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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에서 전날(21일) 발생한 대형 산불이 26시간째 이어진 가운데 불길을 잡던 진화대원 2명이 사망해 인명사고로 어어졌다. 산림당국은 산불 대응 최고 수위인 ‘산불 3단계’를 발령해 대응 중이지만, 22일 낮부터 강한 바람과 함께 불길이 다시 확산하면서 진화 작업에 애를 먹고 있다. 이외에도 하루 사이 전국에서 10건 넘는 산불이 나 진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22일 오후 1시30분쯤 경남 산청군 시천면 민가 가까이 산불이 번지고 있다. 안대훈 기자


진화율 70%였는데…3배 센 강풍 불자 재확산
22일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 경남도 등에 따르면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한 산불의 진화율은 이날 오전 11시 기준 70%였다. 전체 16㎞ 길이의 화선(火線) 중 4.8㎞이 남은 상황이었다. 산림당국이 이날 해가 뜨면서 순차적으로 헬기 43대와 차량 등 장비 121대, 인력 1365명 등 가용 가능한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진화 작업에 나서면서다.

하지만 낮부터 상황은 급변했다. 오전까지 잠잠하던 바람이 오후부터 최소 3배 이상 강해지면서다. 기상청에 따르면, 시천면 관측소 기준 이날 순간 최대풍속은 오전 6~11시까지 초속 0.7~3.2m였지만, 오후 12~2시까지 6.1~9.4m로 집계됐다. 산 정상 부근에는 초속 10∼15m의 강풍이 분다고 한다.

기온은 오르고 습도는 떨어지면서 산불이 퍼지기 유리한 조건으로 바뀌기도 했다. 오전 9시 기온과 습도는 각각 8.8℃, 54%에서 오후 2시에는 24.5℃, 16%로 변했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진화율은 35%로 뚝 떨어졌다.

22일 오후 1시30분쯤 경남 산청군 시천면 민가 가까이 산불이 번지고 있다. 안대훈 기자


“이렇게 큰 불 처음…바람 부니 다시 연기 치솟아”
실제 화재 현장 일부 지점에서는 다시 연기가 치솟으면서 주민들 우려도 커졌다. 최초 발화지점인 신천마을 인근에서다. 신천마을 주민 A씨(73)는 “강 건너 마을로 대피했는데, 밤새 잠을 못 잤다”며 “오전에 (불길이) 좀 잡히는가 싶었는데, 점심 때부터 바람이 쌩~ 불더니 확 번졌다”고 했다.

전날부터 산불이 번진 점동·국동마을의 강 건너편에 위치한 상지마을에서 산불을 지켜보던 주민 진모(70대)씨는 “12년 전부터 귀향해 살았는데, 이렇게 큰 불은 처음”이라며 “원래 산 너머에서 시작된 산불이었는데, 어제 나무가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불더니 3~4곳에서 동시에 불이 붙더라”고 했다.

22일 오후 4시쯤 경남 산청군 단성면 자양마을 인근 야산에서도 산불이 발생 중이다. 산청 시천면 최초 발화지점에서 직선거리로 약 9km 떨어진 지점이다. 안대훈 기자

불길은 이날 오후 4시쯤 시천면 최초 발화 지점에서 직선거리로 약 9㎞ 산청 단성면 자양마을 인근 산까지 번졌다. 도로변 산비탈 곳곳에서도 잔불이 남아 연기를 피우고 있었다. 산청군은 오후 4시30분쯤 시천면 전 마을과 단성면 자양·당산 마을 주민 등에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내용의 긴급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추가 대피령이었다. 앞서 전날부터 경찰과 지자체는 국동·점동·원리·서신·서촌·동신·중산 등 7개 마을 주민 213명을 선비문화연구원으로 대피시켰다.

산청 산불은 전날 오후 3시 26분쯤부터 발생했다. 산림청은 산불 발생 3시간 여 만인 오후 6시40분쯤 ‘산불 3단계’를 발령했다. 3단계는 피해 추정 면적 100ha 이상, 평균 풍속 초속 7m 이상, 진화 예상 시간 24시간 이상일 때 발령된다.

22일 오후 경남 산청군의 한 마을 주민들이 강 건너편에서 다시 확산 중인 산불을 보며 우려하고 있다. 안대훈 기자


경북·울산 연달아 산불…위기경보 심각 상향
건조한 대기와 강풍 등 기상 상황이 이어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산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날 오후 5시 기준 전국 각지에서 16건의 산불이 추가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산림청은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전국 모든 지역에 산불 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 및 심각 단계로 상향했다.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는 이날 오전 11시 24분쯤 산불이 발생했다. 산림당국은 산불 1·2단계를 연이어 발령한 데 이어, 오후 2시 10분쯤 3단계를 발령하고 진화 중이다. 현재 헬기 27대와 차량 36대, 인력 375명이 현장에 투입됐다. 진화율은 30%이며 현장에는 초속 4.9m 수준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의성군 금성면에서 오후 1시57분 발생한 산불은 오후 3시27분 기준 진화율 50%를 보였다. 의성 산불 문제로, 의성읍 요양병원 2곳의 환자·관계자 230여명이 의성실내체육관 등으로 대피했다.

22일 울산 울주군에서 발생한 산불. 사진 소방청
이날 오후 12시 12분쯤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산림당국이 진화 작업 중이다. 헬기 8대와 차량 22대, 인력 36명이 투입됐고 경찰은 이날 부산울산고속도로 울산방향 장안 나들목(IC)와 부산방향 온양 IC를 통제했다. 산불 현장 인근 양동 마을 36가구 60명이 전원 대피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오후 5시 현재 전국에서 10건의 산불 진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대응 최고 단계인 3단계가 발령된 건 2곳(경북 의성군 안평면·경남 산청군 시천면), 1단계가 발령된 곳은 2곳(경남 김해시 한림면·울산 울주군 온양읍)이다.



“오는 26일 비 오기 전까지 위기”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산청과 의성) 대형산불이 동시 2개 발령되는 위기 상황”이라며 “산청 산황을 완전 진화하고 의성 산불로 진화 역량을 투입, 오늘 일몰 전 2개의 대형 산불을 잡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 20일부터 영남권을 중심으로 기온이 올라가면서 건조가 심해지고 있다”며 “진화 인력이 분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비가 예보된 26일 전까지 고비”라고 했다.
2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 산불이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 중이다. 사진 경북소방본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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