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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재입학해 재학 중인 노항래씨(왼쪽 두 번째)가 지난 2월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재학생 및 동문들과 행진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달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정문에는 ‘윤석열, 니가 사랑을 알아?!’라는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에는 “40년이 지나 동년배 윤석열을 보며 생각한다. 저런 철딱서니가 다 있나!” “가난한 이들이 다시 일어서서 미래를 일굴 수 있도록, 서로 격려하고, 돕고, 사랑하는 사회로 한 발을 내딛기 위해 단호히 심판해야 할 때”라는 내용이 담겼다.

대자보를 쓴 주인공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81학번 ‘재학생’ 노항래씨(64)였다. 노씨는 18일과 23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후배들의 요청을 받고 민망한 마음도 있었지만, 젊은 학생들의 기를 꺾고 싶지 않았다”며 대자보를 쓴 이유를 밝혔다.

노씨는 지난해 41년 만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에 재입학해 현재 4학년 1학기를 보내고 있다. 81학번인 그는 40여년 전 연세대 기독학생회에 가입해 군부독재에 항거하며 학생운동을 했다가 군경에 연행돼 무기정학을 당했고, 군대에 징집됐다. 이후 노씨는 학교로 돌아오는 대신 노동현장으로 가서 노동운동가가 됐다. 용접공으로 구로공단에 위장취업해 일했다. 이후 민주노총에서 일하다 열린우리당, 국민참여당, 정의당 등 정당 활동을 했다. 지금은 개인·단체의 발자취를 기록해 도서와 영상물로 펴내는 ‘은빛기획’이라는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노씨는 “공부는 평생 하는 거라던데, 노인대학에 가기 전에 졸업해보자는 생각으로 학교에 돌아왔다”며 “학교 다닐 때 동기·후배였던 친구들이 교수님으로 수업에 들어오기도 한다”며 웃었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재입학해 재학 중인 노항래씨(맨 오른쪽)가 지난 2월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그런 그에게 지난달 9일 같은 학과 후배가 전화를 걸어왔다. 학내에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려 맞불 집회를 준비 중이니 집회에 함께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노씨는 “내가 학생들을 대표하는 위치가 아니니 마땅한가 싶다”며 고사했으나 학생들의 간청에 약속도 옮기고 집회에 참여했다.

대자보를 붙이게 된 것도 후배들의 요청에 따라서였다. 80년대 학생운동을 했던 그가 학내에 대자보를 붙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노씨는 “80년대 초반엔 대자보 문화가 없었고, 몰래 삐라(유인물)를 뿌리는 게 다였다”고 말했다. 40년만에 다시 돌아온 대학에서 난생 처음 대자보를 써본 그는 “이번 계12·3 비상계엄 사태를 통해 ‘사회가 후퇴할 수도 있겠다’는 위기의식이 젊은이들에게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노씨는 “하지만 위기가 또 기회이기도 한 것처럼, 민주주의를 되살리려는 노력도 다시 환기되는 것 같다”며 “계엄 이후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모이고, 잘못된 것들에 관해 걱정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고 말했다.

노씨와 학생들이 ‘탄핵 인용’을 외치며 나선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 선고기일조차 정하지 않고 있다. 노씨는 “헌재 결정이 늦어지면서 정치적 갈등이 심화하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정치적 주장에 편향되지 않고 판결하리라 믿고 있다. 빨리 판결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쓴 대자보 마지막 줄에는 함께 교정을 거니는 학우들에게 건네고 싶은 당부가 담겼다. “빛나는 청춘들을 존경하고 응원합니다. 엉터리를 걷어치우고, 여러분이 이 사회를 이끌고 나갈 줄 믿습니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재입학해 재학 중인 노항래씨가 지난 2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정문에 붙인 대자보. 노씨 제공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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