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군 시천면을 지나는 지리산대로. 왼쪽에 지리산국립공원경남사무소가 보이고 짙은 연무가 해를 가리고 있다. 이임태 기자
경남 산청군의 서남단 단성면과 시천면은 지리산 입구다. 이 고장을 관통하는 지리산대로를 따라 지리산국립공원경남사무소 앞 일대에 들어서자 하늘을 덮은 연무가 짙어지기 시작했다.
오전 7시 50분. 이미 산등성이 위로 훌쩍 솟은 해는 짙은 연기에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한채 작고 붉은 동그라미로만 보였다.
산불통합지휘본부가 차려진 산청양수발전소 방향 도로가에는 민가와 식당이 적지 않았지만 주민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검게 그을린 산비탈과 텅빈 도로 중간중간에 진화차량과 순찰대원들만 간간이 보였다.
날이 밝은 후 두 시간이 지나도 산불을 진화하는 헬기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남승희 산림청 국제산림협력관은 “헬기는 산불현장 나무로부터 15~20m 상공을 비행하게 되는데 연무로 시야확보가 안된 상황에서는 나무 등과 충돌위험이 커 임무수행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남 협력관은 오늘 중 주불이 잡히겠냐는 질문에 “바람과 습도, 연무 등 여건의 어려움으로 미뤄 장담할 수 없다”면서도 “내일은 풍속이 더 세질 것으로 기상청이 예상하는만큼 오늘 최대한 진화에 진력하겠다”고 말했다.
박명균 경남도 행정부지사가 23일 오전 9시 산청양수발전소에 차려진 산불통합지휘본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임태 기자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21일 발생한 산불로 산청군 소속 산불진화대원 3명과 인솔자인 창녕군 공무원 1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주택 6채와 사찰 2개소 등 15개 시설이 전소됐다. 산청군 254가구 344명, 하동군 76가구 117명 등 총 330가구 461명의 주민이 산청 동의보감촌, 옥천관 등 13곳으로 대피했다.
산불 발생 사흘째인 23일 오전 9시 기준 진화율은 30%로 떨어졌다. 오전 9시 브리핑에 나선 박명균 경남도 행정부지사는 산청 산불이 하동군 옥종면 일부까지 확산됐다고 밝혔다.
경남도와 산림청은 소방청, 경찰청, 군부대, 기상청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이 날 중 주불을 잡을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고 있다.
지상에서 공중진화대와 산불재난특수진화대, 도광역산불전문진화대, 소방, 군인 등 2049명을 투입해 산불 확산을 막고 주불을 진화하고 있다.
또 연무가 걷히는대로 진화헬기 33대(산림청 14, 경남도 임차 7, 군부대 7, 소방청 2, 경찰철 2대)를 투입할 계획이다.
경남도는 산청군 등은 숨진 진화대원 등에 대한 장례를 창녕서울병원장례식장에서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