로 한 계약은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세무 당국은 이러한 비현실적 계약을 보면 "처음부터 돌려받을 의사가 없었던 것 아닌가?"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더 중요한 점은 만일 상환 기간 중에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미상환 원금은 상속재산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당신은 이자도 지급하고, 해당 원금에 대한 상속세까지 부담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당장 눈앞의 증여세를 아끼려다 더 큰 세금 부담을 지게 되는 것이다.
또, 자신의 상환 능력에 대한 객관적 평가도 필요하다. 만약 퇴직이 임박했거나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큰 금액의 차입거래는 증여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다.
차용증을 작성했다고 해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국세청은 차용증 내역을 매년 관리하며 금융거래를 관찰한다. 이자를 제때 지급하지 않거나 만기일에 원금을 상환하지 않았다면, 증여세 및 가산세가 소급 부과된다. 그래서 이자 송금 시 적요란에 "○월 이자"라고 명확히 기재하고, 이자 자금은 본인이 직접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하나 많은 분들이 놓치는 부분은 ‘이자에 대한 세금 처리’다. 부모님께 지급하는 이자는 '비영업대금의 이익'이라는 다소 낯선 이름으로 분류되어 27.5%의 세율로 원천 징수해야 한다. 자녀가 달마다 부모에게 이체하는 이자에서 세금을 떼어 다음달 10일까지 국세청 홈택스에 신고·납부하면 된다.
자금 지원 타이밍도 중요하다. 계약금은 증여로, 잔금은 대여로 지원받는 방식으로 시차를 두면 증여와 대여와의 한계를 명확히 할 수 있다. 대여 기간 동안에는 부모의 대량 현금 인출이나 일상적인 계좌이체도 조심해야 한다.
부모님과 대여계약서를 작성하고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증여세를 아끼려다 더 큰 세금 폭탄을 맞는 사례가 적지 않다. 허위 차용을 이유로 가산세가 부과되면 원래 내야 할 증여세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A씨의 경우, 3억원 중 1억원은 증여로 명확히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증여세 기본공제 5,000만원을 적용하면 실제 과세 대상은 5,000만원에 불과하므로 세 부담이 크지 않다. 나머지 2억원에 대해서는 앞서 설명한 대로 차용증을 작성하고 공증이나 확정일자를 받아두어야 한다. 면밀한 세금 계획으로 부모님의 지원도 받고, 세금 부담도 줄이면서, 무엇보다 떳떳하게 노후를 준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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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