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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연의 스포 주의]
'화교 짱깨 대청소', '중공간첩', 헌재 앞 가로수 점령한 혐오표현
대통령 '중국개입설'이 불 지피고 가짜뉴스가 부채질
이주민 단체 "화교, 조선족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근거 없는 혐오"

편집자주

이야기 결말을 미리 알려주는 행위를 ‘스포일러(스포)’라 합니다. 어쩌면 스포가 될지도 모를 결정적 이미지를 말머리 삼아 먼저 보여드릴까 합니다. 무슨 사연일지 추측하면서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될 거예요. 한 장의 사진만으로 알 수 없었던 세상의 비하인드가 펼쳐집니다.
지난 18일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가로수에 윤석열 대통령 지지 측이 부착한 '중국인 OUT 조선족 포함'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중국인이 우리나라에서 받는 혜택'이라는 내용으로 중국과 관련된 가짜뉴스를 그대로 사실처럼 적시한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최주연 기자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맞은 편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밀집해있는 곳에 '중국인 OUT'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이곳은 경복궁과 종묘 등이 밀접해있는 관광지로 외국인들이 자주 통행하는 곳이다.


"짱꼴라 아웃!"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 재판관 평의가 진행 중인 주말, 헌재 앞 인도를 메운 대통령 지지자들이 한복을 입은 중국인 관광객 부부를 향해 중국인을 비하하는 비속어를 외친다. 이유도 모른 채 모욕을 당한 젊은 부부는 성난 사람들을 피해 황급히 발걸음을 옮긴다. 트럼프 지지 구호인 'Stop The Steal'이 적힌 빨간 모자의 시위대는 중국인 부부가 사라진 후에도 한참 소리친다.

지난 12월 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중국의 부정선거 개입설'을 주장한 이후 보수 진영 집회에서 반중 손피켓들이 눈에 띄게 등장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지지자들의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 ‘화교가 원흉이다’, ‘화교 짱깨 대청소’ 등 중국 이주배경 인구들에 대한 원색적 혐오로 번지며 그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중이다.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심은 나무에 '화교 짱깨 대청소'라는 혐오표현 광고물이 부착돼 있다. 최주연 기자


13일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인근에 자유와정의를실천하는교수모임(자교모)의 반중 집회가 열리는 가운데 경찰 인력이 대사관과 집회 장소 사이를 분리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13일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반중 집회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가짜 국회 중공 언론 처단하자'는 플래카드를 든 채 명동에서 헌법재판소로 행진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 대문의 명동 중국대사관과 인근 중식당, 학교는 보수진영의 첫 표적이 됐다. 매주 혐중집회가 개최되는 목요일, 화교 중식당 안에서도 '중국 공산당 꺼져라' 등의 구호가 선명하게 들렸다. 식당 직원은 "나는 (대만 출신) 화교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도 연신 밖을 내다봤다.

혐오의 외침에 가장 취약한 것은 이주배경 학생들이다. 중국대사관과 맞닿아 있는 한성화교소학교 주변은 하교시간이 되자 긴장감이 흘렀다. 경비 관리인은 학부모들이 출입할 때마다 '외부인 출입금지'라 써붙인 철문을 일일이 여닫았다. 한 학부모는 “요즘 근처에서 중국 관련 집회가 많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교 시간보다 더 일찍 와있다"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한성화교소학교 앞 잡화점을 운영하는 상인은 "애들이 무슨 죄냐"라면서 "여기는 어린이보호구역인데 그마저 의미가 없어졌다"라고 토로했다.

중국 이주배경 청소년은 혐중 정서로 인해 또래 집단 내 존재하던 차별이 더욱 커질까 걱정을 토로한다. 한국 출생으로 내몽골 지역 출신 아버지를 둔 이지은(13)씨는 “예전에도 친구들이랑 어울릴 때 중국문화가 무심코 툭툭 나오면 친구들이 놀릴까 두려웠다"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중국 혼혈인 저 같은 아이들은 분명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자교모의 반중 집회가 열리는 가운데 중식당 직원이 밖을 내다보고 있다. 최주연 기자


13일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자교모의 반중 집회에 참가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가 반중 피켓 소품을 제작해 들고 있다. 최주연 기자


전문가들은 현재 혐중 집회 등의 규모와 강도에 비해 지칭 대상과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주배경 당사자이자 활동가인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 소장도 "현재 보수진영이 부르짖는 '중국인'은 명확한 실체가 없다”이라며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을 화교로 부르고 조선족으로 부르는 수준"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는 "최근의 혐중 현상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을 정치인들이 정략적으로 이용하면서 극대화된 것"이라며 이와 같은 분위기가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교수는 "한중 관계에 악영향을 넘어서 한국 사회 내에 근거 없이 퍼지는 혐오 정서라는 점을 인지하고 언론과 지식인 사회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12일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앞으로 한성화소학교 재학 학생과 학부모가 통행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가 '화교 척결' 관련 문구를 들고 있다. 최주연 기자


13일 중국대사관 안근에서 열린 반중 집회에 참가한 한 지지자가 '종북 좌파 CCP 공산당 OUT'이라고 적힌 피켓과 'NO CHINA'라 적힌 피켓을서류 가방에 부착해 들고 있다. 최주연 기자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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