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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존여비 시대 맞선 ‘엄마들’
염혜란·아이유·문소리 등 열연
13회부터 이어지는 마무리 기대
아이유는 <폭싹 속았수다>에서 청년 애순 역을 맡았다. 넷플릭스 제공


※이 기사는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제주 해녀인 광례(염혜란)는 1951년생 딸 애순에게 말한다. ‘물질 하지 말라.’ ‘식모살이 하지 마라.’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어려운 형편이지만, 광례는 애순에게 “졸아붙지 말라. 푸지게 살아라”고 당부한다. 이토록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광례는 애순이 10살이 되던 해, 잠수병으로 죽고 만다.

혼자 남은 애순은 광례의 당부처럼 ‘요망지게(야무지게)’ 큰다. “‘섬 놈’한테는 절대 시집 가지 않겠다!” 외치며 시인을 꿈꾼다. 하지만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어릴 적부터 옆을 지킨 묵묵한 소꿉친구 관식과 결혼하게 된다. 제주를 떠나지도, 아궁이 앞을 떠나지도 못했지만 애순에게 이 결혼은 비극이 아니다. 평생의 동반자 관식과 함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을 길러내며 하루하루 작은 행복을 찾아간다. 그래도 소원이 있다면 딸 금명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한 편의 문학소설 같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내용이다. 1950년대 제주에 태어난 애순이와 관식이. 소꿉친구에서 부부가 된 두 사람의 인생 일대기를 그린 이 드라마가 연일 화제다.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해맑던 청년 오애순·양관식(아이유·박보검)이 ‘아기 부부’ 시절을 지나 세월만큼 성숙해진 중장년의 애순·관식(문소리·박해준)이 되기까지, 이 드라마는 ‘많던 꿈을 뒤로하고 자식을 키우는 데 인생을 바치는 우리네 부모님’의 이야기를 때론 유쾌하고, 때론 눈물 쏙 빠지게 그려낸다. 임상춘 작가는 ‘말맛’ 있는 대사와 소설 같은 문장으로 전 세대의 공감대를 살 수 있는 소재에 생생한 캐릭터를 덧입혔다.

아이유·박보검의 청춘 로맨스물 같았던 초반 분위기는 잠시뿐, 애순과 관식 부부에게 녹록지 않은 삶이 들이닥친다. 부부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지만, 시대가 문제다. 특히 애순은 ‘남존여비’ 풍조가 공고했던 시절 가난과 시집살이, 아들 출산 강요 등 그 시대 어머니들이 겪어냈던 힘듦을 고스란히 겪는다. 당찬 애순조차도 관식의 어머니·할머니가 강요하는 관습에는 순응하고 만다.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한 장면. 애순(아이유)이 아궁이 앞에 앉아 밖을 바라보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애순만을 바라보는 관식은 그 시대에 보기 힘들었을 ‘유니콘’ 같은 존재다. 속내를 쉬이 말하지 않는 무뚝뚝한 아버지의 모습은 전형성을 띠지만, 애순이 며느리로서 겪는 차별을 묵과하지 않는다. 꾹꾹 참던 애순이 결국 폭발하던 순간, 관식은 아내의 곁을 지킨다. “이 집 며느리 내가 안 시킨다”며 분가를 선언하는 식이다. 이 부부는 관습에 조금씩 저항하며 자식들을 길러낸다. 두 사람의 유년기부터 결혼 초반을 담은 1막(1~4회)을 보고 나면 시청자는 부부에게 너무 힘든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응원하게 된다.

드라마는 자식에게 한발 더 나아간 세상을 물려주고자 했던 ‘엄마’들의 이야기로 나아간다. 청년 애순 역을 맡은 배우 아이유가 딸 금명의 청년기를 1인 2역으로 소화하며 메시지가 극대화된다.

이를테면, ‘여자가 배 타면 재수 없다더라’는 미신을 듣고 큰 애순은 딸 금명이 관식의 배에 오르려 하자 저도 모르게 그를 제지한다. 하지만 곧 잡았던 손을 놓아주고선 본인도 배에 올라탄다. 아이유가 연기한 이 장면엔 역시나 아이유가 연기한 금명의 목소리로 “애한테는 그런 세상을 주기 싫어서, 엄마(애순)가 먼저 상을 엎었다”는 내레이션이 얹힌다.

<폭싹 속았수다>의 중년 애순 역의 문소리(왼쪽)와 딸 금명 역의 아이유. 아이유는 이 작품에서 청년 애순과 금명 역으로 1인 2역을 맡았다. 넷플릭스 제공


시대는 달라졌지만, 여전히 남녀 차별이 다 사라지지 않은 1990년대에 금명은 종종 애순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다. 지난 21일 공개된 3막(9~12회)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된 금명의 이야기에서 시청자들은 금명이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길 바라게 된다. 애순과 관식이 얼마나 딸을 귀하게 길렀는지를 앞선 회차들에서 착실히 설득당한 덕택이다.

<폭싹 속았수다>는 오는 28일 마지막 4막(13~16회) 공개만을 앞두고 있다. 로맨틱코미디 같은 ‘금명이의 남편 찾기’와 눈가를 촉촉하게 하는 ‘애순·관식 부부의 말년’ 이야기로 꾸려질 듯하다. 보편적인 시대적 불행을 겪으면서도 또박또박 행복을 찾아가는 애순과 그 가족들이었기에, 이들이 인생의 마지막 장도 예쁘게 채워 넣을 것이라 믿게 된다.

떫은 감귤 같은 인생도, 당신만이 있다면···아이유·박보검, ‘폭싹 속았수다’로 돌아온다꿈 많고 불안하던 청춘은 어떻게 나이 들어갈까. 제주에서 나고 자란 두 남녀의 모험 가득한 10대부터 세월을 겪어낸 중장년까지의 일생을 그린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오는 7일 공개된다. 연출을 맡은 김원석 감독은 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폭싹 속았수다> 제작발표회에서 “조부모님과 부모님 세대에 대한 헌사이자, 앞으...https://www.khan.co.kr/article/202503051619001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에서 중년기에 접어든 애순(문소리)과 관식(박해준)이 길을 걷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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