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이었던 2017년 3월 10일 서울 안국동 안국역 5번 출구 앞에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회원들이 탄핵이 인용되자 헌재를 향하며 경찰버스 위에 올라갔다. 사진 중앙DB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자 경찰이 ‘버스 탈취 방어훈련’까지 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당일 경찰버스를 탈취하는 등 반대 시위가 격화되면서 지지자 4명이 사망하고, 63명의 경찰·시위 참가자가 부상한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단 취지다.
23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윤 대통령 탄핵 선고에 대비해 집회·시위 현장 투입 기동대를 중심으로 버스 탈취 방어훈련을 하고 있다. 이 훈련에는 서울청 8개 기동단과 타 시도청 부대 등 총 45개 부대 2700여명의 경력이 참여한다.
각 기동대는 버스 탈취 방어훈련 시 부대 내 시위대 역할을 하는 이른바 ‘레드팀’을 만들었다. 시위대가 사다리를 타고 차벽용 버스 위로 올라오거나 내부로 들어오는 상황 등을 가정해 이를 방어하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다. 120cm 장봉과 캡사이신이 든 이격용 분사기 등 경찰이 소지하기로 한 보호장구도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훈련에 참여한 한 지방청 기동대원은 “서울에서 3박 4일씩 숙영하며 경비와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며 “경찰 차단선을 유지하기 위한 훈련이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청 관계자는 “상설기동대를 중심으로 차벽 방어 훈련을 하고, 경찰서 단위 비상설부대는 당일 근무·검거 요령과 같은 훈련을 하고 있다”며 “부대 간 협력체계를 점검해 실전과 유사한 환경에서 현장 대응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 지방청 기동대가 지난 18일 탄핵선고에 대비해 연합 훈련하는 모습. 사진 서울경찰청
경찰이 경비 태세를 크게 강화한 건 과거 탄핵 집회에서 일어난 돌발상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인용되자 성난 지지자들은 폭력 행위를 이어갔고, 극심한 혼란 끝에 시민 4명이 사망했다. 특히 한 집회 참가자가 경찰 버스를 탈취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경찰 버스를 탈취한 운전자는 차벽을 50여 차례 들이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소음 측정 버스 위 대형 스피커가 떨어져 밑에 있던 70대 남성이 숨졌다. 나머지 3명 역시 인파에 깔리는 등 현장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경찰은 탄핵심판 선고 당일 전국 경찰관서에 ‘갑호비상’을 발령하고 경찰력 100% 동원 태세를 갖출 예정이다. 전국 기동대 388개 부대 소속 2만여 명이 동원되고 이 중 60%에 해당하는 210개 부대 소속 1만4000명은 서울에 집중적으로 배치한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빈틈없이 대비하고 있다”며 “특히 헌법기관의 기능을 침해하려는 불법·폭력 행위는 예외 없이 엄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