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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숙려캠프’ ‘나는 솔로’ 등 시청률·화제성 다 잡아
‘이혼숙려캠프’의 한 장면. 제이티비시(JTBC) 제공

남편은 종일 소주를 마시는 알코올중독이고, 30대 아들은 방에 틀어박혀 게임만 한다. 아들의 여자친구까지 집에 얹혀살며 용돈을 요구한다. 이들에게 돈을 주는 엄마이자 아내는 투덜대면서도 돌봄을 마다하지 않는다. 남편의 소주를 짝으로 구매하고, 아들을 대할 땐 혹여나 닳을까 애지중지하며 담배부터 커피까지 다 사다 준다. 지난 6일 방송 이후 화제를 모은 ‘이혼숙려캠프’(JTBC) 28회의 일화다. 이 기묘한 가족을 보며 울화통이 터진다면서도 채널을 돌리지 못한 시청자들이 많다. 실제로 이날 방송의 수도권 2049 타깃 시청률은 2.3%로, 목요일 전체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문제적’ 일반인의 사생활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대체로 방송을 볼 때는 답답한 상황에 화가 나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시청을 멈출 수 없다는 반응이다. 애청자들은 “설상가상의 자극적인 상황을 욕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다”거나 “우리 주변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마주하며 인간관계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다”고 말한다.

‘이혼숙려캠프’의 한 장면. 제이티비시(JTBC) 제공

‘이혼숙려캠프’는 이혼 위기의 부부들이 출연해 문제 상황을 관찰 카메라를 통해 보여주고 전문가 상담과 심리극 치료 등을 통해 타협점을 찾아나가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8월15일 첫 방송 이후 남편의 실내 배변을 금지하는 아내, 상습적으로 바람피우는 남편, 남편의 유전병을 이유로 시어머니를 ‘숙주’라고 표현하는 아내 등 극단으로 치달은 여러 부부의 모습이 방송을 탔다. 지난해 6~12월 방영한 ‘고딩엄빠’(MBN), 현재 방영 중인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MBC)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화제를 모은 프로그램이다.

연애 프로그램을 표방하는 ‘나는 솔로’(ENA) 역시 연애 앞에서 무너지는 인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에 시청자들 사이에서 일종의 사회실험이라 불린다. 연예인 지망생이나 인플루언서가 출연하는 다른 연애 프로그램과 달리 실제로 결혼을 간절히 원하는 이들이 나와 사랑을 찾기 위해 애쓰는데, 이 과정에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거나 상대의 말을 곡해하는 등 미성숙한 모습도 날것으로 드러난다. 이 때문에 일부 출연자가 온라인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나는 솔로’ 16기 영숙과 광수의 식사 데이트 중 “영숙님에 비하면 나는 산전수전이 아니다”라는 광수의 발언에 영숙이 “남의 인생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라”며 발끈하는 장면. 둘의 말다툼은 이후 에스엔엘(SNL)에서 패러디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 이엔에이(ENA) 제공

‘사생활 팔이’라는 비판과 악플을 조장한다는 우려에도 애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끊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자극적인 상황이 주는 재미와 중독성이 그만큼 강렬해서다. ‘나는 솔로’와 ‘이혼숙려캠프’를 즐겨 보는 직장인 박아무개씨는 “문제로 여겨질 만한 상황이 겹치고 겹치고 또 겹치는 걸 보는 게 재밌다”며 “보면서는 한숨도 쉬고 답답함도 느끼는데, 다음엔 어떻게 또 설상가상이 이어질지 궁금해서 다음 회차를 기다리게 된다”고 말했다. 남편과 ‘이혼숙려캠프’를 즐겨 본다는 이하영(31)씨도 “울화통도 터지고 도파민도 터진다”며 “‘왜 저래?’ 하고 짜증을 내면서도 계속 보게 되는 게 마약 같다”고 했다.

출연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며 묘한 안도감을 얻기도 한다. 박씨는 “‘이혼숙려캠프’에서 문제가 많은 자식들을 보고 부모님께 ‘복받으셨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나는 솔로’의 경우에는 출연자들이 기행을 하면 ‘공감성 수치심’이 일어 내 얼굴이 다 화끈거리다가도 프로그램 끝나면 바로 잊어버린다”며 “마치 재미있는 악몽 같다. 꿈꿀 때는 ‘와, 큰일 났다’ 하는데 깨면 현실이 아니니까 괜찮은 것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고딩엄빠’ 장면. 엠비엔(MBN) 제공

반면교사의 사례들을 보며 인간관계에 대해 공부한다는 이도 있다. 감정 이입해 보다 보면 자신이 출연자와 닮은 점은 없는지 떠올리게 돼, 해선 안 되는 행동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솔로’ 애청자 김준경(31)씨는 “스펙은 좋지만 성격적으로 결함이 있는 사람들도 나오고 연애에 대한 가치관도 다양하게 등장해 흥미롭다”며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지 싶다”고 말했다. 또 출연자들의 모습을 보며 “‘다른 사람의 말을 함부로 전달하지 말아야겠다’는 식으로 사회생활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프로그램의 인기는 사생활 관찰형 예능이 추구하는 방향성이 달라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처럼 연예인들의 이상적인 삶을 비추는 예능이 인기를 끌었던 과거와 달리, 요즘 시청자들은 이런 프로그램에 싫증을 낸다는 것이다. 김도훈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잘사는 연예인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는 데 사람들이 질린 것처럼 보인다”며 “팍팍한 내 삶과 다른 모습을 보는 것보다는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 내 안에 있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은 본성과 닮은 사람들을 보는 게 인기를 끌며 (일반인 사생활 예능이) 엔터테인먼트화됐다”고 풀이했다. 또 “인간의 욕망을 다 드러내는 장이 이미 유튜브로 펼쳐졌기 때문에 티브이(TV)가 그것을 닮아가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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