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축구 국가대표 출신 손준호(수원FC)가 지난해 9월 11일 수원시 장안구 수원시체육회관에서 중국축구협회 영구 제명 징계 관련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중국 프로축구 승부 조작 의혹 속에 중국 공안에 10개월 동안 구금됐다 지난 3월 풀려난 손준호는 중국축구협회 영구 제명 징계를 받았다. [연합뉴스]

중국프로축구에서 승부조작 혐의로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손준호(32·충남아산)의 법원 판결문 이미지가 중국 온라인 사이트에 공개돼 논란이다.

중국 포털업체 바이두가 소유한 콘텐츠 공유 플랫폼 바이자하오에 22일 ‘손준호 관련 판결문-경기 전 진징다오에게 배당률과 베팅 정보를 문의한 뒤 20만 위안을 베팅함’이라는 제목으로 중국 법원의 판결문을 캡처한 이미지가 올라왔다. 손준호가 사실상 승부조작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이 담겼으나, 판결문의 진위를 파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른 중국 선수의 판결문이 공개되는 과정에서 손준호 관련 부분이 유출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온라인을 통해 유출된 판결문에는 손준호의 ‘증인 진술’이 담겼다. 손준호는 “2022년 1월 1일 상하이 하이강전 킥오프 2시간 전 진징다오가 내게 와서 ‘천천히 뛰고 경기 템포를 조절하고, 골을 넣지 말자. 우리는 이 경기에서 이기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미 이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동의했다”고 했다.

이어 손준호는 “난 이 경기에서 풀타임을 뛰었고, 평소보다 훨씬 편한 마음으로 뛰었다. 전력을 다하지 않았고, 진징다오와 궈톈위도 마찬가지로 공격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최종 스코어는 2-2 무승부였고, 우리는 경기에서 승리하지 않는다는 목표를 달성했다. 경기 이틀 뒤 진징다오가 내 은행 계좌로 20만 위안(4000만원)을 송금했다”고 덧붙였다.

진징다오 역시 증인 진술에서 “경기 당일에 손준호가 내게 배당률을 물었다. 나는 ‘우리가 이기지 않으면 괜찮다’고 말하면서 20∼30만 위안을 베팅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자 손준호도 ‘나도 20만 위안을 걸어줘’라고 했다. 나는 경기에서 천천히 뛰었고, 손준호와 궈톈위도 이미 베팅한 상태였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뛰지 않았다. 궈톈위와 손준호에게 20만 위안을 송금했다”고 밝혔다.

중국 시나닷컴은 “2021년 12월26일 산둥-허베이전 승부 조작에 손준호도 가담해 50만 위안을 베팅했다. 돈은 한국에 있는 여동생을 거쳐 손준호 에이전트에게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카타르월드컵 우루과이전에 출전한 손준호. [연합뉴스]

앞서 중국프로축구 산둥 타이산서 뛰었던 손준호는 2023년 5월 중국 상하이 훙차오공항에서 귀국하려다 연행됐다.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로 형사 구류돼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았고 이후 감옥에서 지내다가 풀려나 지난해 3월 귀국했다.

손준호는 지난해 9월 기자회견을 통해 팀 동료인 진징다오로부터 20만 위안을 받은 건 인정하면서도 “정확히 (어떤 이유로 받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절대 불법적인 이유는 아니다”라며 불법성을 부인했다. 중국 공안은 2022년 1월 상하이 하이강과의 경기에서 승부 조작이 이뤄졌고, 손준호가 가담한 것으로 보고 수사해왔다. 손준호는 중국 공안의 협박에 못 이겨 조사 초기 단계에 거짓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다.

충남아산 소속으로 경기에 출전 중인 손준호. [사진 프로축구연맹]

그동안 손준호의 재판과 관련된 판결문은 공개되지 않았고, 손준호 측은 “판결문을 가져올 루트도 없다. 당장 판결문 열람을 신청할 생각이 없다”고 설명했다.

손준호에 대해 ‘영구 제명 징계’를 내린 중국축구협회는 지난 1월 국제축구연맹(FIFA)에 손준호의 징계를 전 세계로 확대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FIFA의 결정으로 중국축구협회의 징계가 중국에서만 유효해지면서 수원FC와 계약해지한 손준호는 지난달 K리그2 충남아산에 입단했다. 다른팀들은 손준호 리스크 때문에 영입을 주저했지만 충남 아산은 개의치 않고 손준호를 데려와 경기에 투입하고 있다. 손준호는 축구 국가대표 출신으로 2022년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에 기여했고 A매치 20경기를 뛰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3101 ‘산청 산불’ 하동 900살 은행나무도 불타…국가유산 피해 잇따라 랭크뉴스 2025.03.23
43100 조카 100일 잔치 중 "산불 출동하라"…창녕 8급 공무원 비극 랭크뉴스 2025.03.23
43099 [속보]교황, 37일 만 퇴원···엄지손가락 들고 “여러분, 감사합니다” 랭크뉴스 2025.03.23
43098 우크라 휴전 협정 속도내는 美…4월20일까지 체결 추진 랭크뉴스 2025.03.23
43097 의대생 복귀 움직임 뚜렷… 정상수업 참여 등 변수 여전 랭크뉴스 2025.03.23
43096 의성 산불 더딘 진화…송전선로 운영 정지 랭크뉴스 2025.03.23
43095 민주당 '이재명 정계 은퇴' 안철수에 "'습관성 철수병' 도져" 랭크뉴스 2025.03.23
43094 최악의 산불이 900살 은행나무도 삼켰다…국가유산 3건 피해 랭크뉴스 2025.03.23
43093 보수논객 김진 “윤 탄핵 기각되면 민중혁명…끌려 내려올 수밖에” 랭크뉴스 2025.03.23
43092 ‘크보빵’ 출시 3일만에 백만봉 판매···야구팬들 “우리팀 띠부실 모으자” 랭크뉴스 2025.03.23
43091 한덕수 탄핵 선고서 주목할 3가지… 불법 계엄·소추권 남용·내란죄 철회 랭크뉴스 2025.03.23
43090 5년 전 토허제 묶인 ‘잠삼대청’…거래 줄었지만 집값은 계속 올라 랭크뉴스 2025.03.23
43089 내일 한덕수 탄핵심판 선고…‘윤석열 계엄 위법성’ 판단 도출 유력 랭크뉴스 2025.03.23
43088 정적 체포·시위 폭력 진압...트럼프 등장에 날개 달린 독재자들 랭크뉴스 2025.03.23
43087 꿈틀거리는 '닥터 코퍼', 글로벌 경제 성장인가 둔화인가 랭크뉴스 2025.03.23
43086 눈물로 폭싹 젖어들었다, 엄마의 삶에 랭크뉴스 2025.03.23
43085 구미는 한여름, 28.5도 찍었다…3월 역대 최고기온, 기상이변? 랭크뉴스 2025.03.23
43084 작년엔 죽쒔는데…韓투자자 울린 브라질 국채 ‘기지개’ 랭크뉴스 2025.03.23
43083 [애니멀리포트] 산소센서 가진 회색물범…잠수 시간 조절 랭크뉴스 2025.03.23
43082 최상목 "산불 진화에 모든 자원 투입‥재난사태 3개 시도에 특별교부세 지원" 랭크뉴스 2025.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