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팟+터뷰] “정치권 안팎에서 주목해 볼 만한 인물을 깊이 있고 신속하게 인터뷰하는 코너입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국회 의원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대통령경호처 내부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성훈 경호처 차장의 복귀로 인해 ‘공포’ 그 자체입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호처 내부 상황에 대해 “경호관들이 상당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윤 의원은 경호처를 담당하는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으로 현 정부 경호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윤 의원은 경호처 김성훈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내란 사태의 블랙박스인 비화폰 서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김 차장 신병 확보가 필수였는데, 법원이 이 고비를 넘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속영장 심사에 불참한 검찰을 향해 “이런 주요 사건에서 검찰이 법정에 나가지도 않은 것은 ‘태업’”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윤석열 경호처가 사병화되고, 과거 군사독재 시절로 돌아갔다”며 예산 투명성 제고와 내부 감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0일과 22일 두 차례 윤 의원을 인터뷰했다.
-지난 21일 김 차장과 이 본부장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김 차장은 수차례 비화폰 서버, 비화폰 단말기 내 데이터 삭제를 지시했다. 비화폰이 내란의 블랙박스인데 이걸 지우라고 한 것이다. 김 차장이 원격으로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런 불법을 지시했던 자들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경호처 내부는 말 그대로 암흑과도 같다. 법원까지 이런 결정을 하는 상황에서 다수의 경호관이 어떤 희망을 갖겠나. 이분들을 누가 지탱해주나. 대한민국 법이 이런 식으로 작동을 한다는 것은 법치주의가 무너지는 것과 같다.”
-경호처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
“경호관들의 용기 있는 저항으로 윤 대통령이 체포되고 구속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그런데 윤 대통령이 다시 살아 돌아왔다. 이 상황이 이들에게는 너무 공포스러운 거다. 이런 가운데 경호3부장 해임 조치 소식을 접한 경호관들은 대단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당시 김 차장 지시에 불응한 인사들에 대한 보복 조치가 이뤄진다는 얘기가 있다.
“김 차장의 부당한 지시에 저항했던 사람을 찍어 대기발령하고,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조치가 있었다. 경호관들에 대한 겁박성 조치였던 만큼 규모가 광범위했다고 보이진 않는다. 다만 경호3부장에 대한 해임 의결이 있었던 만큼, 김 차장 지시에 불응한 나머지 경호관들에 대한 징계위 의결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호처에서 사의를 표명한 사람은 없나.
“경호처 관계자들 가운데 간접적으로 ‘그만두고 나가고 싶다’는 심경을 전달하신 분들이 몇 있다. 수십 년간 경호관으로 근무하며 오로지 명예로 버텨온 분들이 작금의 경호처 모습을 보고 ‘도저히 못 견디겠다’고 한다. 그런 분들한테는 제가 간접적으로라도 ‘제발 나가지 말라’고 전했다. 이런 분들이 경호처에 더 남아 힘을 내고 버티고 싸워야 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김 차장의 증거인멸 지시 때 실무진은 어떻게 저항했나.
“실무진은 김 차장 지시가 부당하다며 막았다. 단순히 현행 법률에 위배된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경호관들이 공문으로까지 작성해 놓았다. 이 공문에는 김 차장의 증거인멸 지시와 관련한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이렇게 증거인멸 정황이 분명하고 진술도 있는데도 세 번이나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반려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국회 의원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경호처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신변보호 조치 강화 방침을 밝혔다.
“정치적 행위다. 최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인 만큼 충분한 경호가 필요하다. 하지만 경호처가 새롭게 경호를 강화하겠다고 운운하는 것에는 저의가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몸조심하라’라는 메시지를 공격하기 위한 사실상의 정치 행위다. 이건 심각한 문제다. 대통령의 그림자와도 같은 경호처는 정치에 이용돼서는 안 된다.”
-이렇게 경호처가 전면에 등장한 적이 있나.
“대통령 경호 업무 자체가 보안이다. 경호처가 윤석열 정부에서처럼 이렇게 무대에 등장했던 적이 없다. 단적인 예로 윤 대통령 석방 후 김 차장이 한남동 관저 앞에서 대통령을 수행하다시피 하고 동선을 안내했다. 이건 수행비서의 일이지 경호처 차장의 일이 아니다.”
-민주당 일부 의원이 경호처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경호처 폐지는 (당내) 다양한 의견 중 하나일 뿐 정리된 것은 아니다. 윤석열 경호처가 사병화되고, 과거 군사독재 시절로 돌아간 것은 분명하다. 다만 그 원인이 특정 개인의 문제인지 구조적인 문제인지는 좀 더 고민해야 한다.”
-경호처 개혁 방안은.
“구조적 문제 중 하나는 공개되지 않은 예산 체계에 있다. 국가보안 사항이라 국회 운영위에서 다루긴 하지만 세부 내용을 볼 수 없다. 내부 감찰 구조도 문제다. 일례로 이번 경호처 3부장 징계위원회를 구성할 때 내부·외부 위원 각각 3명으로 꾸려졌는데 외부 위원 중 2명이 경호처 출신이다. 이런 구조면 징계위가 소위 ‘짜고 치는 고스톱’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