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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랄프로렌·키츠네 줄줄이
‘익숙한 커피, 특별한 경험’
카페에 브랜드 차별화 전략 심어
“온라인 쇼핑 시대 역설적 생존법”

최근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서 잇따라 카페를 열고 있다.

옷에 먹거리를 더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소비자 경험을 확장하려는 의도다. 이들은 패션 중심지 신사동 가로수길과 한남동에 이어 대중적인 취향이 지배하는 명동까지 진출했다.

2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스페인 패션 브랜드 자라(ZARA)는 오는 5월 명동 매장에 자체 카페 브랜드 ‘자카페(Zacaffe)’를 선보인다.

자카페는 지난해 11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자라 매장과 연결된 공간에서 커피와 디저트, 텀블러, 모자, 에코백, 티셔츠 같은 굿즈(관련 상품)를 판매한다.

자라 관계자는 “명동은 서울을 대표하는 쇼핑과 패션 중심지로 내국인과 외국인 비중이 모두 높아 한국을 대표하는 자라 매장이 있다”며 “소비자에게 브랜드에 관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자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명동·가로수길·한남동... 패션 브랜드 카페 전성시대
미국 유명 브랜드 랄프로렌도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자체 브랜드 카페인 ‘랄프스커피’를 냈다. 2014년 미국 뉴욕에 첫 매장을 낸 지 10여 년 만다. 랄프스커피는 한국 상륙 이후 평일에도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설 만큼 인기를 끌었다. 반응이 좋아지자 지난달 10일부터는 ‘팝업 성지’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팝업 매장을 열었다.

그래픽=정서희

랄프스커피는 ‘랄프로렌 브랜드의 변치 않는 아메리칸 정신을 일깨우는 장소’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매장은 랄프로렌 매장과 통일성을 강조했다. 초록색과 흰색, 원목 느낌을 살려 꾸몄다. 영어로 된 메뉴판은 미국 현지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다른 브랜드처럼 이곳에서도 매장에서 모자와 텀블러, 티셔츠, 우산, 식기처럼 브랜드 색깔이 뚜렷한 상품을 판매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수입 브랜드 메종키츠네는 2018년 가로수길 매장에 ‘카페 키츠네’를 선보였다. 현재 카페 키츠네는 현대백화점 목동·판교점,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으로 매장을 넓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센텀시티점은 주말 하루 평균 400팀이 넘게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일본 홈웨어 브랜드 젤라또피케도 지난해 9월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동 매장 1층에 ‘피케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커피 한 잔에 담은 브랜드 DNA... 정체성 확장하는 카페 비즈니스
브랜드별 카페는 저마다 차별화 전략을 구사한다. 랄프스커피는 미국적 감성을 강조한 인테리어와 메뉴로 ‘아메리칸 클래식’을 표방한다. 반면 메종키츠네는 프랑스 파리의 세련된 카페 분위기를 재현한다. 피케카페는 파스텔 색상 인테리어와 목재 가구를 활용해 아늑함을 강조한다.

패션 브랜드가 카페를 여는 주요 이유는 이처럼 브랜드와 꼭 맞는 경험을 확장하려는 시도다.

패션 브랜드 카페는 그 기원을 살롱이나 카페처럼 소수 부티크 문화에서 찾는다. 이를 통해 충성도 높은 소비자와 관계를 더 밀접하게 강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다. 특히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밀레니얼과 Z세대에게 오프라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유대감을 조성한다.

메종 키츠네가 중국 베이징 싼리툰에 운영 중인 카페 키츠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경영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소비자는 이런 카페에서 브랜드와 더 오래 머물며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한다. 잡화 브랜드 케이트 스페이드 최고경영자(CEO) 랜자 젠센은 “카페는 단순한 식음료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 세계관을 경험하는 공간”이라며 “팝업 카페를 통해 브랜드 팬들과 감정적으로 연결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패션 브랜드가 카페를 운영해 실제 얻는 이윤은 지극히 적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본업 매출에 비해 1~3% 수준에 그친다. 카페 운영은 단순한 수익 창출 수단이 아니다. 수익은 적어도 브랜드 충성도를 확대하는 효과가 뚜렷하다.

전문가들은 “브랜드 카페를 운영하면 매장 체류 시간이 평균 1.5배 증가하고 충성도가 최대 37%까지 상승한다”고 말했다.

관성적으로 늘어나는 카페에 피로감도... “차별성이 관건”
카페는 고급스러움과 접근성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이다. 특히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미디어에서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공간으로 주목받는다.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는 대체로 브랜드 카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가격 대비 만족도와 브랜드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소비자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비싼 가격에 비해 차별화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자주 나온다. 카카오맵 소비자 리뷰에 따르면, 랄프스커피와 카페 키츠네(가로수길) 평균 별점은 각각 3.0점과 3.9점(5점 만점)에 그쳤다. 일반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은 보통 4점을 웃돈다.

더현대 서울 지하 1층 '랄프스 커피' 팝업스토어에서 직원들이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뉴스1

리뷰에서 한 소비자는 브랜드 카페에 대해 “처음에는 새로움에 끌려 방문했지만, 결국 비싼 가격에 브랜드 로고만 붙은 평범한 커피를 마시는 느낌”이라며 “인증 사진을 찍기 좋지만, 맛이나 가격 대비 만족도 면에서 전문 카페에 비해 아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브랜드 카페가 난립할수록 세분화한 소비자 취향에 맞춰 메뉴와 인테리어 등 콘셉트 설정을 더 정교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익숙한 브랜드 이미지에 기대기보다, 소비자가 알아차리지 못했던 브랜드의 새 면을 카페에 투영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바리스타협회 관계자는 “패션 브랜드 카페 성공 여부는 단순히 유행에 맞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고유한 가치와 철학을 얼마나 잘 담아내느냐에 달려있다”며 “앞으로는 브랜드 카페가 해당 브랜드 유산을 보여주는 갤러리 같은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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