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람 개혁신당 의원(가운데)이 23일 국민연금 개혁안 반대 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8년 만에 국회를 통과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두고 뒤늦게 정치권 일각에서 “혜택은 기성세대가 가져가고 부담은 젊은 세대에 떠넘긴다”는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해 연금 전문가들은 “연금개혁 시동을 걸었으니, 재정안정을 위한 구조개혁을 시작할 때”라고 말한다.
국민의힘 김용태·김재섭·우재준, 더불어민주당 이소영·장철민·전용기, 개혁신당 이주영·천하람 의원은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금 개혁안에 대해 “강화된 혜택은 기성세대부터 누리면서 부담은 미래세대의 몫이 됐다”고 주장했다. 1980~90년대생인 이들은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는 돈’을 의미하는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고,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3%로 올리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 표결에 반대표를 던졌다.
비슷한 주장은 여권 내부에서도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청년세대에 독박을 씌워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개혁안에 따르면 연금 보험료율은 내년부터 8년에 걸쳐 매년 0.5%포인트씩 오르고, 소득대체율은 내년 한 번에 오른다. 기금 고갈 시기가 8년(2056년→2064년) 늦춰진다.
정치권의 ‘뒷북 반대’ 배경에는 2030세대의 반발이 있다. 직장인 서모(28)씨는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는데, 보험료를 더 내라니 달가울 사람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회사와 보험료를 나눠내는 직장가입자보다, 인상분(4%포인트) 전액을 내야 하는 자영업자가 더 큰 부담을 호소한다. 1인 미용실 원장 김모(32)씨는 “경기 악화로 매출은 줄어드는데, 연금보험료까지 오른다니 화가 난다”고 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위원장은 “젊은 층이 보험료를 더 오래 내야 하니 부담이 커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소득대체율 인상에 따른 혜택은 젊은 세대에 더 크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개혁 이후 30대의 보험료 인상 대비 연금 증액 효과는 50대보다 높다. 그는 “국회 연금특위가 구조개혁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첫발을 뗐으니 자동안정장치 등 구조개혁을 시작할 때”라고 했다.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20일 연금개혁안 국회 통과 직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