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아들 내외, 전화로 당장 밖으로 나오라 해 불난 줄 알았다"
"가재도구 하나 못 챙겨"…주민들, 곳곳서 놀란 가슴 쓸어내려


'의성 산불' 실내체육관으로 대피한 주민들
(의성=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2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확산하며 주민들이 의성실내체육관으로 대피해있다. 2025.3.22
sunhuyng.yna.co.kr


(의성=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팔십 평생 이런 불은 처음 봅니다."

22일 저녁 경북 의성군 의성종합운동장.

이곳에서 만난 조옥화(86·의성읍 중리3리) 할머니는 기자에게 "이래(이렇게) 대피하는 것도 난생 처음"이라고 말했다.

조 할머니는 그을음이 섞인 연기에 새빨개진 눈을 걸치고 있던 천 마스크로 연신 닦았다.

이날 의성군에는 3개 지점에서 연쇄 산불이 발생, 주민대피령이 내려졌다.

산불 야간 대응 체제로 전환됐지만, 불길이 잡혔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저녁 늦게까지 계속된 산불로 인한 연기가 체육관 안에도 들어와 좀처럼 숨을 들이쉬기가 어려웠다.

낮부터 의성종합운동장으로 대피한 주민은 차디찬 체육관 바닥에 앉아 서로를 위로했다.

일부 주민은 한 남성에게서 산불 원인이 실화란 소식을 전해 듣더니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배완수(70·의성읍 중리3리) 씨는 "가재도구 하나도 못 챙기고 쫓기듯 집에서 나왔다"며 "불길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 수도 없어 더욱 답답하다"고 했다.

의성 산불, 야간에도 진화 계속
(의성=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2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불이 나 확산한 가운데 의성읍 중리리 일대에서도 산불이 관측되고 있다. 산림 당국은 해가 지자 야간 대응 체제로 전환했다. 2025.3.22 [email protected]


다른 한쪽에선 아동복지시설에서 대피를 한 10대 청소년들이 한데 모여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한 소녀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자 시설 관계자는 등을 토닥였다.

그 바로 옆에 있던 2∼3세로 보이는 여아도 연신 울어댔다.

장봉순(77·옥산면 감계2리) 할머니도 초등학생인 친손녀 2명의 손을 꼭 잡고 이곳으로 대피했다.

장 할머니는 "아들 내외가 전화로 당장 밖으로 나오라고 해서 창밖을 보니 산을 타고 불이 넘어오고 있었다"라며 "이런 일을 겪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안 해봤다라고 말했다.

'의성 산불' 실내체육관으로 대피한 주민들
(의성=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2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확산하며 주민들이 의성실내체육관으로 대피해있다. 2025.3.22 [email protected]


의성군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주민 총 484명(오후 6시 기준)이 의성체육관 등으로 대피했다.

이번 괴산리 산불은 오전 11시 24분께 정상 부근에서 발생해 의성읍 방면으로 확산했다.

산림 당국은 산불 1단계와 2단계를 차례로 발령했고, 오후 2시 10분께 최고 대응 수준인 3단계를 발령했다.

현재 의성군 금성면 청로리와 안계면 용기리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산림 당국이 진화 중이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3048 내일부터 ‘격랑의 한 주’…24일 한덕수, 26일 이재명, 윤석열 선고까지 랭크뉴스 2025.03.23
43047 “대책 또 나올텐데”…LH 지방 악성 미분양 매입에 계산기 두드리는 건설업계 랭크뉴스 2025.03.23
43046 서울 지하철 2호선 9시간 만 운행재개 랭크뉴스 2025.03.23
43045 서울 2호선 외선순환 열차 운행재개…9시간 넘게 시민 불편 랭크뉴스 2025.03.23
43044 범인은 '푄 현상'…산 정상 넘은 고온 강풍이 순식간에 불씨 날라 랭크뉴스 2025.03.23
43043 [속보]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서울대입구 운행 정상화 랭크뉴스 2025.03.23
43042 의성 산불 최초 목격자 "성묘객 헐레벌떡 내려오길래 붙잡아" 랭크뉴스 2025.03.23
43041 [속보]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서울대입구 운행재개 랭크뉴스 2025.03.23
43040 安 “李, 정계서 은퇴해야”... 민주 “습관성 철수병’ 도졌다”(종합) 랭크뉴스 2025.03.23
43039 경북 의성 산불 헬기 52대 투입‥"주불 잡겠다" 랭크뉴스 2025.03.23
43038 "도깨비불처럼 불길이 휙휙 날아다녀"... 산불에 검게 탄 마을, 주민들 '망연자실' 랭크뉴스 2025.03.23
43037 "5월 2일 빨간날?"… 오히려 소비 줄어드는 임시공휴일의 '함정' 랭크뉴스 2025.03.23
43036 “불이 뱀처럼 기면서 마을로”…덮치기 10분 전 ‘휴대폰 마을방송’ 랭크뉴스 2025.03.23
43035 韓, 내일 대행 복귀땐…첫 일정은 NSC, 트럼프 통화 추진할 듯 랭크뉴스 2025.03.23
43034 "국장 탈출은 지능 순?"…미국으로 떠났던 개미들 '눈물' 흘리고 있다 랭크뉴스 2025.03.23
43033 "얼마나 뜨거웠을까"…산청 산불 진화 중 사망자들 유족 오열 랭크뉴스 2025.03.23
43032 울주 산불 다시 확산‥주민 8백 명 추가 대피 랭크뉴스 2025.03.23
43031 중국발전포럼 개막…이재용, 레이쥔 접견 중국에서 큰 관심 랭크뉴스 2025.03.23
43030 세탁기에 비친 '37분' 성폭행 장면… 범행 부인하던 20대 남성에 중형 선고 랭크뉴스 2025.03.23
43029 “1호라서 국가에 고마워해야 하나?”···김정희원의 말[말했다] 랭크뉴스 2025.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