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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문화]
7년만에 연극무대 서는 배우 김선영
4월 2~19일 국립극단 ‘그의 어머니’
“배우로 바닥나겠다 싶어 출연 결정”
배우 김선영이 19일 서울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연습실에서 열린 국립극단의 ‘그의 어머니’ 기자간담회에서 7년 만의 연극 출연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그의 어머니’를 연출하는 류주연(아래 왼쪽)과 배우 김선영은 오랜 친분을 자랑한다. 이 작품에서 김선영은 범죄자 아들을 둔 어머니의 복잡다단한 심리를 그리고 있다. 국립극단 제공

10대 소년인 첫째 아들이 하룻밤 사이에 세 여자를 성폭행하는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 아들에 대한 분노, 연민, 낯섦, 죄책감 등 수많은 감정의 폭풍 속에서 어머니는 아들이 형량 낮은 청소년범죄로 처벌받도록 나설 수밖에 없다.

국립극단이 4월 2∼19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올리는 신작 ‘그의 어머니’는 인간 본능과 사회적 존재로서의 갈등과 함께 인물의 치열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캐나다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는 극작가 에번 플레이시의 2010년 초연작으로 캐나다와 영국에서 희곡상을 받은 수작이다. 여주인공 브렌다 역은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친숙한 배우 김선영(48)이 맡았다.

지난 19일 서울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만난 김선영은 “2~3년 전부터 연기를 좀 더 깊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드라마와 영화에 꾸준히 출연하면서도 어느 순간 ‘나 이러다 배우로 바닥나겠구나’ 싶었다”며 “그래서 지난해 7월 국립극단에서 이 작품의 출연 제안이 왔을 때 ‘무조건 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김선영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영화 ‘세 자매’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으로 각종 여우 조연상을 휩쓴 연기파 배우다. 하지만 그의 출발은 연극이다. 1995년 연극 ‘연극이 끝난 후에’로 데뷔했으니 올해가 30주년이 된다. 이번 공연은 지난 2018년 ‘낫심’ 이후 7년 만의 연극 출연이다.

국립극단 제공

“연극은 반복해서 베스트를 뽑아내야 하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그 에너지를 내려면 폭풍이 휘몰아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이 필요하죠. 연극 무대는 배우에게 그런 단단함을 훈련해 줍니다.”

연기 공부에 대한 목마름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지만, 그가 맡은 브렌다 역할은 만만치 않았다. 대사가 압도적으로 많은 데다, 범죄자 아들을 가진 엄마의 복잡다단한 모성애를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 역할 제대로 하려면 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소위 ‘잘 나가는’ 브렌다는 사실 호감형 인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내가 저 상황이면 크게 다를 수 있을까’라는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역할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배역에 대한 분석은 대본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본을 보고 또 보면서 공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립극단 제공

그가 이번 작품 출연을 결심한 배경으로 연출가 류주연에 대한 믿음도 빼놓을 수 없다. 김선영과 류주연은 1999년 한국문예진흥원 공연예술아카데미를 함께 다닌 이후 지금까지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을 함께하며 연극계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2007년 초연된 이 작품은 높은 평가를 받아 2008년, 2009년, 2010년, 2017년에도 공연이 이뤄졌다. 그리고 김선영은 매번 공연에 함께했다. 류주연은 “김선영은 이성과 감성을 균형 있게 겸비한 배우”라며 “오랜만에 호흡을 맞추면서 김선영이 얼마나 ‘노력형 배우’인지 깨달았다”고 칭찬했다.

연극 출연은 오랜만이지만 사실 김선영은 연극을 떠난 적이 없다. 그는 영화 ‘세 자매’ ‘해피뻐스데이’의 감독인 남편 이승원과 2014년 설립한 극단 나베의 대표이자 연기 디렉터다. ‘나베’란 이름은 ‘나누고 베푼다’의 줄임말이다. 그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번 수입을 극단에 쏟아붓고 있다. 그는 “방송 일이 늘어 연극을 하기 어려워졌을 때 극단을 만들었다. 남편이 작품을 쓰고 연출하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나는 무대에 직접 서진 못해도 배우들의 연기 디렉팅을 맡아 재밌게 작업하고 있다. 나중에 극단 나베의 공연에도 와달라”며 웃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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