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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까지 서울 7만 호 입주 발표
현장 찾아가니 건축주도 "불가능"
이마저 오피스텔식... "법적 아파트"
전문가들 "아파트 통계에서 빼야"
현장에는 가 보셨어요? 공사 시작을 안 했다니까요. 이제 터 파니까 입주하려면 한 3년 걸릴 거예요.” 영등포구 청년안심주택 개발사 관계자

‘서울에 아파트가 충분하다’는 정부 발표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입주량 통계에 포함된 주택 사업장을 찾아가니 기초조차 없었고, 이마저 오피스텔과 유사한 청년용 임대주택으로 확인됐다.

23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14일 '서울 아파트 입주량은 앞으로도 충분할 것’이라는 자료를 배포했다. 신축 주택 공급난 우려가 확산하자 내년까지 입주량이 7만1,000호에 달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근거는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가 내놓은 민관 합동 통계였다. 한국부동산원은 서울시에서 받은 사업장별 입주 일정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19일 찾아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1300번지 청년안심주택 건설 현장. 작업하는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김민호 기자


19일 찾아간 공사장 출입구가 닫혀있다. 김민호 기자


그러나 본보가 입주 일정을 바탕으로 사업장들을 찾아간 결과, 국토부 발표대로 아파트가 공급될지 미지수였다.
공사비 증가 등 다양한 문제로 공사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보였다. 실제
영등포구 신길동 1300번지는 통계상 내년 11월부터 281호가 입주하지만 19일 찾아간 건설 현장은 드나드는 작업자가 거의 없었다. 건축허가 표지판에 적힌 공기는 2027년 8월 30일까지였지만, 내후년 입주조차도 장담하기 어려웠다.
건축주(개발사) 관계자는 통화에서 “내년 11월 입주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현장을 보면 알겠지만 내년에는 당연히 준공 못 한다”고 말했다. 입주 가능일을 묻자 “아직 건물을 올리지도 않았으니 3년 후 문의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내년 8월 입주로 돼 있는 송파구 장지동 사업장도 마찬가지다. 개발사 관계자는 "공기 지연은 아직 없지만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며 확답하지 않았다. '정부에서는 내년 입주라고 한다'는 기자의 말에 관계자는 "아직 일자를 확정하기는 어렵다”고 재차 말했다. '정부에서 공사를 진행하는 게 아니잖느냐'는 투였다.

18일 찾아간 서울 강동구 길동 청년안심주택. 대로변에 선 붉은 외장 건물 2동이다. 김민호 기자


18일 찾아간 서울 강동구 길동 청년안심주택 내부. 아파트보다는 오피스텔에 가까운 모습이다. 김민호 기자


국토부 통계가 ‘아파트’를 조사한 결과인지도 의문이다.
통계에는 신길동, 장지동 사업장을 비롯한 공공·민간임대주택 ‘청년안심주택’이 1만8,391호나 포함됐다.
이들 대다수는 도시형생활주택으로 방 한두 개짜리 비아파트 주택 구조와 유사하다.
주차장 규모, 소음방지대책 등 주택 기준이 완화돼 외관은 오피스텔처럼 보인다.

강동구 길동 청년안심주택이 대표적이다. A·B동이 대로변에 나란히 배치됐는데 총 567호 가운데 386호(68%)가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이다.
이들은 모두 전용면적 36㎡ 이하이고 17㎡형이 압도적으로 많다. 층마다 복도 양편에 현관이 배치됐고 A동은 지하 주차장도 없다.
기계식 주차장(89대)이 있지만 스포츠유틸리티자동차(SUV)는 30대만 주차 가능하다. 세대당 주차 대수가 1대 이상인 일반 공동주택과 거리가 멀다. 인근 광진구 ‘더포디엄830’, 동대문구 ‘장안동 하트리움’은 스스로 '청년용'이라고 내세운다.

18일 찾아간 서울 강동구 길동 청년안심주택 A동 외부 주차장. 거주자는 안쪽 기계식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김민호 기자


서울 강동구 길동 청년안심주택 주택 배치도. 홈페이지 캡처


국토부는 통계에서 밝힌 공급 예정 주택은 모두 건축법상 아파트라는 입장이다.
비아파트 주택이 통계에 포함됐다는 지적(본보 이달 18일자)에 재차 반박 자료를 낸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에서도 청년안심주택이 외관상 통상적 아파트는 아니라고 인정한 점을 보면 공급량을 늘리기 위한 '영끌 통계'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전용면적 85㎡ 이하 5층 이상 도시형생활주택의 법상 분류는 올해 1월에야 ‘소형 주택’에서 ‘아파트형 주택’으로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청년안심주택을 굳이 아파트로 집계할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시장은 도시형생활주택을 그냥 ‘원룸’으로 평가한다”며 “아파트 통계에 포함하려면 수량을 따로 표기해야 옳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도 "거주자가 장기간 거주하는 ‘온전한 주택’으로 보기 어려우니 아파트 통계에서는 빼야 한다”고 밝혔다.

연관기사
• "서울 아파트 입주 7만 호 충분"… 실상은 원룸·임대주택까지 '영끌 통계'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1409310003325)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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