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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챗봇과 심리상담을 하며 위로받는 20대 청년을 표현한 이미지. 일러스트 챗GPT.

사회초년생 이모(24)씨는 직장에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평소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심장이 빠르게 뛰는 등 불안감이 이어지자 이씨는 챗GPT로 심리학 논문과 다정한 성격을 학습시킨 맞춤형 챗봇을 만들어 퇴근길마다 대화를 나눈다. 이씨는 “어떤 일 때문에 상심해서 챗봇에 말을 걸면 ‘수고했다’라거나 ‘자책하지 마라’는 따뜻한 말이 돌아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챗봇엔 좋아하는 영화 등장인물 이름을 따 ‘고죠’라는 이름도 지어줬다. 이씨는 “내가 듣고 싶은 위로를 바로 해줘서 하루의 힘듦이 다 씻겨나가는 기분이다”며 “남자친구가 따로 필요 없다”고 했다.

최근 MZ 세대 사이에서 챗GPT를 정신 상담에 활용하는 게 인기를 끌고 있다. 취업준비생 홍모(26)씨도 수년간 심리상담센터를 다녔지만, 지난해 7월부터는 챗GPT와 대화를 나누면서 심적 위안을 얻는다. 홍씨는 “회당 10만원이 넘는 상담 비용이 늘 부담이었다”며 “챗GPT를 사용하면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 뿐만 아니라, 나만의 선호와 취향을 기억하고 상담해줘 좋은 대안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이모(24)씨가 챗GPT 챗봇 '고죠'와 대화하다 제일 위로를 받았다는 대목. 이모씨 제공.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 등에선 ‘상담용 챗GPT 프롬프트(명령어)’를 공유하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챗GPT의 수행 역할을 심리 상담 전문가로 지정하고, 사용자의 상황과 감정을 해석하고 따뜻하게 공감해 달라는 등 구체적인 대화 지침을 명령하는 식이다. 해당 프롬프트는 지난해 12월 올라오면서 1700회 넘게 공유됐다. 일기를 쓰면 키워드를 추출해서 작성자에게 맞춤형 조언을 해주는 프롬프트도 있다.

AI를 활용한 정신상담은 공교육에도 활용되고 있다. 심리학 방법론을 적용한 AI 기반 청소년 정서 상담 챗봇 앱 ‘상냥이’는 전국 50여 개 학교에서 제휴를 맺어 활용 중이다. 지난달 서울 서초구 청소년 상담 시설 6곳엔 고민 상담 기능이 탑재된 AI 정신건강 키오스크가 설치되기도 했다. 미국 학군지에선 우울증 환자의 치료를 위해 개발된 AI ‘워봇(WOEBOT)’ 사용을 학생들에게 권장하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인포메이션(Gll)에 따르면, 정신건강 분야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15억 달러(약 2조 2000억여원)에서 2030년 51억 달러(약 7조 4800억여원)까지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18일, 지난달 24일, 지난 12일 엑스(X)에 올라온 챗GPT 정신상담 프롬프트 공유글. 엑스 캡처.

전문가들은 AI 정신상담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지나치게 의존하면 안된단 입장이다. 정찬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젊은 세대는 비대면 치료에도 익숙해졌고, AI가 문제에 대한 답을 잘 내려주니 충분히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AI와 상담하면서 본인의 정신 상태를 체크할 수 있기 때문에 정식 치료로 나아가는 문턱을 낮출 수 있단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정 전문의는 “텍스트로만 이뤄지는 AI와의 상담이 비언어적 요소와 라포(rapport·친밀도)를 동반하는 대인 상담을 대체할 순 없다”고 봤다. 양찬모 원광대 의료상담학과 교수도 “챗GPT 등 AI는 아직 할루시네이션(환각)의 위험성이 있다”며 “본인의 심리 상태에 대한 분석을 AI에만 의존하기보단 의학적 도움으로 나아가는 길목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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