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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정인교(오른쪽 두번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미국 무역대표부에서 제이미슨 그리어(왼쪽 세번째)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면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미국 경제계가 다음 달 2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한국의 비관세 장벽 중 하나로 ‘기업인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을 지목했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최근 미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의견서 한국 항목에서 “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근로기준법 위반, 세관 신고 오류 등으로 형사 기소, 출국 금지, 징역형 등을 자주 당해왔다”며 “한국이 경영자에 대한 과도하거나 불공정한 형사처벌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선진국에서는 기업이 법을 위반하면 민사로 다루고 개인이 아닌 법인을 처벌한다는 점도 거론했다. 이 의견서는 ‘매일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 같다’는 우리 기업인들의 처지도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기업인 처벌 범위와 수위가 선진국 가운데 가장 가혹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2023년 정부 발표에 따르면 414개 경제 관련 법률 중 형사처벌 항목이 5886개에 달했다. 이중 처벌이나 CEO가 처벌될 수 있는 양벌 규정이 적지 않다. 다수 선진국에서 배임, 근로자 안전·노동 관련 법 위반에 대해 처벌 조항이 없거나 경미한 것과 대비된다. 우리나라는 정치적 변수에 따라 기업인이 법적 조치되는 경우가 많다. 국정 농단 의혹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 2월 2심 무죄 선고가 나올 때까지 9년 동안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8번째 무역 적자국인 한국에 대한 관세정책을 정할 때 미국 상의의 의견서를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인 벌 주기가 국내 문제를 넘어 한미 간 통상 문제로 등장한 셈이다. 이참에 정부와 정치권은 경제 관련 형벌 규정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업인이 국회 출석 요구를 거부할 경우 징역형을 받도록 하는 국회증언감정법 등 반(反)기업 법안부터 접어야 한다.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경영상 실수에도 형사적 징벌을 가한다면 기업의 적극적 투자와 경제 활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과 근로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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