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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도중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난하며 몰아세우고 있다. AP 연합뉴스


슬라보이 지제크
|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경희대 ES 교수


한달 전, 도널드 트럼프는 가자지구를 호화로운 휴양지로 재개발하겠다는 자신의 구상을 표현한 듯한 인공지능 영상을 공유했다. 폐허를 맨발로 걷는 팔레스타인 어린이들 앞에 해안가에 늘어선 고층빌딩들이 보이고 “‘트럼프 가자’가 밝게 빛난다. 황금빛 미래, 새로운 삶!”이라는 가사의 음악이 경쾌하게 흐른다. 일론 머스크가 공중에 돈을 뿌리고, 트럼프는 리조트 수영장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칵테일을 즐긴다.

영상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트럼프는 이를 게시함으로써 팔레스타인인들이 겪는 고통을 오락거리로 전락시키고 그들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이는 저급 농담에 그치지 않고 정치 선전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상징한다. 전통적인 정치 선전은 허구를 진실로 포장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 경계를 의도적으로 흐리고 아이러니와 조롱을 현실 정치의 언어로 탈바꿈시킨다.

이러한 부조리와 진지함의 결합은 이스라엘의 정교한 정치 선전 전략인 ‘하스바라’와도 닮아 있다. 하스바라는 공식적인 설명뿐만 아니라 비공식적인 루머, 조작된 문서, 공개적 위협을 혼합하여 활용한다. 이러한 전략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최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뿌린 전단이다. 전단은 명백한 거짓 정보를 담고 있지만, “가자 사람들이 모두 사라져도 세계 지도는 바뀌지 않는다”는 잔혹한 메시지를 통해 공포를 효과적으로 전파한다.

그러나 이런 하스바라조차 트럼프의 선동 방식에는 미치지 못한다. 트럼프는 법과 논리를 초월한 존재로 군림하며, 모순되고 비합리적인 행동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방식으로 무제한적인 권력을 과시한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하루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정당한 지도자로 치켜세우다가 다음날에는 독재자라고 비난한다. 트럼프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은 과거 스탈린이 종종 처형 명단에서 무작위로 사람 이름을 삭제해 생사를 결정했던 것을 상기시키지만, 스탈린에게는 예외적인 행동이었던 이러한 비합리성이 트럼프에게는 표준적인 방식이다.

최근 그가 백악관 회담에서 젤렌스키에게 노골적으로 감사를 강요한 장면은 외교가 마피아식 갈취로 타락한 순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태도는 그가 과거 “여성의 신체를 마음대로 움켜잡았다”고 자랑스럽게 떠들고, 특정 국가들을 ‘똥통 국가’라고 조롱했던 것과 맥을 같이한다. 트럼프의 논리에서 그는 다른 이에게 아무 행동이나 할 수 있는 강력한 주인이고, 힘없는 존재들은 모욕과 굴욕을 견뎌야 마땅하다. 그는 다른 이들을 그렇게 취급해온 것처럼 젤렌스키를 ‘움켜쥐기’ 당해도 상관없는 대상으로 만들었다.

트럼프의 접근 방식은 결국 국제 외교를 거래로 축소시킨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안전 보장 대신 값비싼 광물 거래를 강요했다. 트럼프의 세계관에서 외교는 오직 힘의 논리로만 작동하고, 동맹과 주권은 협상 대상 항목에 불과하다. 그는 자신이 인도주의적 행위를 한다고 포장하지만, 그 속에는 철저한 착취와 거래 논리가 자리하고 있다. 그는 피해자인 우크라이나를 안보를 얻기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종속국으로 전락시킨다.

이것은 그저 정치적 쇼가 아니다. 그는 국제사회의 존엄성을 의도적으로 파괴하고 공감과 존중을 잔혹한 권력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세계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젤렌스키가 백악관에서 겪은 굴욕은 하나의 외교적 사건을 넘어 트럼프 정치의 도덕적 붕괴를 상징하는 사건이며, “나는 상대가 누구든 아무렇게나 움켜쥐고 뒤흔들 수 있다”는 그의 태도가 국제 외교의 영역까지 침범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트럼프가 가자지구에 대한 기괴한 판타지를 공유하고 우크라이나를 부당하게 대우하는 장면을 보면서 우리는 단순한 논란 이상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는 세계 질서와 기본적인 존엄성 자체를 위협하는 명백한 징후다. 권력이 존엄을 상실할 때 희생자가 되는 것은 인류 그 자체다.

번역 김박수연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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