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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시작된 산불이 지난 22일 밤 산청군 단성면 자양리와 하동군 옥종면 두양리 경계지점까지 번져 불타고 있다. 송봉근 기자
경남 산청군에서 일어난 대형 산불을 진화하던 지자체 소속 공무원과 산불 진화대원 등 4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들이 현장에 투입된 시점을 전후로 바람이 거세지는 등 여건 변화로 불길이 급격히 번지며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



진화 인원 9명 고립, 4명 사망
23일 산림청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대응 최고 단계인 산불 3단계가 발령된 산청군 화재 현장에서 전날 진화대원 3명(60대)과 이들을 인솔한 공무원 1명(30대)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들과 함께 고립됐던 진화대원 5명은 구조돼 진주시 등 경남 소재 병원에서 화상 등 치료를 받고 있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진화에 나선 지자체 소속 진화대원이 산불에 고립됐다가 사망한 사고는 이례적이다. 최근엔 2023년 3월 경남 하동군에서도 진화대원(60대)이 숨지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작업 중 갑자기 심정지가 와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곁에 있던 동료가 발견해 병원에 옮긴 후 사망한 사례로 화재 고립에 따른 사망은 아니었다.



“산장 위쪽 갇혔다” 신고 7시간여만 시신 수습
창녕군은 이들 공무원과 진화대원이 22일 오전 9시쯤 전날 투입된 진화 인력과의 교대 근무를 위해 창녕에서 산청으로 출발한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 21일 오후 시작된 이 산불에 산림청이 대응 최고 단계인 ‘산불 3단계’를 발령하며 인접 지역인 창녕에서도 지원이 이뤄졌다.

23일 경남 산청군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3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군 장병들이 진화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진화대원은 지자체가 기간제로 뽑아 운영하는 인력으로, 산길로 다녀야 하는 만큼 통상 소형 트럭을 개조해 살수 기능을 갖춘 뒤 이 트럭에 등짐펌프(등에 메고 살수할 수 있는 가병 형태의 장비), 방화선 구축용 갈고리 등 진화 장비를 싣고 다니며 근무한다. 평시엔 예방 등 업무를 수행하다 산불이 나면 진화 역할을 맡는다. 지자체별로 체력 시험 등 요건이 있으나 취약계층에 대한 가산점이 주어지는 구조로 전문 소방 등 출신은 아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한 산장 위쪽(더 높은 곳)에 9명이 불길에 갇혀있다”는 내용이 이날 오후 2시 50분쯤 산림청에서 소방으로 전달됐다. 지리산대로변에 자리한 이 산장의 해발고도는 약 165m. 상황을 전달받은 산청소방서 대원들은 이 산장에서 직선으로 약 700m 떨어진 7부 능선 부근(고도 367m)에서 이날 오후 4시50분부터 10시20분 사이에 사망자 4명의 시신을 발견했다.

검시 결과 4명 모두 연기를 들이마시고 신체 일부가 불에 타는 등 화재사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빈소는 창녕서울병원 장식장에, 합동분향소는 창녕군민체육관에 차려진다.



투입 시점 바람ㆍ습도 여건 악화
창녕군 공무원과 진화대원들은 오전 11시30분쯤 현장에 투입됐다. 이 무렵부터 바람과 습도 등 여건이 악화했다. 기상청 지역별상세관측자료를 보면 이날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산청군의 풍속은 초속 최대 1.6m, 습도는 37~65% 수준이었다. 하지만 오전 11시를 기해 바람은 초속 최대 6.9m로 거세지고, 낮 12시 바람의 방향은 동북동풍에서 서풍으로 바뀌었다. 습도 또한 30% 아래로 떨어졌다.
경남 산청군에서 시작된 산불이 사흘째 계속되고 있는 23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헬기가 물을 뿌려 진화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산림청에 따르면 경사가 20도인 지형에서 바람이 초속 6m로 불면 바람이 불지 않을 때와 비교해 산불 확산 속도는 26배 빨라진다. 습도 또한 40% 아래일 경우 낙엽 등의 수분 함유량이 10% 정도까지 떨어져 보통 낙엽(습도 35%)과 비교해 발화율이 약 25배 높아진다고 한다.

강원대 산림환경보호학전공 채희문 교수는 “바람과 습도 모두 불이 빠르게 번지는 여건으로 변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산에서는 지형에 따라 바람의 방향과 세기가 국지적으로 바뀔 수 있어 예측이 매우 어렵다. 이런 점들이 대피를 어렵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이 현장 투입됐다 살아 남은 곽모(63)씨는 “순식간에 불길이 등 뒤까지 들이닥쳐 동료들과 주변 웅덩이에 웅크리고 부둥켜안은 채 가까스로 화를 피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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