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경남 산청, 경북 의성, 울산 울주, 경남 김해, 충북 옥천에서 동시다발적인 산불이 발생했다. 진화대원들이 23일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청 산불 현장에 투입됐다가 극적으로 생존한 곽모(63)씨와 문모(64)씨는 지난 22일 진주 모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중이다. 3도 화상으로 얼굴이 퉁퉁 부어 입술을 떼기조차 힘들어 했다. 곽씨는 그날의 급박한 상황을 23일 힘겹게 전했다. 곽씨를 포함한 창녕군 진화대원 8명(60대)과 공무원 강모(33)씨는 초행길인데도 산청군 소속 인솔자 없이 22일 오전 11시30분쯤 산청군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고 한다.

그는 “선발대 4명이 100m 정도 앞에 가고 5명이 뒤에서 가고 있었다”며 “30분 정도 산에 올라갔는데 화염이 뜨겁게 느껴질 정도로 불길이 거세지고 4부, 6부 능선마다 100m 길이로 불길이 번져 하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불길이 다가오는 게 느껴져 곽씨는 휴대전화로 현장 사진과 좌표를 찍어 소방과 창녕군에 구조를 요청했지만 30분간 헬기는 오지 않았다고 한다. 곽씨, 문씨 동생과의 일문일답.


Q : 주불과 400m 떨어져 있었는데도 불덩이를 왜 피하지 못했나.

A :
“(곽씨) 불길이 이곳저곳으로 번지는 게 보였다. 안 되겠다 싶어서 하산하는데 불덩이가 보이더라. 위를 쳐다보니 위에도 불덩이가 있었다. 그러고나서 10초 만에 회오리처럼 불덩이가 몰아쳐 오더니 등 뒤로 화마가 덮쳤다.”
산청과 더불어 산불 피해가 큰 경북 의성군도 자욱한 산불 연기가 산을 뒤덮어 헬기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연합뉴스]

Q : 화마가 덮칠 당시 상황은 어땠나.

A :
“(곽씨) 다행히 바로 옆에 땅이 움푹 파인 웅덩이가 있어 5명이 서로 부둥켜안고 몸을 수그렸다. 진화복을 입고 모자를 썼는데도 화마가 등과 머리 위를 지나가면서 다 탔다. 온몸이 찢어지는 고통 속에서도 화마가 지나갈 때까지 20분 동안 죽은 듯이 움츠리고 있었다. 불길이 완전히 지나가자 갖고 있던 생수 2병을 몸에 끼얹고 나서야 발이 움직이더라.”

Q : 어떻게 하산했나.

A :
“(곽씨) 옆에 있던 진화대원들에게 “일어서라. 가자”고 외치면서 다독였다. 문씨는 도저히 못 내려가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일단 4명이 먼저 내려왔다.”
A :
“(문씨 동생) 형은 부상 정도가 더 심해 산 중턱에서 혼자 1시간 정도 있다가 꾸역꾸역 내려왔다고 한다.”
한편 진화대를 이끌다 숨진 창녕군 산림녹지과 소속 4년차 공무원 강모(33)씨는 전날 조카 100일 잔치 가족 모임을 하던 중 산청 산불 현장으로 출동하라는 호출을 받고 집을 나섰다고 한다. 고인의 큰아버지인 강인수(74)씨는 “몸무게가 80㎏가 넘는 조카가 알아볼 수조차 없는 모습으로 돌아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5243 [르포] '산소 카페'서 '잿빛 마을'로… 평생 일군 사과밭선 연기만 랭크뉴스 2025.03.28
45242 '비위' 파나마 前대통령, 정부 허가받고 옥살이 피해 망명 랭크뉴스 2025.03.28
45241 10명 중 8명 "너무 심각하다"…대한민국 불태운 갈등 뭐길래 랭크뉴스 2025.03.28
45240 美의회 "4년후 연방부채 GDP 107%…2차대전 직후의 최고치 돌파" 랭크뉴스 2025.03.28
45239 역대 최악 산불인데 '인공강우'로도 못 끈다…이유 보니 랭크뉴스 2025.03.28
45238 트럼프 "의회서 싸워달라"…'유엔대사 내정' 하원의원 지명 철회 랭크뉴스 2025.03.28
45237 “낙엽층서 계속 재발화” 주민·공무원들, 지리산 사수 ‘안간힘’ 랭크뉴스 2025.03.28
45236 뉴욕증시, 자동차 관세 여파에도 반등 출발 랭크뉴스 2025.03.28
45235 美국무 "베네수엘라, 가이아나 공격 시 나쁜 하루 맞을 것" 랭크뉴스 2025.03.28
45234 액상 전자담배, 니코틴 하나도 없다더니…소비자원 "무더기 검출" 랭크뉴스 2025.03.28
45233 "또 너냐"…트럼프, 정권 주요 사건 거푸 맡은 판사 '좌표 찍기' 랭크뉴스 2025.03.28
45232 美국무 "美대학가 反이스라엘 시위 관련 비자 취소 300명 넘어" 랭크뉴스 2025.03.28
45231 반차 내고, 휴강하고 거리로…총파업 참여한 시민 “헌재 신속히 선고” 랭크뉴스 2025.03.28
45230 주북 러대사 "北, 미∙러 접촉 재개에 긍정적…밀착 우려 안해" 랭크뉴스 2025.03.28
45229 역대 최악 산불인데 '인공강우'로도 못 끈다…안되는 이유 보니 랭크뉴스 2025.03.28
45228 금감원, 한화에어로 유증 ‘제동’...“신고서 정정해야” 랭크뉴스 2025.03.28
45227 최악 산불, 비 만들어서 못 끄나…'인공강우' 안되는 이유 보니 랭크뉴스 2025.03.28
45226 걸리면 치료제도 없는 이 병…하수관서 바이러스 검출에 ‘발칵’ 랭크뉴스 2025.03.28
45225 佛검찰, '카다피 뒷돈 수수 혐의' 사르코지 징역 7년 구형 랭크뉴스 2025.03.28
45224 '인공강우'로 최악 산불 못 끄나…안되는 이유 보니 랭크뉴스 2025.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