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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보는 항공 마일리지]
대한항공과 합병을 앞둔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가치를 두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인천공항 계류장에 두 항공사의 비행기가 나란히 서있다. 뉴스1
‘1981년.’

현재처럼 항공기를 타면 탑승거리에 따라서 마일리지가 쌓이고, 일정 기준이 되면 무료 항공권이나 좌석 업그레이드를 신청할 수 있는 는 제도가 처음 시작된 건 미국에서다. 아메리칸항공이 44년 전인 1981년 5월 1일 ‘AAdvantage(에이어드밴티지)’란 이름으로 출시한 게 시초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보다 앞서 1979년 텍사스항공이 적립 마일리지에 따라 ‘리워드(Reward)’를 제공하는 방식을 도입했지만, 전산화가 안 돼 실제로는 별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이듬해엔 웨스턴항공이 특정 노선 탑승 시 할인쿠폰을 주는 제도를 운용했으나 활성화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마일리지 제도를 제대로 유지하려면 수많은 승객의 예약, 발권, 마일리지 누적 등을 시스템에 저장하고 조회하는 기능이 있어야 한다. 하드웨어는 물론 정교한 소프트웨어와 운영인력 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아메리칸항공이 마일리지 제도의 시초로 인정받는 건 바로 꾸준한 전산화를 통해 마일리지 적립과 활용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세계 최초로 항공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한 곳이 아메리칸항공이다. 홈페이지 캡처

승객들로서는 이왕이면 마일리지를 적립해주고, 또 일정 기준이 되면 사용이 가능한 항공사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의 여러 항공사가 경쟁적으로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일부에선 전 세계 항공사의 누적 마일리지가 14조 마일에 달한다는 추정도 나온다.

국내에선 대한항공이 1984년에 처음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했고,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출범 초기인 1989년에 해당 제도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이 41년, 아시아나항공은 36년쯤 된 셈이다.

이 기간에 승객에게 쌓인 마일리지는 대외비라서 공개가 어렵다는 게 항공사 입장이다. 다만 사용하지 않은 마일리지가 얼마나 남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수치는 있다.

바로 ‘마일리지 이연수익’이란 개념이다. 이는 최초 매출 거래 시점에 수익으로 환산하지 않고, 추후 마일리지를 사용했을 때 인식되는 것으로 ‘미사용 마일리지’를 돈으로 환산했다고 보면 된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이연수익은 2조 5743억원이고, 아시아나항공은 9609억원이다. 둘을 합하면 3조 5000억원이 넘는 규모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마일리지 통합 비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 돈은 항공사들에는 부채로 잡혀있다. 마일리지를 빨리 소진하면 부채를 줄일 수 있지만, 돈을 내고 항공권을 사는 승객에게 우선권을 주다 보니 마일리지로 비행기 표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불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러한 마일리지를 두고 또 하나의 커다란 불씨가 남아있다. 바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른 마일리지 통합이다. 기존 대한항공 승객이 가진 마일리지는 변동이 없지만,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가 문제다.

얼핏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그대로 다 인정해주면 될 듯싶지만 대한항공 이용고객들로서는 ‘역차별’이란 반발이 나올 수 있다. 마일리지는 항공기 이용 때도 쌓이지만, 제휴 신용카드를 통해서도 생기는데 적립률이 아시아나항공이 더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인정하는 비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번에는 아시아나항공 이용고객들의 불만이 높아지게 된다. 항공사 통합은 자신들이 한 게 아닌데 왜 손해를 봐야 하느냐는 반발이 나올 게 뻔하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은 통합 전에 마일리지를 최대한 소진하기 위해 마일리지 전용 국내선을 운항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인기가 높은 미주 노선(인천~LA, 인천~뉴욕)에도 4월부터 마일리지 전용 항공기를 띄우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이 11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격납고에서 새 CI를 입힌 보잉 787-10 항공기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 정도로는 기대하는 수준까지 미사용 마일리지를 줄이기는 어려울 거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이 6월까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는 마일리지 통합방안에 눈길이 쏠린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외부컨설팅업체를 통해 양사의 마일리지 가치를 분석 중인 단계”라며 “6월이 제출 시한이며 이후 심의 기간은 아직 확정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지난 11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신규 기업 이미지(CI) 공개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우수 회원 제도인) 스카이패스와 아시아나클럽은 모두에게 굉장히 민감하다”며 “조만간 마일리지 통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마일리지 문제에 신경을 쓰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항공운임 인상과 마일리지 축소 등 소비자부담이 커지는 분야에 대해 관리·감독을 세밀히 하기 위한 업무협약까지 맺었다.

결국 마일리지 통합문제를 어떻게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양대 항공사의 합병이라는 큰 걸음이 초반부터 적지 않은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항공업계 관측이다. 마일리지 통합비율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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