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 난 산불이 서른 시간 가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산림 당국은 해가 뜨자마자 진화 헬기 52대를 동시에 투입했습니다.
다행히 어제보다는 바람이 잦아들면서 진화율은 50%를 넘어섰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하겠습니다.
김경철 기자, 현장 상황 전해주시죠.
◀ 기자 ▶
네, 저는 어제 산불이 시작된 경북 의성군 안평면 마을 근처에 나와 있습니다.
제 뒤로 보이는 산 중턱 곳곳에서 지금도 희뿌연 연기 기둥이 치솟고 있습니다.
메케한 연기가 온 마을을 뒤덮어 목이 따끔거릴 정도입니다.
아침부터 군용헬기 13대를 비롯해 모두 52대의 헬기가 투입돼 일몰 전 주불을 잡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다행히 바람이 초속 1미터 안팎으로 잦아든 덕분에, 진화율은 51%까지 올라간 상태입니다.
여섯 개 면에 걸쳐 70km 가까이 형성돼 있던 화선 가운데 절반 정도는 불길이 잡힌 겁니다.
특히 자욱하게 깔려 헬기의 시야를 방해하던 산불연기가 오후 들어 잦아들면서 진화헬기 투입도 속도를 더하는 모습입니다.
어제 낮 의성 중부에서 시작된 산불은 서쪽에서 불어온 강풍을 타고 부채꼴 모양으로 빠르게 번져나갔습니다.
어젯밤 의성군에서 인구가 가장 밀집한 의성읍내 북측을 가로지른 불길은 발화지점에서 25km가량 동진한 상태입니다.
산림당국은 안동과 맞닿은 의성군 옥산면 지방도 두 곳 10여km를 1, 2차 저지선으로 설정하고 헬기를 가동할 수 있는 일몰 전까지 진화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진화 인력과 장비도 크게 늘려 전문 진화대 2백여 명 등 모두 3천 7백여 명과 진화장비 450여 대가 투입된 상탭니다.
현재 의성 산불 영향 구역은 4천 헥타르를 넘어섰는데요,
아직 정확한 집계가 나온 건 아니지만, 2000년 이후 경북 내륙에서 발생한 산불 중 최대 피해였던 5년 전 안동, 예천 산불의 규모를 뛰어넘을 수 있단 관측도 나옵니다.
성묘객의 실화로 발생한 이번 산불로 신라고찰 운람사와 주택, 건물 등 74채가 전소 됐습니다.
지정대피소로 몸을 피했던 의성 35개 마을 1,300여 명의 주민 가운데 390명은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고, 의성과 인접한 안동시 길안면 주민 50명도 안동체육관으로 대피한 상태입니다.
특히 의성 3개 요양병원과 1개 요양원에 입원 중이던 200여 명의 노인 환자들은 응급차량 등을 통해 안동과 문경의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산불 발생으로 어제 개막해 9일간 이어질 예정이던 의성 산수유꽃축제는 일단 공연 프로그램이 전면 취소됐습니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산불 지휘본부를 찾은 고기동 행안부 장관 직무대행에게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했습니다.
어제 오후 중단됐던 중앙선 안동-경주 간 열차 운행은 오늘 새벽에 재개됐지만, 오늘 오전 재개됐던 청주영덕고속도로 서의성 나들목에서 안동분기점까지 양방향 통행이 오후 들어 다시 차단된 상태입니다.
지금까지 경북 의성 산불진화 현장에서 MBC뉴스 김경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