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사외이사 구인난 심한데 상법 개정까지
美·日보다 기업인 사외이사 선임 제약 커
이사가 충실해야 할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내 상장사의 사외이사 구인난이 한층 심해질 전망이다. 가뜩이나 겸직 제한이나 보유 지분 등 규제가 많아 사외이사 선임이 어려운 환경에서 상법 개정안까지 시행되면 사외이사가 감당해야 할 법적 리스크도 커져 사외이사 제안을 거절하는 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외국처럼 전문성을 갖춘 기업인의 사외이사 진출 기회를 넓혀 사외이사 인력풀을 확대하는 동시에 이사회 역량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와 팀 쿡 애플 CEO가 각각 스타벅스와 나이키 사외이사로 재직한 것과 유사한 사례를 국내에도 정착시켜야 이사회의 실질적 역량도 커질 것이란 조언이다.
기업 분석 업체 한국CXO연구소가 국내 50대 그룹 주요 계열사가 올해 신규 선임한 사외이사(3월 7일 기준)를 분석한 결과, 기업인 출신의 사외이사 비율은 27.3%에 불과했다. 범위를 30대 그룹으로 좁히면 이 비율이 올라가지만 그마저도 31.2%에 그친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비율이 훨씬 높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22년 주요국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의 사외이사 총수 대비 기업인 비율을 조사한 결과, 영국은 기업인 사외이사 비중이 84.2%에 달했다. 미국(81.9%)·일본(61.5%)·독일(50.9%)도 기업인 비율이 높았다. 우리나라는 16.7%에 불과했다.
국내 상장사의 사외이사 중 기업인 출신 비율이 적은 이유는 겸직 제한, 지분 보유, 재직 연한 등 외국에 없는 사외이사 결격사유가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국 상법은 해당 상장사 외 1개 회사까지만 사외이사를 겸직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회사 지분을 1% 이상 보유했거나 사외이사로 6년을 초과해 재직(계열사 포함 9년)한 이는 사외이사 후보에서 제외된다. 모두 미국이나 일본에는 없는 규제다.
우리나라의 특수관계인 범위도 다른 나라보다 더 엄격하다. 한국은 특수관계자 중 가족을 최대주주의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으로 규정한다. 반면 일본은 2촌 이내 친족, 미국은 직계가족과 가족 구성원만 특수관계인에 해당한다. 또 우리 상법은 내부자 중 전·현직 임·직원도 해당 회사와 그 계열회사까지 포함한다. 일본은 해당 회사와 모회사·자회사, 미국은 해당 회사만 포함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13일 주주 충실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재계에서는 상장회사들의 사외이사 구인난이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대기업보다 규모가 작은 중소 상장사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상당수 중소 상장사는 대기업처럼 사외이사에게 억대 연봉을 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보수는 낮은데 책임은 넓어지면 중소 상장사의 사외이사를 맡겠다는 인사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상당수 상장사가 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 등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사외이사를 추천해 달라는 문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상장협 관계자는 “상장협에서 운영하는 사외이사 인력뱅크를 검색하다가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해 직접 연락해 오는 회원사가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인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형민 상장협 선임연구원은 “사외이사 결격 사유를 지금보다 완화하고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면 사외이사 인력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사외이사 결격 사유를 법률 규제에서 시장 규제(연성규범)로 전환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美·日보다 기업인 사외이사 선임 제약 커
이사가 충실해야 할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내 상장사의 사외이사 구인난이 한층 심해질 전망이다. 가뜩이나 겸직 제한이나 보유 지분 등 규제가 많아 사외이사 선임이 어려운 환경에서 상법 개정안까지 시행되면 사외이사가 감당해야 할 법적 리스크도 커져 사외이사 제안을 거절하는 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외국처럼 전문성을 갖춘 기업인의 사외이사 진출 기회를 넓혀 사외이사 인력풀을 확대하는 동시에 이사회 역량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와 팀 쿡 애플 CEO가 각각 스타벅스와 나이키 사외이사로 재직한 것과 유사한 사례를 국내에도 정착시켜야 이사회의 실질적 역량도 커질 것이란 조언이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기업 분석 업체 한국CXO연구소가 국내 50대 그룹 주요 계열사가 올해 신규 선임한 사외이사(3월 7일 기준)를 분석한 결과, 기업인 출신의 사외이사 비율은 27.3%에 불과했다. 범위를 30대 그룹으로 좁히면 이 비율이 올라가지만 그마저도 31.2%에 그친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비율이 훨씬 높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22년 주요국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의 사외이사 총수 대비 기업인 비율을 조사한 결과, 영국은 기업인 사외이사 비중이 84.2%에 달했다. 미국(81.9%)·일본(61.5%)·독일(50.9%)도 기업인 비율이 높았다. 우리나라는 16.7%에 불과했다.
국내 상장사의 사외이사 중 기업인 출신 비율이 적은 이유는 겸직 제한, 지분 보유, 재직 연한 등 외국에 없는 사외이사 결격사유가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국 상법은 해당 상장사 외 1개 회사까지만 사외이사를 겸직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회사 지분을 1% 이상 보유했거나 사외이사로 6년을 초과해 재직(계열사 포함 9년)한 이는 사외이사 후보에서 제외된다. 모두 미국이나 일본에는 없는 규제다.
우리나라의 특수관계인 범위도 다른 나라보다 더 엄격하다. 한국은 특수관계자 중 가족을 최대주주의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으로 규정한다. 반면 일본은 2촌 이내 친족, 미국은 직계가족과 가족 구성원만 특수관계인에 해당한다. 또 우리 상법은 내부자 중 전·현직 임·직원도 해당 회사와 그 계열회사까지 포함한다. 일본은 해당 회사와 모회사·자회사, 미국은 해당 회사만 포함한다.
국가별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의 사외이사 총수 대비 기업인 비율. / 한국경영자총협회
이런 상황에서 이달 13일 주주 충실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재계에서는 상장회사들의 사외이사 구인난이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대기업보다 규모가 작은 중소 상장사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상당수 중소 상장사는 대기업처럼 사외이사에게 억대 연봉을 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보수는 낮은데 책임은 넓어지면 중소 상장사의 사외이사를 맡겠다는 인사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상당수 상장사가 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 등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사외이사를 추천해 달라는 문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상장협 관계자는 “상장협에서 운영하는 사외이사 인력뱅크를 검색하다가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해 직접 연락해 오는 회원사가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인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형민 상장협 선임연구원은 “사외이사 결격 사유를 지금보다 완화하고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면 사외이사 인력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사외이사 결격 사유를 법률 규제에서 시장 규제(연성규범)로 전환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