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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BYD, 유럽 전기차 시장 격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축하행사에서 나치 경례를 연상시키는 손동작을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서울경제]

해외 전기차 전문 매체 일렉트렉(electrek)은 이달 14일 섬뜩한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테슬라는 독일에서 끝났다.(Tesla is done in Germany)”는 제목의 기사였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현지 온라인 포털 ‘티온라인(T-Online)’에서 10만명 이상 독일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무려 94%가 테슬라 차량을 사지 않겠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다른 외신(테슬라리티·Teslarati)는 일렉트렉 보도 이후 1주일이 지난 후 참여자가 약 47만명으로 증가했고 테슬라 구매를 고려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중이 70%로 뒤집힌 점을 거론하며 “테슬라는 독일에서 끝나지 않았다”고 정면 반박하는 기사를 싣기도 했습니다.

확실한 건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는 것입니다. 올해 들어 2월까지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3%나 줄었습니다. 유럽 최대 시장인 독일에선 테슬라의 신차 등록 대수가 같은 기간 70%나 급감했다고 합니다. 올해 초 유럽 전체 전기차 판매량은 늘었다는 점에서 테슬라의 실적은 더욱 뼈아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머스크, 독일대안당 지지로 반감 초래



다양한 변수가 작용했겠지만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독일 극우정당 지지 행보가 역풍을 맞은 게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머스크는 지난달 치러진 독일 총선을 앞두고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정당”이라며 공개 지지를 선언해 독일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독일대안당은 반(反) 이민주의를 주창하는 정당으로 이번 총선에서 2위로 약진했습니다. 머스크는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축하행사에선 나치 경례를 연상시키는 손동작으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그는 오른손으로 가슴을 친 뒤 손가락을 모은 채 손을 대각선으로 들어 올리며 나치식 경례를 연상시키는 동작을 취했습니다. 이런 논란이 불거지자 에너지업체 바덴노바와 리히트블리크 등 독일 기업들은 앞으로 테슬라 신차를 구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獨 기가팩토리 증설 계획도 밀려



테슬라 독일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된 모델Y가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테슬라의 유럽 사업에 있어 독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유럽 기가팩토리가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남동쪽 방향으로 약 35km 떨어진 브란덴부르크주에 자리잡고 있죠. 2022년 가동을 시작한 이 공장은 현재 전기차 생산능력이 연간 약 50만대인데 앞으로 100만대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해당 계획이 달성되면 테슬라가 독일의 자존심 폭스바겐을 제치고 독일에서 가장 큰 전기차 공장을 확보하게 됩니다.

하지만 머스크의 야심찬 증설 계획은 번번이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우선 지역 주민의 반발이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테슬라 공장으로 인해 지역의 물 부족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테슬라는 2019년 11월 처음 독일에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을 당시에도 환경단체 반대에 직면하면서 인허가 등 절차에 시간이 걸려 지난해 3월 2년여 만에야 공장을 완공했습니다.

최근에는 확장 공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방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월 24일 베를린 동부 마르찬의 건설 현장에서 불이 나 독일철도(DB) 소유 건설용 크레인과 케이블 등이 탔다는 겁니다. 이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방화범을 자처한 작성자가 “테슬라 기가팩토리 확장을 위해 베를린 인근 그륀하이데의 숲 50헥타르(50만㎡)가 개간되는데 이는 테슬라 전기차를 운송할 화물역을 위한 것"이라며 테슬라 공장으로 향하는 철로 공사를 겨냥했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유럽 내 전기차 판매가 급감한 데다 독일 공장 확장에 대한 현지 반대가 거세지면서 독일 기가팩토리 증설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관세 피하려는 BYD, 유럽 3공장 추진…독일도 검토



이를 틈타 테슬라의 전기차 맞수로 떠오른 중국 비야디(BYD)가 독일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헝가리와 튀르키예에 공장을 세우고 있는 비야디는 유럽 내 3공장 부지 중 하나로 독일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알프레도 알타빌라 비야디 유럽담당 특별 고문은 ”현재로서는 모든 국가가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7~8개월 내로 3공장 설립 계획이 확정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야디가 유럽에 현지 생산 투자에 공격적인 이유는 중국산 전기차 관세가 인상됐기 때문입니다.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반(反) 보조금 조사를 통해 중국산 전기차 수입품에 대해 5년간 확정적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에 지난해 10월부터 기존 일반 관세율 10%에 7.8∼35.3%포인트의 추가 관세가 부과돼 EU에 수입되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최종 관세율은 17.8∼45.3%로 올랐습니다. 비야디의 경우 17%의 추가 관세를 내야 합니다. 이에 따라 가성비를 매력으로 내세웠던 중국 전기차의 장점이 크게 떨어지게 되면서 비야디가 유럽 현지 생산에 과감하게 나선 것입니다.

비야디 전기차가 전시돼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EU 시장을 놓고 테슬라와 비야디 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가운데 기술력을 놓고도 양사 간 경쟁이 격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비야디가 최근 5분 충전으로 470km를 주행할 수 있는 급속 충전 시스템을 선보인 것이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비야디가 슈퍼 e-플랫폼이라는 새 충전 시스템을 통해 ”내연기관 차량만큼 빠르게 전기차 충전을 할 수 있게 됐다“면서 ”업계 경쟁에서 선두로 올라섰다“고 전했습니다. 테슬라 충전기인 슈퍼차저의 경우 15분 충전해야 320km의 주행거리를 낼 수 있는데 이 보다 빠르다는 것입니다. 글로벌 1위 전기차 브랜드 자리를 놓고 다투는 테슬라와 비야디의 ‘전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전 세계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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