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의과대학 앞을 한 학생이 지나가고 있다. 한수빈 기자
경북대·고려대·연세대 의대가 지난 21일 등록 마감을 한 데 이어 오는 24일부터 일주일 사이 20개 이상 의대에서 올해 1학기 등록을 마무리한다. 연세대·고려대에서 재학생 중 절반 안팎의 의대생이 등록한 사실이 알려지자 의대생들 사이에 ‘미등록 인증’을 통한 수업 방해가 거세졌다는 의혹이 일었다. 대학가 안팎에서 1년 넘게 이어진 의대생들의 미복귀가 정당성을 잃었다는 여론이 점차 커지면서, 한때 무리한 증원 정책에 대한 항의로 명분을 쌓았던 동맹휴학의 동력이 사라져간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취재를 종합하면, 오는 24일 건양대를 시작으로 의대 등록 마감이 이어진다. 동국대·부산대·서울대·이화여대는 이달 27일까지 의대생들의 올해 1학기 등록을 받는다. 28일에는 가톨릭대·강원대·경희대·인하대·전남대·조선대·충남대가 의대 등록 마감을 한다. 을지대 의대는 30일까지 복학 신청을 받는다. 가톨릭관동대·건국대·단국대·아주대·충북대·한양대는 이달 31일을 의대생들의 등록 마감일로 정했다.
의대를 둔 40개 대학이 오는 28일을 의대생 복귀의 데드라인으로 잡아두면서 이번주는 의대생 복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달 31일까지는 의대생들의 복귀 움직임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의대생들이 올해 1학기 등록을 하더라도 수강 신청은 1과목으로 최소화하거나 출석을 안 해 유급을 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의료계는 고려대와 연세대에서 지난 21일까지 재학생의 절반 정도가 등록한 사실이 알려지자 대응에 분주했다. 일부 의대생들과 의사단체는 의대생 ‘절반 복귀’가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을 폈다. 절반가량의 의대생이 복귀했다는 뉴스가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을 담은 유튜브 영상도 제작됐다.
고려대 의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최근 이어진 ‘미등록 인증’ 글. 독자 제공
고려대 의대 내 강경파 학생들이 실명 ‘미등록 인증’을 유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 고려대 의대생은 최근 의대생들이 모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대화방에서 미등록 인증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학생은 “말로 ‘저는 미등록했습니다’라도 함께 해주시면 모두에게 힘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려대 의대 학생들을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며 “상당수 학생들이 올해 1학기 등록금을 납부한 사실이 알려지자 미등록 인증을 요구한 것 같다”고 했다.
대학가 안팎에선 1년 넘게 이어진 의대생들의 미복귀에 피로감을 호소하며 정당성을 잃었다고 보는 의견이 적지 않다. 지난 22일 대구에서 만난 한 경북대 재학생은 “대학이 의대생에게 가정통신문까지 보내야 하는 상황이 이상한 것 아니냐”며 “지난해엔 정부의 무리한 정책 추진을 반대한다는 명분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정부가 한발 물러선 것으로 안다”고 했다.
허영우 경북대 총장은 지난 13일 동맹휴학 중인 의대생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 제적 가능성을 알리고 복귀를 촉구했다. 경북대는 21일 등록 마감을 했지만 복귀 인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의대생들의 ‘미등록 인증’처럼 동료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행위가 공감 가지 않는다는 의견도 많았다. 연세대 의대 비상시국대응위원회(비대위)는 최근 의대생들에게 입장문을 보내 ‘연대의 의미’, ‘부당한 압제’, ‘저항’ 등을 강조하며 ‘미등록 휴학’을 촉구했다. 연세대 의대에선 올 초부터 실명 공개, 휴학 인증 등 수업 방해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연세대 사회과학계열 재학생은 “의대생이 똘똘 뭉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휴학하지 않는 학생들은 찍어냈던 것 아니냐”며 “이런 방식을 어떻게 ‘연대’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