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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에 산청 산불서 600m 비화 현상
산불 대응 핵심 전력인 대형 헬기 부족
산불 현장 덮은 연기...헬기도 무용지물
"지상 산불 진화 위해 임도 확충해야"
경남 산청군 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 사흘째에 접어든 23일 산청군 단성면 상공에서 산불 진화 헬기가 일몰 전 주불을 잡기 위해 분주히 물을 퍼 나르고 있다. 산청=뉴스1


주말 사이 경남 산청군과 경북 의성군 산불이 크게 확산한 배경에는 강풍과 낮은 습도 등 산불이 나기 쉬운 기후 조건이 있었다. 여기에 산불은 초기대응이 중요한데 적시 적소에 진화장비가 투입되지 않은 것도 확산 이유로 꼽힌다.

23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산림청에 따르면 산청군 산불 발화 이후 초속 10m 안팎의 강풍이 불었고 순간최대풍속은 초속 20m에 달했다. 의성군에서도 순간최대풍속이 초속 16m로 매우 강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초여름 날씨에 외부 활동이 크게 늘면서 22일 하루에만 전국에서 29건의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며 "바람이 거센 산청과 의성에서는 '비화(飛火)' 현상까지 나타나 피해가 커졌다"고 말했다. 비화 현상은 불씨가 바람을 타고 다른 곳으로 날아가 옮겨붙는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바람이 불면 산불 확산 속도는 26배 이상 빨라진다.

'도깨비불'로도 불리는 비화는 수백m 건너까지 불씨를 옮긴다. 산불 진화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산청 산불도 전날 비화 현상으로 들판과 도로는 물론 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하동군 옥종면까지 번지기도 했다. 산림 당국은 불씨가 600m 이상 날아가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남성현 전 산림청장은 "다 꺼진 것처럼 보이는 산불도 돌풍을 만나면 되살아나고,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다 떨어져 불을 번지게 한다"며 "2022년 경북 울진 산불 당시에는 비화 거리가 2km에 이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산불 대응의 핵심 전력인 전용 대형 헬기 부족도 초기대응 실패 원인으로 거론된다. 산림청에 따르면 산청·의성 산불 사흘째에도 30대의 산불 진화 헬기를 투입해 진화하고 있지만 대부분 1,000~3,000L 규모 중소형 헬기다. 물 5,000~8,000L를 한 번에 뿌릴 수 있는 대형 헬기는 5대뿐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지난해처럼 1만L 이상 대형 산불 헬기를 임차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LA 산불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각국에서 산불 헬기 국외 반출 금지 분위기가 조성돼 실패했다"며 "대형 산불 헬기가 있었다면 이번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림청은 지난해 산불 진화 전문 헬기 7대를 3개월(2~4월) 동안 해외에서 임차한 바 있다.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경찰청 2대, 소방청 12대, 군 28대, 지자체 29대 등 산림청 소유 외 72대의 헬기가 지원에 나섰는데, 역시 대부분 500~1000L급 소형 헬기다. 군 헬기 중 대형(10대)이 있지만 산불 진화용이 아니라 담수량이 적다.

이 밖에 지상 작전을 펼치는 데 호락호락하지 않은 지형과 임산 도로(임도) 부족도 산불 확산 원인으로 지목된다. 임도가 있다면 '산불 킬러'로 불리는 고성능 차량이 현장에 접근해 근거리에서 진화 작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산불 현장에는 임도가 거의 없어 산 아래서 호스를 수백m씩 끌어오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인력이 호스를 일일이 끌고 접근해야 했고, 사망사고도 임도가 없는 곳에서 발생했다"고 말했다.

부족한 임도에서 비롯된 '더딘 야간 산불 진화'는 이튿날 헬기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밤사이 산을 태우면서 난 연기가 화재 현장(화선)을 가려 공중 작전을 무력화한 것이다. 이날 산청에는 일출과 동시에 물을 뿌릴 헬기 31대가 대기하고 있었지만 오전 10시가 되어서야 진화 작전을 펼칠 수 있었던 게 단적인 예다. 산림청 관계자는 "바람이 세게 불어도 문제지만 안 불면 연기를 밀어내지 못해 문제"라며 "바람이 연기를 밀어낼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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