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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가 의외였다.
꽤 고가의 주상복합 오피스텔에서 집주인이 연락해 왔다.
주변엔 대형마트가 들어서 있고, 각종 편의시설도 잘 갖춰진 지역.
오피스텔 평수도 20평이 넘었다.
그간 나갔던 현장과는 소위 ‘생활수준’이 다른 곳이었다.

고인은 사후 2주 만에 발견됐다고 한다.
수개월간 월세가 밀리고 최근엔 연락도 끊겼다.
집주인은 명도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시신이 부패하는 과정에서 악취가 발생한다.
누구도 알지 못했던 고인의 죽음은 모르는 이웃의 집까지 찾아간 시취로 인해 알려졌다.
가족이나 지인이 아닌 생판 모르는 타인에 의해 발견된 죽음.

사는 지역을 보면 월세라고 해도 적은 금액은 아니었을 것이다.
보증금도 꽤 높았을 텐데….
사소한 의문을 뒤로하고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고인은 50대 초반의 남성이었다.
제법 넓은 오피스텔이었지만, 생활을 했다기보다 잠만 잤던 것 같았다.
짐도 조촐했고 거주한 기간이 길어 보이지 않았다.

한쪽엔 서류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폐기할 것을 분류하기 위해 꼼꼼히 확인했다.

이런저런 서류 속에서 망자의 이력이 대략 읽혀졌다.
고인은 건설회사 대표였다.
몇 달 전 부인과 이혼했다.

원래 살았던 곳의 등본도 나왔다.
그 주소지엔 더 이상 고인의 이름이 없었다.

등본상엔 이혼한 전 부인과 자녀들만 남아 있었다.
아마도 이혼한 뒤 이곳으로 이사를 왔던 모양이었다.

이어 다시 살피던 서류 더미 속에선 고소장이 나왔다.
조세범칙 혐의로 세무서로부터 고발당한 것으로 보였다.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검찰 송치.
불구속.

실제 용역을 제공하지 않고 거짓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는 것.
그런 방식으로 회삿돈 38억원을 횡령했다는 것.
이런 저런 서류에서 대략 그런 내용들을 읽을 수 있었다.
‘38억원을 빼돌렸다니 규모가 작지 않은 회사였나 보네.’

서류들을 대충 훑어보는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고발당한 시점과 이혼한 날짜.
이혼 직전 부인으로 변경된 건설사 대표직.

(계속)
사업가가 딴살림을 차렸거나 도박에 빠져 횡령을 일삼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고인은 그런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 이혼은 가족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어이없는 죽음과 감춰진 사연,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9638


〈어느 유품정리사의 기록〉 더 많은 기사를 보시려면?

‘미친개’ 아들에 질려버렸다…엄마가 죽고 5년뒤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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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찾았다” 집 나간 엄마, 18년 만에 시취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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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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