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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잠룡들 간접적으로 정치적 메시지 표출
국민적 관심 이끌고 진영 싸움 수단 삼기도
박근혜 탄핵 당시엔 야권 주자 출판 잇달아
게티이미지뱅크

여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들이 탄핵 국면 막바지에 앞다퉈 ‘출판 정치’에 뛰어들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자신의 정치 철학과 비전을 담은 저서를 사실상의 ‘대권 출사표’로 내놓거나 예고하면서 조기 대선 가능성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경선 레이스 막이 오르기 전이지만 서점가에서 먼저 전초전이 시작됐다는 말이 나온다.

왜 ‘출판 정치’를 택했나

이들 주자는 왜 ‘책’이라는 창구를 택했을까.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보수 진영 내 ‘조기 대선’이라는 말 자체가 금기시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무난한 수단이 책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탄핵에 반대하는 강성 지지층의 반발을 사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소개하고, 간접적으로나마 대권 도전 의지를 드러낼 수 있는 통로라는 것이다. ‘이재명’이란 ‘1강’ 주자가 버티고 있는 야권과 달리 여권에선 다자간 경쟁구도가 조성됐다는 점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21일 “여권은 조기 대선의 ‘조’자도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고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대선 준비에 필요한 활주로가 너무 짧은 상황”이라며 “출판 정치는 자신의 강점을 제한적으로 살릴 수 있는 소극적 대선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에 대해선 “탄핵 정국에서 침묵함으로써 오히려 지지율이 치솟는 역설이 있기 때문에 굳이 책을 낼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저서의 출간 시점을 두고도 여러 해석이 뒤따랐다. 윤 대통령 석방,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 종결과 선고 예상 시점 등 주요 정치적 기점을 고려한 ‘정무적 판단’이 수반됐다는 얘기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종결 이튿날인 지난달 26일 책을 출간하면서 동시에 정치 행보를 재개했다. 이후 전국 각지를 돌며 북콘서트를 열고 지지세를 확장하는 방안을 계획했지만 이 일정은 서울과 부산을 끝으로 잠정 중단된 상태다. 윤 대통령 석방 이후 재차 결집세를 보이는 강성 지지층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오 시장은 애초 이르면 3월 중순 출간을 검토했다가 오는 24일로 미뤘다. 홍 시장도 21일 발간하려던 저서 ‘꿈은 이루어진다’를 탄핵심판 결론 이후 출간키로 계획을 바꿨다.

메시지·판매량…관전 포인트는


회고록·비전서·일기 등 주자마다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형식을 택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한 전 대표는 12·3 비상계엄 선포 당일부터 당대표직 사퇴까지 14일간의 과정에 집중한 ‘국민이 먼저입니다’에서 계엄 해제에 앞장섰던 정치인으로서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오 시장은 저서 ‘다시 성장이다’에 자신의 핵심 브랜드인 ‘동행’을 키워드로 미래 먹거리, 지방 분권 등 각종 사회 현안에 대한 문제의식과 해법을 담았다고 한다. 오 시장은 그간의 서울 시정 경험을 책 곳곳에 담았는데, 경쟁 주자들보다 행정 경험 측면에서 비교우위를 지녔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수 진영의 ‘빅스피커’인 홍 시장은 ‘꿈은 이루어진다’에서 최근 50일간의 정치 상황을 자신의 언어로 평한 페이스북 게시글을 엮었고, 또 다른 책 ‘제7공화국 선진대국시대를 연다’에서는 그간의 풍부한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 대한민국의 청사진을 담는다는 구상이다.

최 평론가는 “한 전 대표는 구시대의 마지막 기록을 스스로 남김으로써 새 시대의 첫째가 되겠다는 전략이고, 오 시장은 자신의 비전을 보수의 미래로 치환해 대선에 임하겠다는 구상”이라며 “홍 시장은 뛰어난 정치적 직관과 경륜을 내세워 차별화를 꾀하려는 의도”라고 평했다.

판매 실적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꼽히지만 이것이 곧 여론의 지지도를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판매 부수로 향후 경선 결과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책 구매층이 특정 연령대나 특정 성에 한정돼 있다면 부정적인 요소”라며 “경선은 ‘윤심(尹心)’이나 헌재의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상병 평론가는 “팬덤이 있으면 ‘굿즈’처럼 한 번에 여러 권을 사기도 하고, 저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지지율을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예컨대 정치 이력이 긴 다른 주자들과 달리 비상계엄 등 최신 사안을 여권 최고위직 입장에서 다룬 한 전 대표의 책은 국민적 관심을 끌기 좋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역대 대선과 출판 정치

대선을 앞두고 유력 정치인들의 책이 쏟아지는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맞붙었던 20대 대선 때는 평전·사진집 등 후보를 조명하는 책이 쏟아졌다. ‘윤석열X파일’ ‘굿바이이재명’ 등 각 후보를 겨눈 의혹을 제기하는 책들도 인기를 끌었다. 최 평론가는 “지난 대선은 완전히 네거티브 선거였기 때문에 출판 정치도 아예 진영 싸움의 수단으로 활용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치러진 19대 대선에선 지금과 반대로 야권 주자들의 출판 경쟁이 뜨거웠다. 당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는 한동안 정치 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고, 경쟁 관계인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도 여러 권의 책을 냈다. 박 평론가는 “정치인 본인의 이름을 걸고 책을 낸다는 건 꼼꼼하게 검증을 받겠다는 의미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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